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을 전공한 저자, 질리언 테트는 『알고있다는 착각 Anthro Vision』 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읽고 탐색하는데 사용했던 기존의 도구/이론/분석틀들 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복합적인 원인들을 포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세상속 진짜 문제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로 '인류학'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속담에 '물고기는 물을 볼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물을 보려면 어항밖으로 나와서 바라봐야, 즉 우리의 문제들도 다른 시각으로, 우리가 당연시 하는 것들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평가하고 바라봐야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이 비유의 대표사례로 소개한다. 그는 '혁신적 금융상품', '파괴적 금융공학'과 같은 용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리스크가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이여졌는지 이야기 하며, 이 사태를 금융 엘리트의 눈이 아닌 인류학자의 렌즈로 바라봤다면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리스크와 금융계 내부 모순을 사전에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인류학자들이 하는 것 처럼 낮선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문화를 수용하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맥락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때에야 비로소 그 사회에 맞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후변화와 전영병의 대유행, 금융위기, 인종차별주의, 광적으로 치닫는 소셜미디어, 정치분쟁까지,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사건과 갈등이 터져나오는 시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인류학의 활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낯선 진실을 발견하는 인류학자의 사고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
1.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
2.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3.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
1부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 2018년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티와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을 거지소굴이라고 매도하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런 공공연하고 공격적인 표현들 덕에 우리 모두를 따라다니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문화를 피하고 경멸한다는 진실. 하지만 인류학은 낯선 것과 문화 충격을 수용하려는 시도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가르친다. 인류학은 이런 목적과 용도로 참여관찰이라는 도구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도구를 학술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와 국가 정책의 영역에서도 인류학의 원리를 차용하여 경영이든 정책입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다.
2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우리가 사는 방식을 '정상' 으로 여기고 다른 방식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모두 방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위험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저자는 상징의 힘, 아비투스, 질질끌기, 사회적 경계선에 대한 정의와 같은 개념과 도구를 활용하는 조직과 기업의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3부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 인류학의 힘은 우리가 사회과학에 귀 기울이고, 무엇보다도 숨겨진 무언가를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회과학에 귀를 기울이면 내부인이자 외부인이 되기 위한 참여관찰 도구를 수용하고 아비투스와 상호관계, 센스 메이킹, 주변 시야와 같은 개념을 차용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의 틀을 도입하면 정치와 경제, 기술을 다른 렌즈로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사무실이 필요한 이유와 지속 가능성 운동이 급부상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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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책의 제목(Anthro-Vision)을 보고 책을 선택하면서 내가 바랬던, 예상했던 바와는 간극이 큰 책이다.
인류학적 시야나 비젼을 제대로, 깊이있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인류학적 상술, 마케팅에 부역하는 인류학적 도구의 유용성을 피력하는 듯한 느낌. Antro-Vision에서 'Vision'의 의미가 1) the faculty or state of being able to see, 2) the ability to think about or plan the future with imagination or wisdom 이 아닌, 3) an experience of seeing someone or something in a dream or trance, or as a supernatural apparition 으로 읽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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