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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7, 2020

[Book Scrap]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The Other Side of Silence』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The Other Side of Silence -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 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 Urvashi Butalia 著, 이광수 譯, 산지니, 2009년.

영국식민지로부터의 독립과 분단/분열, 종교-정치적인 폭력과 혼란속에서의 여성들이 겪었던 잔혹사 - 학살, 납치, 강간, 순교로 포장된 '명예' 살인 -... 종교가 민족이 되고 국가로 化하고, 종교間(힌두-시크-이슬람 등), 그리고 계급간의 잔혹과 살륙의 역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인도-파키스탄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 하는 부분.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하나의 단일국가'가 되었어야 하는데.. 라는 잘못된 전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순수)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이라는 용어로도 그것을 담기에 부족하고... 

(그리고 추가적으로 염두해 두어야 할 점 ; Urvashi BUtalia의 책은 서북부의 펀잡 Punjab 중심의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단에 Focus 되어 있다는 점. 인도-파키스탄 분단은 현재적 관점에서 이야기 한다면 동쪽 벵갈지역의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아 분단/분열임)

1.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과 그 기록과 기억의 주관성에 대해

"기억이라는 것이 절대 '순수' 하거나 '변형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연구가 상당히 나와 있다. 누가 기억하느냐에 딸려 있는 것 만큼 언제, 누구와, 누구에게 그리고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사람들이 어떤 하나의 사건, 하나의 역사를 기억해내는 방법이 적어도 소위 말하는 역사의 '사실' 이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다만, 그것 또한 어떤 개인 혹은 또 다른 개인에 의해 기록되거나 기억된 해석이다. 

이에 관한 예를 하나 들어가면서 설명해보기로 하자. 내가 조사를 시작할 때 접하게 된 가장 공통적인 반응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게 묻기를, 뭐 하러 잊혀진 과거를 기억해내려 합니까?라고 한다. 나는 이 질문을 접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그때를 기억해내는 걸 그토록 싫어할까? 그 싫어함 자체가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것이 여러 사건이 가지고 있는 소름끼치는 성격하고만 관련 있는 것일까? 그런 사건의 성격은 역사책 페이지 안의 숫자와 통계 속에 지워져버렸는데, 아니면 적어도 몇 가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역사속에서 사람들과 공범의 관계를 갖는 것일까? 인도-파키스탄 분단에서는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모든 가족은 폭력에 있어서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 역사의 '추악한' 부분이 억눌려 있는 그들 가족 내부를 제외하고, 공개적으로 그것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해 무언가를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 인해 생성된 문헌과 기억 안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2. 목적과 의도에 따른 결과물, 그리고 제약조건들

"...말은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예컨데, 말을 입으로 뱉는 경우, 그것이 나타내는 어떤 굴절 같은 것, 어떤 생각이나 말에 대해 주저하는 것, 심지어는 어떤 느낌 같은 것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인터뷰를 특정 '모양으로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보통 인터뷰를 하는 사람과 인터뷰를 받는 사람 사이에 권력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터뷰가 가족들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여성이 타인과 이야기할 때 혼자 있는 일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시간은 대부분 짜투리 시간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집안일에 얽매여 있는 여성이 낼 수 있는 시간이 오직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들이 주변에 있으면 인터뷰에 끼어들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또 반대로 침묵을 종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은 흔한 일이다"

3. 까믈라벤은 다른 여성과 함께 자신의 책에서 언급한 그 수 많은 납치 여성을 찾아 구출하는 일을 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책으로 펴내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도대체 왜? 나는 의아했다.

"내가 이 책을 좀더 일찍 쓰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일을 하는 동안 보아온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악마가 이 땅에 내려온 것 같았지요..."

4. 목소리는 일종의 위계를 가지고 있다. 다 함께 하는 인터뷰에서-분단은 '가족' 역사의 일부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가족들은 주위에 어른(보통 남성)이 없이 누군가가 말하도록 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항상 말을 하는 것은 남성이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여성의 목소리를 되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되었다... 대부분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듣기를 원하거나 남성이 듣기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말한다. 

Kathryn Anderson과 Dana C. Jack은 어떤 논문에서 여성들이자기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별도의 두가지 관점을 사용하는데 이 관점은 때로는 서로 상충되는 관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 '하나는 문화 속에서 남성의 지배적 지위를 반영하는 개념과 가치 속에 짜여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개인적 경험이라는 즉각적인 실체에 의해서 알게 된 것이다. 경험이 지배적 의미에 맞지 않는 곳에서는 대체적인 개념도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은 자신의 삶을 기술할 때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사회에서 우세한 개념이나 관습을 표현하는, 익숙하고 공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어를 쓰려고 하며, 그럴 때 보통 자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은 죽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관점을 정확하게 듣기 위해서 우리는 스테레오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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