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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31, 2024

책, 테리 이글턴 Terry Eagleton, 『문화란 무엇인가 Culture』

책의 원제 Culture ; 독일의 Kultur라는 용어를 일본이 수입하면서 "문화"로 번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어적으로 Culture : cultivate, 경작하다라는 어원도 있고, cult 라는 종교적 의미도 있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文治敎化"(글로 다스리고 가르쳐서 변화시킨다)라는 말로 부터 '문화'라는 단어를 조어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대체적으로 그 의미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단어나 개념이라는 것이 단일 어원이나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되고 또 변용되면서 시대성/역사성을 띄고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특성이 가미되기도 한다. "문화"라는 개념을 둘러싼 근현대의 담론도 그러한 시대성/역사성/이데올로기적 특성을 벗어나기 힘들것이다. 테리 이글턴은 이러한 문화를 둘러싼 담론(특히 포스트모던 문화주의,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비평을 전개 한다. 물론 이글턴 자신의 주장 또한 그러한 시대성, 역사성을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 있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의 영혼》 을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이다. 

 "분명 사회주의에서 노동은 사회적 존재의 토대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생산의 큰 부분은 문화를 위해서 존재할 것이고, 자유로운 자기실현이라는 의미에서 문화는 노동으로 부터 귀중한 자율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경제적 잉여를 더 많이 창출할 수록, 그는 노역의 필요에서 더 많이 해방될 수 있다...경제적인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혁명이 필수다. 자본주의에서 축적을 향한 충동은 끝이 없으므로, 오직 사회주의만이 이러한 편집광적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 우리 근대인들은 시장논리로 인해 최소한 신석기 시대 조상들이 했던 만큼이나 힘들게 일한다. 기술은 착취를 폐지하는게 아니라 착취를 강화하는 식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생각했듯이, 노동이 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화 되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타인의 노동을 착취할 필요 없이 모두가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자기계발과 창조성을 발휘하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이다. 럭셔리한 공산주의 사회를 꿈꾸는 것이 하릴 없는 공상, 이상주의적 꿈인가? 아니라고 본다. 유토피아가 아니다. 가능하다. 기술이 착취를 강화는 것이 아닌 착취를 폐지하는 구조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과거 아동노동이나 노예매매가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아동노동이나 노예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활동에 대해 당시의 옛 사람들은 그것은 허무맹랑하고도 사회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온한 반역적 행동이라 했다. 첨단 기술과 높은 생산력에 기반한 럭셔리한 공산주의 사회에의 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오직 현재 질서에만 의지해서 사는 사람들에게만 비현실적으로 보일 뿐이다.


. . . . .[도서 요약]. . . . .

테리 이글턴은『문화란 무엇인가』에서 먼저 "문화"와 "문명" 개념의 주요한 차이점들을 검토하며 문화론, 문화주의, 문화적 상대주의 등에 대한 자신의 비평적 담론을 펼친다. 

1. 문화와 문명

문화는 1)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들 전체, 2)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 3)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 관습, 신념, 상징적 실천들, 4) 총체적 삶의 방식으로 정의, 분류될 수 있다. 허나 4가지의 분류가 그 구분선이 명확한건 아니다. 특히 '문명'이라는 개념과 대비되어 사용될 때에는 종종 그 기원적 의미를 넘어서 개념이 확장되거나 병용, 교차 혼용되기도 한다. 

문화와 문명은 원래 거의 동일한 의미였으나, 근대에 들어서 이 둘이 구별될 뿐 아니라 실제로는 반대말로도 여겨진다. 가령 문화와 문명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현 ; 독인인들은 괴테 칸트 멘델스존을 가지고 있는 반면(독일적 문화 Kultur), 프랑스인들은 향수, 최고급 요리, 샤토뇌프 뒤 파프(포도주)를 보유하고 있다(프랑스적 문명 Civilization)...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우편함은 문명의 일부이고, 우편함을 무슨색으로 칠하느냐는 문화의 문제다.

한편 생활방식의 총체로서의 문화라는 개념에서 본다라면, 자본주의 산업화 이후에 잃어버린 과거의 이상향, 실락원에 대한 노스텔지어로써, 문명이 더 지독스럽게 물질적으로 변해갈수록 문화는 더 고귀하고 현실 초월적인 것으로 상정된다. 여기에서 문명은 계몽주의의 언어에 속한다면, 문화는 낭만주의적 개념으로 제시된다. 문명 비판으로서의 문화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이다. 

2. 포스트모던 문화주의에 대한 비판

문화는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사를 오로지 문화로만 설명하는 문화주의; 다양성, 다원성, 상대성, 주변성에 대한 관심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인정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누락한다. 바로 문화의 물적/경제적 조건에 대한 고려이다. 그 모든 좋은 '문화'의 뿌리에는 수많은 노동과 고통, 피와 잔인함이 박혀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가, 시인, 철학자, 성직자, 무당, 족장 등의 문화적 업적은 노동의 필요에서 해방되어야만 가능한, 즉 타인 노동의 과실에 기반한 것이다.  

3. '사회적 무의식'으로서의 문화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이라는 의미에서의 문화란 가장 정교한 인간의 "의식 행위" 인데, 사회적 무의식으로서의 문화라는 개념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마르크스가 말한 인간은 "유적존재 Species being" 라는 개념, 또는 쟈크 라캉의 대타자라 부르는 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개체/개인으로서의 존재와 집단으로서의 인간(유적존재)의 차이. 개인/개체에게 언어, 문화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주어진 것,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속에서 습관, 관습화 되어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또는 집단적 의식의 흐름에 맞추어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문화라는 것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진행중이고 변화의 과정에 놓여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 언어, 종족, 계급적 집단, 공동체들간의 차이가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는 한편으로는 문화적 상대성으로 이해되는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는 문화적 우월성/열등성의 위계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시도들이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타 민족, 국가에 대한 식민지화속에서 문명/문화에 대한 우열 구분이라든가, 하나의 공동체, 국가내에서도 나타나는 고급/엘리트 문화, 대중문화, 저급문화, 소수문화, 서브컬쳐 등의 위계질서 세우기.

4. 문화의 사도, 오스카 와일드의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의 영혼》 이 꿈꾸는 세상

노동이 기계화 되고, 노동으로 부터 해방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적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되는 미래. 사회주의에서도 노동은 사회적 존재의 토대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생산의 큰 부분은 문화를 위해서 존재할 것이고 자유로운 자기 실현이라는 의미에서 문화는 노동으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노동의 기계화/자동화/지능화에 따라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적 잉여를 더 많이 창출하여 모든 인간이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을 확보하고 창조적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사회는 가능하다.

5. 문화의 물적 토대와 정치-경제적 문제에 대해 외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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