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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01, 2025

책, 『밤의 여행자들』 by 윤고은

여행을 꿈꾼다는 것, 여행을 한다는 것은 통상 일상에서 벗어나는 약간의 일탈 행위이다.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이라는 소설은 묶여 있는 일상으로 부터 탈출하여 떠나는 '재난'여행이라는 세계로 안내한다. 하지만 그 여행은 낭만적 일탈이 아니라 '관광사업'이며 예측 불가능한 모험이 아니라 '기획된 상품' 으로서의 여행이다. 여행상품 기획자인 요나라는 주인공이, 여행상품의 소비자인 여행객이 되어 떠나는 재난여행의 이야기는 상당히 역설적이다. 

"(재난)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 내 삶에 대한 감사 →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실제적인 재난의 광포한 피해로 부터 한 발짝 물러나 안전한 거리에서 지켜보는 거리에의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느끼는 페이쏘스. 타인의 고통으로 부터 얻는 우월감과 안도감. 그런 재난의 상품화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결코 낯설지는 않것이다. 종종 뉴스로 소비되거나 영화라는 형태로 소비되거나 또는 여행상품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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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이라는 여행사의 여행 기획자인 요나. 능력있는 기획자였던 요나는 회사로 부터 '엘로카드'를 받는다. 그녀에게 직장은 이제 살아 남는 싸움을 해야 하는 정글이며, 그녀가 있는 서울 역시 생존해야만 하는 재난현장이 된 것이다. 장밋빛 미래가 사라진 퇴출위기의 요나에게 현실은 곧 재난이며 하루 하루의 삶은 생존의 전쟁이다. 그런 그녀에게 회사의 퇴출 여행 후보지인 '무이'라는 섬으로 떠나는 출장여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퇴출대상 여행기획자가 회사의 퇴출대상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 며칠 동안 관광객으로 위장한 요나는 재난 여행지로서의 '무이'를 점검한다. 문제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돌아가던 길에 그만 일행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가방, 여권, 지갑을 모두 잃어버린채 이방인이 되어 무이에 낙오되게 된다. 하지만 요나가 낙오되어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그녀를 걱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요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줄 사람조차 없다. 

재난 여행 지역에서 퇴출 위기에 놓여 있는 무이. 무이의 퇴출위기를 막으려는 '파울'이라는 존재는 무이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이에서의 재난을 기획하기로 한다. 그러한 시나리오에 작가가 초대되고 무이의 현지 주민들인 엑스타라와 주인공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치되면서, 요나도 파국의 시나리오에 끼어들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동적(?) 공범자로서...

재난 여행지로서의 무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획된 재난의 개봉일인 8월의 첫번째 일요일. 파울의 시나리오는 기획된 재난을 향해 하나 둘씩 준비를 마쳐간다. 이제 연출만이 남아 있는 시점. 그러나 기획된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진짜 재난이 엄습한다. 기획된 재난이 아닌 진짜 재난, 진짜 공포의 역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는 진짜 공포이다.요나는 사랑앞에서 진짜 공포를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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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소설의 내용이나 구성이 스펙터클하거나 긴장감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아래 산들바람 맞으며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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