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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14, 2024

책, 『음식의 언어』

음식을 단순히 조리법이나 미각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명과 문화의 교류, 시대를 거치면서 변형해 나가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융합 발전하는 측면에서 여러 사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음식의 언어]라는 책은 훌륭하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강조하는 것 처럼,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이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그리고 인간의 교류속에서 어떤 훌륭한 특성이 창조된다는 점이다. 페르시아에서 출발한 시크바즈가 영국의 국민음식 피쉬앤드칩스로 가는 여정이 이를 충분히 보여 준다. 바빌론의 고대 이슈타르 숭배에서 예고되어,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도들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아랍 무슬림들의 손에서 다시 변형이 되고, 기독교들의 응용을 거쳐 페루의 모체족 요리와 융합되고, 아시아에서는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영국에서는 유대인들에 의해 전돨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모든 시크바즈의 후손들을 전 세계의 번잡한 도시에 가득찬 식당들에서 찾을 수 있다.

혁신은 언제나 작은 틈새에서 발생한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의 교차점에서 각 문화가 서로 이웃에게 빌려온 것을 수정하고 더 훌륭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 창조된다. 음식의 언어는 이런 장소들 사이를, 고대에서 일어난 문명의 충돌과 현대의 문화 충돌을 들어다 보는 창문이며 인간의 인지, 사회, 진화를 알게 해주는 은밀한 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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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식사의 순서에 따라 들려 준다. 처음에는 메뉴 고르기를 다루고, 그 다음에는 선원과 해적 이야기 어울어진 생선 코스를, 그 다음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펀치)와 건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 다음 육류 로스트 요리를 이야기하고, 막간에 잠시 스낵과 중독성 강한 식품들을 다룬뒤 디저트로 마감한다.

음식과 관련된 인류 문화와 교류의 이야기 중 몇 가지를 추려 보면 ; 

1. 케첩 : 몇 세기전에 만들어진 케첩의 최초 버전은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케첩은 중국의 푸젠성에서 먹던 발효된 생선소스(젓갈)였다. 14세기에서 18세기 사이 동남아시아 전역의 항구에 정착한 중국 상인들에 의해 중국식 생선 발효법과 음식이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되었다. 당시 유럽의 무역상들은 케첩을 유럽에 갖고 돌아 갔으며, 그 뒤 400년 동안 이 음식은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신을 거듭한 끝에 그 원래 재료인 발효 생선은 쓰이지 않게 되었다. 초기의 조리법에서 생선이 빠지고 대신 버섯, 호두, 토마토 등이 쓰이게 된 것이다. 결국 토마토를 더 한 것이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것이 이민자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거기에 설탕이 추가 되었다. 그러다가 설탕이 더 많이 추가된 버전이 미국의 국민양념으로 등극하였고, 그런 다음 상품화 되어 다시 홍콩과 세계 전역으로 수출되었다.

2. 영국의 국민 음식인 피쉬앤드칩(Fish & chips) : 피쉬앤드칩은 원래 중동 페르시아의 시크바즈에서 시작되었다. 시크바즈는 16세기 페르시아의 샤(왕)들이 좋아하던 식초와 양파로 만든 새콤달콤한 스튜이었다. 그 음식이 지중해 선원들의 목선으로 넘어가 선원의 음식으로 애용되다 유럽으로 퍼지고, 중세 시대에는 안식일의 데우지 않은 식힌 생선요리로 이어진다. 영국으로 건너간 시크바즈기 오늘날의 피쉬앤드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입맛을 돋구고 있는 것이다.

3. 마카롱 : 매커룬, 마카롱, 마카로니는 모두 같은 선조인 달콤한 가루 반죽 음식에서 유래한다. 라우니자즈 라는 이름의 페르시아산 아몬드 반죽 과자가 지중해의 시칠리아와 안달라루시로 전해지고 1500년쯤이면 벌써 이탈리아의 전역에 퍼져, 그곳에서 프랑스로 갔다가 영국까지 갔다. 180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은 코코넛을 기반으로 케이크를 만들어(코코넛 매커룬) 미국의 베스트 셀러 과자로 등극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났는데, 파리의 제빵사 피에르 데스퐁텐이 아몬드 반죽이나 가나슈(초코릿과 생크림으로 만든 크림)를 마카롱 두 개 사이에 넣어 샌드위치 쿠키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마카롱 파리지앵이 재빨리 대중화 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4. 터키(Turkey) : 멕시코가 원산지인 터키라는 조류, 즉 칠면조가 어찌하여 지중해 동부에 있는 나라의 이름을 땄을까? 그것은 15, 16세기 포르투갈인들의 비밀주의와 관련이 있다. 포르투갈인들은 자신들이 개척한 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찾아낸 금과 향신료와 이국적인 조류의 원천을 다른 나라가 찾지 못하게 막으려는 와중에 터키라는 이름의 맘루크인들이 수이하던 전혀 엉뚱한(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새와 혼동하여 멕시코의 칠면조를 "터키" 라는 이름으로 세탁을 한 것이다.

이렇듯 여러 민족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보물이거나 한 것처럼 자기것 또는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요리들의 유래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우리 모두가 이민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든 고립된 섬이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음식도 변형을 겪고 시대와 지역의 특성들이 가해지면서 또 다시 변화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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