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ith Schalansky 의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상실과 기억에 관한 책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상실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갑작스런 부재와 동시에 남겨진 시신과 주인 잃은 소유물들을 어떻게 다룰지의 문제가 세월이 흐르면서 답변을 요구하고 행동을 유발하였으며 현존하는 것 보다 잃은 것들에 더 가치를 두는 인류의 행동양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실과 부재를 채우려 한다.
상실과 부재를 채우는 다양한 방식들; 망각, 공허, 상상, 상징, 의례, 기념물 등...
그렇게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방편으로서의 아카이브, 박물관, 도서관, 동물원과 자연보호구역들은 어찌보면 관리되는 공동묘지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작가는 대상의 부재로 인해 생겨나는 갑작스러운 공백과 그 남겨진 유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사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인류의 과거와 다양한 문화속에서 폭넓게 관찰한다.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평양의 투아나키 섬, 멸종된 카스피해 호랑이, 신화속의 유니콘, 살아 생전 단 한 채의 건물도 짓지 않고 폐허에만 매달렸던 건축가 피라네시, 복원 불가능한 무르나우의 영화와 유령처럼 맨하튼을 떠도는 그레타 가르보, 단편적 조각만으로만 남아 있는 사포의 싯구들, 포메라니아의 불타버린 성, 마니교의 창시자인 마니의 사라진 교리서들, 한때 그라이프스발트 항구를 교역의 중심지로 만들어 주었찌만 이제는 말라버린 리크 강, 숲속에 자신만의 백과사전을 설치한 외톨박이 남자, 철거된 동독의 공화국궁전, 달과 사랑에 빠져 먼 미래에 달에 살아가고 있는 월면학자의 이야기들은. 작가를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얻고. 각각 한편의 몽타주처럼 어렴풋이 완성된 얼굴을 갖게 된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이라는 책 역시 뭔가를 보존하고, 과거를 눈 앞에 되살리고, 잊힌 것을 불러내고, 침묵하는 것을 말하게 하고, 그 상실을 애도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라는, 그리고 이 책 역시 언젠가는 소멸이 불가피하리라는 작가의 말을 기억하자.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에는 많은 공백과 생략이 존재한다. 사포의 詩에 대한 작가의 언급처럼, 그 공백과 생략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환상을 시뮬레이션 하며. "모든 텍스트에,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나 기존의 단어에 투항하지 않는 감정들에, 규정되지 않은 거대한 감정의 왕국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