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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ly 01, 2025

책, 『엔드 오브 타임 Until The End of Time』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제 1장 첫 문장은 "모든 생명은 때가 되면 죽는다" 로 시작한다. 

유한한 삶에서 죽음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에 인간은 '영원'을 꿈꾼다. 영원은 곧 시간의 문제이다, 그린은 시공의 기원과 전 우주적인 엔트로피 증가 법칙에 따라 무한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간 자체도 결국은 종말이 있을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시간의 시작과 끝이라는 두 극단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 빅뱅에서 입자의 생성과 구조체로의 발전, 생명의 출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2장과 3장에서는 엔트로피 Entropy 로부터 시작하여, 빅뱅의 여파로 발행한 입자들이 별과 은하, 행성 등 질서정연한 천체를 형성하고, 우주에서 가장 정교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까지 만드는 여정을 살펴본다. 

4장(정보와 생명 : 구조체에서 생명으로)에서는 진화 Evolution의 문제를 다룬다. 분자진화론,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등의 이야기를 통해 구조체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조건과 구조를 살펴본다. 5장(입자와 의식 : 생명에서 마음으로)에서는 수십억년에 걸친 시간의 반복 속에서 인지력을 가진 생명체가 등장하였고, 무언가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인지하는, '자아인식'이 탄생하는 과정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입자론이나 물리법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의식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고찰해 본다. 

6장(언어와 이야기 : 마음에서 상상으로)에서는 언어 습득력과 이야기 전달 능력, 인간의 Storytelling 특성에 대해 짚어 보고, 

7장(두뇌와 믿음 : 상상에서 신성으로) 에서는 종교라는 주제에 대해, 인간이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살펴본다. 

8장(본능과 창조력 : 신성함에서 숭고함으로) 에서는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과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다양한 창조물을 상상하고, 만들고, 경험해온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 "인간은 영원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천년 앞을 내다보면서 우주의 기원과 원자, 별, 행성의 구성 성분을 탐구하고 생명과 의식을 연구하며, 문화의 발달 과정을 추적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영원을 상징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부지런히 개발해오고 있다."

9장(지속과 무상함 : 숭고함에서 최후의 생각으로)과 10장(시간의 황혼 : 양자, 개연성, 그리고 영원)에서는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 그리고 우주론의 미래에 대한 관측 결과와 계산결과, 그리고 새로 발견한 것에 대해 살펴본다. 결론은, 행성과 별, 태양계, 은하, 심지어는 블랙홀 조차도 잠시 존재하다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법칙에 의거하여 일련의 물리적 과정을 겪다가 입자 단위로 산산히 분해되어 차갑고 조용한 우주를 정처없이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인간 의식과는 다른 형태의, 가령 극단적인 형태로 입자 단위로 존재할 수 있는, 의식적 존재라는 것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우주는 텅빈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장(존재의 고귀함 : 마음, 물질, 그리고 의미) 에서는 뚜렷한 목적 없이 작용하는 언젠가는 모든 것이 사라질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지금 여기를 살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 저자는 "입자에는 목적이 없으며, 우주 깊은 곳을 배회하며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궁극의 해답' 같은 것도 없다. 그 대신 특별한 입자집단(인간)이 주관적인 세계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성찰하면서 자신만의 목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상태를 탐구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곳은 바깥이 아닌 내면이다. 이미 제시된 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인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면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라고 이야기 한다.


[한줄 요약]
우주와 물질에 대한 영원한 법칙과 불변의 진리, 궁극적인 해답을 찾기 위한 과학적 환원주의에서 출발하여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운명인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여정으로 끝난다.

[사족]  
1. 책의 한국어 번역 제목은 『엔드 오브 타임』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Until The End of Time』 이다. Until... 삶이 끝나기 전까지는,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의 종말이 오기 전까지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끝날때 까진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기억하자...

2.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쿼크에서 의식에 이르는 거대한 연대기들(양성자, 중성자, 전자, 뉴런, 복제, 변이, 정보, 사고, 신화, 종교, 문학, 철학, 예술, 음악 등등), 이 모든 것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 Storytelling' 이다. 그가 책에서 주장의 근거로 삼는 과학(수학, 양자역학, 화학, 생물학 등)도 그러한 Storytelling 에서 예외가 아니다.

