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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23, 2024

[Book Scrap]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은 건축을 단순히 용도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사회와 역사라는 인간 관계를 보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유현준의 정의를 한마디로 이야기 한다라면 '공간이 만든 공간' 이라고 하지 않을까?

"건축물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전달 매체가 있다. 그것은 비어 있는 Void 공간이다. 공간은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되었을 때부터 시간과 함께 있었던 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공간이 없다면 빛도  존재할 수 없다. 공간이 없다면 우리는 시간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건축은 이러한 공간을 조절해서 사람과 이야기한다. 이러한 보이드(Void) 공간은 건축의 도움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우리 눈으로 캄캄한 우주 공간을 쳐다보면 그 광활한 공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상의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전의 공간은 막연하다. 하지만 벽을 세우게 되면 막연해서 느껴지지 않던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마가 만들어지면 비로소 처마 팀의 공간이 우리에게 편안한 안식을 준다"

위의 문장이 건축(물)에 대한 유현준의 관점과 정의를 그대로 드러내 준다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덧대어 '정보로서의 공간'이라는 개념도 추가된다. 

"과연 어떤 정보들이 우리의 공간을 구성하는가? 개인적으로 Void, Symbol, Activity 라는 세 종류의 정보로 만들어 진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보이드 Void는 물리적인 양이다.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실제 비어있는  공간의 볼륨이다. 시대와 문화를 떠나서 객관적인 정보이다. Symbol 정보는 간판, 조각품, 그림 같은 상징적인 정보이다. 개인에 따라서 정보 해석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인 액티비티 정보는 사람들의 행동에 의한 정보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무엇 인지가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종류의 정보가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건축 구조에 인간의 인식과 활동이 추가됨으로써 그 공간은 사회적인 건축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건축물, 건축물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이라는 것은 하나의 고착되거나 불변의 대상이 아니라 유기체적으로 변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질로 구성된 도시가 어떻게 살아 있는 유기체적인 특징을 갖게 된 것일까? 물론 대부분의 도시 구성의 변화는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그 변화들은 인간에 의해서 디자인되어진 대로 변화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이 만들어낸 변화들이 모여서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이 불특정 다수인 인간은 유기체 생명이기 때문에 도시가 유기체의 특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유기체 생명인 인간은 모여서 사회라는 조직을 형성하고 이 조직은 우리가 파악하거나 컨트롤 할 수 없는 또 다른 유기체를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유기적인 인간 사회가 만들어 내는 것이 도시이다"

공간, 정보, 그리고 인간의 Activity가 어울어 지면서 변화하는 유기체로서의 건축, 도시가 우리와 함께 존재하게 된다.

. . . . . 

건축과 도시에 대한 유현준의 글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재밌었던 부분은 공간구조와 종교활동의 상호관계에 대한 장이었다. 건축물이라는게 환경과 인간 사회활동의 혼합적 결과물이지만, 그 중 특히나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건축물의 변화에 대한 내용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잘 설명해 주었다.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종교가 분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종교 건축물의 구조 변화 동인을 '예배행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설명한 것이다. '제사 vs. 설교' 라는 종교 행위의 차이가 가져온 건축물 구조의 변화.

구약시대(유대교)에는 주요한 종교적 행위가 제사에 있었다. 그리고 그 제사는 제사장이 드리도록 되어 있었다. 유대교의 초기 예배 형식은 구약시대의 모세라는 인물이 틀을 만들었다. 구약성경을 보면 모세가 하나님으로 부터 지시를 받고 설계했다고 전해지는 교회의 첫 번째 유형인 모세의 장막이 나온다. 모세는 이동하면서도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당을 디자인하였는데, 그 구조는 장막을 이용해서 담장을 치고 그 안에 텐트를 치고 또 다시 그 안에 커튼을 쳐서 공간을 마당, 성소, 지성소라는 세가지로 구분한 것이었다 . 마당은 담당과 텐트사이의 공간으로 이 공간에는 물두멍이라고 제사장이 손을 씻을 수 있는 커다란 물동이가 있었다. 그다음 공간인 텐트안의 성소는 제사장들만 들어갈 수 있었고, 그 보다 더 안쪽에 위치한 성궤가 있는 지성소는 여호와 하나님이 거하시는 공간으로서 1년에 한번 대속죄일에 대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하나님의 성소는 희생물의 피를 흩뿌리는 제사 공간과 하나님이 거하는 텅 빈 공간으로 분리 구성된 것이다. 

이렇듯 유대교의 교회라는 것은 소수의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리던 것이 예전의 공간이었기에 대규모로 집회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과거 모세의 성막이다. 

기독교 교회 건축 양식이 크게 변화한 것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이후이다. 신약시대(기독교)에 와서 가장 큰 변화는 제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예수가 희생양이 되어서 한 번의 십자가형으로 제사를 대신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믿기만 하면 되는 기독교가 된 것이다. 이는 건축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예수가 전 인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는 제사를 다 수행했기 때문에 기존의 제사 행위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대신에 그 자리에는 제사를 대신하는 예수의 업적과 교리, 스토리들이 전파되어지는 설교가 대신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바뀌게 되면 건축의 외형도 바뀌는 법이다. 제사에서 설교로..대형집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 필요에 따라 교회 건축은 더욱더 대형 건축물화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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