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스트(Hypertext) 시대에 종이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과 우려의 목소리 뒤편에는 경제적 동인 이외에 일종의 의고증(擬古症), 그리고 종이책에 대한 자기취향의 차별성에 대한 강조도 한 몫하는 듯...
예전처럼 종이책을 읽지 않고, 웹/넷 상의 휘발성 글들만 읽다 보니 사고의 깊이가 떨어지고 단편적이라는 지적...은 마치, 한자로된 사서삼경과 고전을 읽지 않고 상스런 諺文(한글)과 양이(洋夷)의 문자를 배워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천박해 졌다...라는 쇄락해가던 개화기의 고지식한 유생들의 주장과 뭐가 다르랴?
"취향"의 문제는... 항시 자신 자신의 취향의 우월성을 전제로 한다. 지적 소비형태/방식에 대한 취향의 차이; 은근한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느긋이 지적유희와 몽상을 즐기는 종이책 읽기 vs. 경박한 휘발성과 하이퍼링크된 텍스트의 정신분열적 글읽기라는 조소와 경멸.
가치전달과 감동/설득은 특정 매체자체의 우월성보다는 그 컨텐츠나 메시지에 있는 것. 쓰레기 같은 글을 책으로 찍어낸다면 그건 자원낭비일뿐… 예전처럼 종이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매체의 다양화 이외에도 종이책이 독자들에게 "재미/감동"과 "가치전달"에 실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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