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알랭 드 보통은 사랑과 그 결실로서의 결혼이라는 낭만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 진부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조국을 위해 봉사하거나 희생하는 것 보다 더 영웅적인 행위"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일상의 삶이라는 진부하고도 황량한 사막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용기'만을 가지고 고군분투한다라면 조만간 지쳐서 말라 죽어가고 말 것이다. 불편한 진실의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가끔 '판타지'의 힘도 필요하다; "판타지는 대개 다수의 모순된 소망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판타지가 존재하는 덕분에 하나의 현실을 파괴하지 않고 다른 현실에 거주할 수 있다. 판타지는 완전히 무책임하고 무섭도록 기이한 우리의 충동으로부터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을 지켜준다. 판타지는 나름대로 인류의 성취이자 문명의 결실이며, 친절한 행동이다"
저자는 책에서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이행을 이야기 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구성하는 두 축은 냉랭한 현실과 낭만적 판타지 일 수 밖에 없다.
. . . . . . . . . . . [책 내용 요약] . . . . . . . . .
다른 사람이 영혼의 짝이라는 느낌, 확신, 또는 그 환상은 아주 순식간에 찾아 올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객관적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 중요한 것은 직관, 즉 이성의 정상적인 작동 과정을 건너뛴 자연발생적인 감정이다. 영혼의 짝을 찾는다는, 자신의 잃어버렸던 반쪽을 찾았다는 환상, 낭만적 믿음.
평범한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짜릿한 섹스를 경험하며, 인생을 함께 하자며 장밋빛 청혼을 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참으로 낭만적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행복한 결말이다. 결혼제도가 확립된 이후로 이렇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자 완성이라 믿고, 그러게 이야기 한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는다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일 수 있다. 우리는 유년기에 아주 익숙했던 감정들 그대로를 성년의 관계안에서 재현하길 바라고 위안을 얻기 바란다. 사랑과 그 사랑의 결실로서 결혼은 그러한 욕구를 채워주는 완벽한 제도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낭만적인 동화의 품속에 안겨 살 수 는 없다.
이야기속의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 그러나 그들은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라비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 서로 죽이고 싶은 마임이 들고, 몇 번은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사는 동안 수십번의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 스토리이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은 결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결혼 1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도 무한히 친절한 도박.
결혼 2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결혼 1은 결혼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길 때의 상황이라면, 결혼 2는 가장 친밀하다고 믿는 반려자와 함께 삶을 살아가면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며, 배신, 질투, 권태, 증오로 얼룩져 펼쳐지는 결혼 후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역사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논리적'인 이유로 결혼을 하였다. 경제적인 이유, 정략적 목적, 종교적 관습, 또는 강요된 폭력에 의해... 그런 '합리적'인 결혼에서 외로움, 강간, 간통, 폭력, 가혹함, 육아실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비명이 생겨났다. 합리적인 결혼은 어떤 진실한 관점에서 보아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으며, 편의주의적이고, 편합하고, 속물적이고, 착취적이며, 모욕적이다.
영원히 사랑에 정박해 있는 결혼은 드물거나, 없다. 시간은 흐르고 삶은 지치고 감정은 메말라 간다. 결혼은 시간이 지날수록 낭만에서 멀어져 에밀 졸라의 현실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의 진정한 동력은 무엇인가?
저자는 낭만주의를 넘어서 냉랭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진실의 사막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혼의 짝을 만났다는 믿음, 상대방이 나를 완벽히 이해하리라는 착각,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강박, 완벽한 인생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불완전하고 제약적인 일상을 살아가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도 더욱 영웅적인 행위이다. 그러한 용기가 삶의 사막을 헤쳐 나가는 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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