뻬째르부르그에는 연봉 4백 루블 정도밖엔 받지 못하는 모든 인간에게 하나의 강적이 있다. 그 강적이란 다름아닌 북극 특유의 혹한이다. 하기는 건강에 아주 좋다라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아침 여덟 시가 지나서, 관청에 출근하는 관리들이 거리를 메울 무렵이면, 혹독한 추위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어찌나 따갑게 코끝을 찌르는지 가엾은 관리님들은 어디다 코를 간수해야 할지를 모르고 쩔쩔 매는 것이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어른들 조차 추위에 머리가 띵해지고 눈에 눈물이 글썽해지는 시간이라 가엾은 구등관 따위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경우도 가끔 있다. 구제책이란 오직 한가지, 초라한 외투로 몸을 감싸고, 대여섯 길목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통과하여, 수위실에 뛰어들어가서, 도중에 얼어붙은 사무능력이나 자질을 제자리 걸음으로 녹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도 일정한 거리를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뛰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언제부터인지 잔등과 어깨가 유난히 차가운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외투가 어디 잘못 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집에 들어와서 찬찬히 살펴본 결과, 잔등과 어깨의 서너 군데가 마치 모기장처럼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사 천이 닳을 대로 닳아 환히 비쳐 보였고, 안감도 갈기갈기 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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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지 무슨 돈으로 외투를 새로 맞춘단 말인가? 물론 어느 정도 명절때 나오게 되어 있는 상여금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리 할당되어, 쓸데가 다 정해져 있는 것이다. 바지도 새로 사야하고 구둣방에서 장화에 새로 가죽 창을 붙인 묵은 외상도 갚아야 하고, 그 밖에도 셔츠 세 벌과, 활자로 된 글 속에서는 그 이름을 쓰기조차 창피한 속옷 두어 벌 가량을 삯바느질하는 여자한테 맡겨야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상여금은 받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죄다 없어져 버리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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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방도 소지품도 봉인되지 않았다. 첫째는 유산 상속인이 없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거위의 날갯죽지로 만든 펜 한 묶음, 관청에서 쓰는 백지 한 권,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 개, 그리고 '겉저고리' 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또 초승달을 본다. 한기를 띤 희붐한 조각달을 본게 몇 번인가. 지금과 같은 이런 달을. 조각달은 볼 때마다 늘 다른 느낌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앉아서 초승달을 볼 때마다 내 기억 속의 푸르른 구름에 걸려 있곤 한다. 잠들려는 꽃을 깨우는 저녁 바람처럼 나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 라오서老舍, 『초승달月牙兒』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