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Monday, December 01, 2025

책, 『알고있다는 착각 Anthro Vision』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 질리언 테트는 『알고있다는 착각 Anthro Vision』 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읽고 탐색하는데 사용했던 기존의 도구/이론/분석틀들 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복합적인 원인들을 포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세상속 진짜 문제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로 '인류학'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속담에 '물고기는 물을 볼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물을 보려면 어항밖으로 나와서 바라봐야, 즉 우리의 문제들도 다른 시각으로, 우리가 당연시 하는 것들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평가하고 바라봐야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이 비유의 대표사례로 소개한다. 그는 '혁신적 금융상품', '파괴적 금융공학'과 같은 용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리스크가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이여졌는지 이야기 하며, 이 사태를 금융 엘리트의 눈이 아닌 인류학자의 렌즈로 바라봤다면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리스크와 금융계 내부 모순을 사전에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인류학자들이 하는 것 처럼 낮선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문화를 수용하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맥락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때에야 비로소 그 사회에 맞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후변화와 전영병의 대유행, 금융위기, 인종차별주의, 광적으로 치닫는 소셜미디어, 정치분쟁까지,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사건과 갈등이 터져나오는 시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인류학의 활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낯선 진실을 발견하는 인류학자의 사고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 

1.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
2.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3.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

1부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 2018년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티와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을 거지소굴이라고 매도하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런 공공연하고 공격적인 표현들 덕에 우리 모두를 따라다니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문화를 피하고 경멸한다는 진실. 하지만 인류학은 낯선 것과 문화 충격을 수용하려는 시도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가르친다. 인류학은 이런 목적과 용도로 참여관찰이라는 도구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도구를 학술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와 국가 정책의 영역에서도 인류학의 원리를 차용하여 경영이든 정책입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다.

2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우리가 사는 방식을 '정상' 으로 여기고 다른 방식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모두 방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위험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저자는 상징의 힘, 아비투스, 질질끌기, 사회적 경계선에 대한 정의와 같은 개념과 도구를 활용하는 조직과 기업의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3부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 인류학의 힘은 우리가 사회과학에 귀 기울이고, 무엇보다도 숨겨진 무언가를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회과학에 귀를 기울이면 내부인이자 외부인이 되기 위한 참여관찰 도구를 수용하고 아비투스와 상호관계, 센스 메이킹, 주변 시야와 같은 개념을 차용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의 틀을 도입하면 정치와 경제, 기술을 다른 렌즈로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사무실이 필요한 이유와 지속 가능성 운동이 급부상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 * * * *

[독서평]
책의 제목(Anthro-Vision)을 보고 책을 선택하면서 내가 바랬던, 예상했던 바와는 간극이 큰 책이다.

인류학적 시야나 비젼을 제대로, 깊이있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인류학적 상술, 마케팅에 부역하는 인류학적 도구의 유용성을 피력하는 듯한 느낌. Antro-Vision에서 'Vision'의 의미가 1) the faculty or state of being able to see, 2) the ability to think about or plan the future with imagination or wisdom 이 아닌, 3) an experience of seeing someone or something in a dream or trance, or as a supernatural apparition 으로 읽혀 졌다.

책, 『밤의 여행자들』 by 윤고은

여행을 꿈꾼다는 것, 여행을 한다는 것은 통상 일상에서 벗어나는 약간의 일탈 행위이다.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이라는 소설은 묶여 있는 일상으로 부터 탈출하여 떠나는 '재난'여행이라는 세계로 안내한다. 하지만 그 여행은 낭만적 일탈이 아니라 '관광사업'이며 예측 불가능한 모험이 아니라 '기획된 상품' 으로서의 여행이다. 여행상품 기획자인 요나라는 주인공이, 여행상품의 소비자인 여행객이 되어 떠나는 재난여행의 이야기는 상당히 역설적이다. 

"(재난)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 내 삶에 대한 감사 →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실제적인 재난의 광포한 피해로 부터 한 발짝 물러나 안전한 거리에서 지켜보는 거리에의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느끼는 페이쏘스. 타인의 고통으로 부터 얻는 우월감과 안도감. 그런 재난의 상품화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결코 낯설지는 않것이다. 종종 뉴스로 소비되거나 영화라는 형태로 소비되거나 또는 여행상품일 수도 있다. 

* * * * * * * * * *

정글이라는 여행사의 여행 기획자인 요나. 능력있는 기획자였던 요나는 회사로 부터 '엘로카드'를 받는다. 그녀에게 직장은 이제 살아 남는 싸움을 해야 하는 정글이며, 그녀가 있는 서울 역시 생존해야만 하는 재난현장이 된 것이다. 장밋빛 미래가 사라진 퇴출위기의 요나에게 현실은 곧 재난이며 하루 하루의 삶은 생존의 전쟁이다. 그런 그녀에게 회사의 퇴출 여행 후보지인 '무이'라는 섬으로 떠나는 출장여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퇴출대상 여행기획자가 회사의 퇴출대상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 며칠 동안 관광객으로 위장한 요나는 재난 여행지로서의 '무이'를 점검한다. 문제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돌아가던 길에 그만 일행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가방, 여권, 지갑을 모두 잃어버린채 이방인이 되어 무이에 낙오되게 된다. 하지만 요나가 낙오되어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그녀를 걱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요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줄 사람조차 없다. 

재난 여행 지역에서 퇴출 위기에 놓여 있는 무이. 무이의 퇴출위기를 막으려는 '파울'이라는 존재는 무이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이에서의 재난을 기획하기로 한다. 그러한 시나리오에 작가가 초대되고 무이의 현지 주민들인 엑스타라와 주인공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치되면서, 요나도 파국의 시나리오에 끼어들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동적(?) 공범자로서...

재난 여행지로서의 무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획된 재난의 개봉일인 8월의 첫번째 일요일. 파울의 시나리오는 기획된 재난을 향해 하나 둘씩 준비를 마쳐간다. 이제 연출만이 남아 있는 시점. 그러나 기획된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진짜 재난이 엄습한다. 기획된 재난이 아닌 진짜 재난, 진짜 공포의 역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는 진짜 공포이다.요나는 사랑앞에서 진짜 공포를 체험한다.

* * * * * * * * * *

[한줄평] 소설의 내용이나 구성이 스펙터클하거나 긴장감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아래 산들바람 맞으며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