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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20, 2012

[사평역에서]…

박종화의 음성으로 듣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절절한 노래. 
어찌보면 과거의 망령일 수도 있으리라….


박종화...  그  서슬퍼랬던 분노의 외침과 격정이
긴 시간의 흐름앞에서 이제는 "서정"으로 남았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시/ 유종화 작곡/ 박종화낭송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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