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흡혈자의 일기 - 2022.09.03
오늘은 환희교의 교주를 만나 일배를 하였다. 명상을 통해 몰아의 경지에 다다르고 우주만물과 일체가 되며, 자기중심의세상에 빠진 뇌피셜의 산물인 망상에서 비롯된 삶의 苦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뭇 중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교주. 요즘 몰아의 경지에 빠져 살다 보니 몸이 허~하여 육체수련을 통해 내공을 유지하고자 자전거 들고 산오르기 신공을 새로개발하셨다 하여 그 가르침을 받으러 모셨다. 허나,, 명상이 아닌 육체수련을 통해 내공을 도모한다하니... 그 분의 말씀에맘속 한켠에 의혹이 이는건 무슨 불경한 생각이란 말인가? 몰아와 우주합일은 LSD 환각상태와 별 다를게 없다는 말씀에다시 한번 토르의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는 충격이었다. 아... 결국 명상을 통한 자아합일이라는건 한낫 몽상이란 말인가?
적당히 알코홀을 들이 붓고 나서, 허탈한 마음을 부둥켜 안고,, 그 마음보다 더 노쇄해진 육체를 끌며 페달을 밟았다... 일갑자도 안되는 내공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운기조식이나 단전호흡으로 내공을 유지하기는 커녕, 있던 내공도 말아먹을수준이다. 이런 내게 필요한건 외부로 부터의 공급이다.
안되겠다. 오늘은 그 동안 참았던, 젊은 피를 빨아 육체를 보전해야 겠다..는 욕망이 강렬히 들끓어 올랐다. 피.. 피가 필요해!!
결국,, 어둠속을 달리며 피를 빨아 먹을 사냥감을 찾아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노련한 흡혈자는 그러한 음습한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법. 은밀하고 위대하게 사냥감을 포착, 적당히 몰아가며 피를 빨아 먹고 말리라..
이러한 사냥터로 야간의 한강변 만한게 없다. 저기 어두운 한강변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뽀뽀를 해대는 젊은 남녀의 피.. 그건 절대 피해야 하는 독이다. 마시면 주화입마로 회복하지 못할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저기 따릉이족들,, 저건 양의 피보다 못하다. 맥주 한잔보다도 효과가 없다. 무리를 지어 달리는 팩 라이더들.. 저놈들은 피해야 한다. 저 놈들을 공격하는순간 승냥이떼 처럼 달려 들어 내 뼈도 남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사냥꾼은 잘 안다. 어떤 놈을 노려야 할지를...
절때, 빨리 달리거나 뭔가 틈을 보이면 안된다. 동네 아저씨 철티비 타고 슬렁슬렁 마실 나온 듯이, 그렇다고 따릉이 수준의 라이딩으로 억지를 부려서도 안된다. 따릉이 보다는 빠른데 그렇다고 잘 달리는 것 같지 않은, 그 미묘한 간극을 잘 유지하며,,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와 그림자를 잘 포착해야 한다.
드뎌,, 한 놈 걸렸다. 젊은 피다. 로드를 탄다. 나를 추월해 간다. 자세와 속도가 좀 되는거 같다. 저 놈이다! 조용히 달라붙는다. 절대 추월하면 안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놈이 나의 존재를 모르면 안된다. 3~5미터. 그 간격을 유지하며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 이제 저 놈의 피를 빠는 일만 남았다.
그 놈도 따라 붙는 나의 존재를 의식했다. 미묘한 신경전이다. 속도를 내어 따 돌리려 한다. 허나 따라 붙는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라이트 불빛과 소리로 내 존재를 각인 시킨다. 2km 정도를 달리면서 이제 서서히 피를 빨기 시작한다. 저놈도 낌새를 느끼고 달아난다. 추격전.. 빨대를 꽂았으니 빨대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근데,,실패다. 10km 정도는 빨아야 하는데,, 이놈 3~4km 정도 달리다 옆으로 샌다. 젠장.. 잘 못 골랐다. 결국 오늘도 피를 빨아 내공을 쌓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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