책, 『세습 중산층 사회』 by 조귀동

저자는 고도성장의 끝에서 '세습' 자본주의가 시작된다고 보고, 경직화되고 구조화 되어가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과 계급을 세습하기 위한 상위 중산층의 자녀교육 경쟁과 자녀의 인생설계,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20대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과 이후 생애주기에 걸친 격차와 불평등에 대해 다양한 통계와 분석 자료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요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오늘날 한국 사회의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상위 중산층)과 나머지 계층들간의 격차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호된 사뢰로 바뀌었다"는 Thomas Pikeytty 의 지적은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에서 60년대 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자산가격 급등에 힘입어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면, 90년대생은 그 부모들의 교육 투자로 만들어진 세습 중산층의 2세대이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부모 세대인 50대 중산층이 학력(학벌)과 노동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벌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데 있다.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0년대의 20대와 다른 점이다. 이렇게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 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혼과 주택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계층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확대와 격차 고정 상황에서 격는 경험의 이질성은 정치 사회 인식에 영향을 미쳐 같은 20대 내에서도 '계급의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관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60대 건물주의 정당 vs. 50대 부장님의 정당, 또는 56년 최순실의 자녀 vs. 65년생 조국의 자녀라는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듯이, 흔히 이야기 하는 20대가 겪는 좌절과 불공정/불평등에의 볼멘 소리는 상위 10%의 좋은 일자리와 신분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상위 중산층 인사이더들의 목소리일 뿐, 나머지 20대의 대다수 아웃사이더들의 진짜 목소리는 지워져 있다라는 지적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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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과 내용 ; 

저자는 한국사회에서의 중산층의 신분/계급의 형성과 유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기 위해 20대의 노동시장진입(취업) 과정과 취업 후 생애주기에서 겪는 경험에 주목한다. 노동시장 진입은 직업적, 계층적 지위를 결정하는 과정이면서, 이전에 이루어진 인적 자본 투자의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 교육은 단순히 좋은 학벌을 세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후 좋은 일자리를 갖는데 유리한 사전적인 인적자본 투자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특징과 2010년 이후 나타난 변화를 먼저 분석하고, 노동시장과 연관된 상급학교 진학경쟁 양상과 결혼, 주택 취득 등 이후의 생애주기상 경험의 문제를 살핀다. 

1장과 2장에서는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 개관하며 20대가 노동시장 진입에서겪는 경험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 본다. 한국노동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2010년 이후 나타난 노동시장의 분화, 즉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임금-높은 고용 안정성의 1차 노동시장과 나머지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저임금-낮은 고용 안정성의 2차 노동시장으로 나누어 있다는 이중노동시장 이론을 중심으로 임금구조, 취업률 추이, 중등 교육의 변화를 살펴 본다. 노동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번듯한 일자리가 줄어 들면서, 상위 10%를 차지하고 있는 1차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20대의 치열한 경쟁, 특히 중상위층 계층의 극심한 경쟁과 그렇지 못한 하위 계층간의 커지는 격차에 대해 이야기 한다. 

3장과 4장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상위 중산층내에서의 지위를 세습, 유지하는데 있어서 불평등 제조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 사교육 투자의 여력이 있는 상위 중산층은 단순히 돈 뿐만이 아니라 부모 세대의 학력자본이나 문화자본에 이해 자녀 세대의 인지적, 비인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러한 경쟁력은 그럴 여유와 사회/문화적 자산을 가지지 못한 하위 계층과의 격차를 더더욱 벌이게 된다. 같은 20대라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빈곤 상태에 놓인 지방대학과 고졸은 우리사회에서 드러나지 않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반면, 소위 인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은 모두 상위 중산층의 자녀들이 독식하고, 명문대를 나와 상위 10%의 1차 노동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5장에서는 취업 이후의 생애주기 과업인 결혼과 주택 구입등에서 나타나는 계층 분화 양상을 분석한다. 특히 결혼 문제를 중심으로 상이한 성별, 계층별 경험을 들여다 본다. 

6장에서는 현재 90년대생의 다중격차가 부모 세대인 60년대생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기인했음을 다룬다. 60년대 생은 한국 자본주의 고도화의 수혜를 받아 테크노크라트라고 말할 수 있는 대졸-화이트칼라 대군이 형성된 첫 세대로, 1990~2000년대에 급격히 성장한 수출 제조업과 혜성처럼 등장한 금융, IT 산업의 수혜를 받아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공고화 하였다. 

7장에서는 오늘날 20대의 세계관이 성별에 따라, 계층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에 주목한다. 20대는 계급의식,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 정치적 진보-보수 성향 등에서 이전 세대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8장에서는 그러한 계급의식, 세계관의 차이가 어떻게 정치적 지향 및 표층 정당의 지지에 영향을 주는지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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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바램 :
책의 주제와 분석 대상이 '세습 중상층'이다 보니 상위 중산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배세력/엘리트 계층의 세습에 대한 분석. 그리고 구조적으로 강제되는 하층계급의 원하지 않는 세습에 대한 분석이나 별도의 책이 나오면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