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흐의 작품에 등장하는 두 남성원리는 바로 카인(Cain)과 예수(Christ)이다. 그들은 같은 표식을 가지고 있으며, 카인의 표식은 x 나 + 로 쓰여지던 십자가의 표식을 예시해 주고 있다.
마조흐의 작품에서 카인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 카인은 우선 자연과 역사에서 죄의 편재성과 인간이 겪는 고통의 광대함을 상징한다("나에 대한 처벌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 너머에 카인이 "땅을 개간하는 자"이며 어머니의 총애의 대상이라는 또다른 사실이 있다. 이브는 카인이 태어났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의 편인 "양치기" 아벨의 탄생에 대해서는 기쁨을 표시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총애를 받은 카인은 아버지와 다른 아들간의 동맹관계를 끊기 위해 죄를 저지른다. 아버지의 모습을 죽이고 이브를 어머니-여신으로 만든 것이다(헤르만 헤세의 특이한 소설 『데미안 Demian』은 니체적인 주제와 매저키즘적인 주제를 혼합해 놓고 있다. 어머니-여신은 자신의 이마에 카인의 표식을 달고 있는 거대한 여성인 이브와 동일시 된다).
마조흐가 카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카인이 겪는 고통 뿐 아니라 그가 저지른 죄 때문이다... 카인의 유산은 바로 표식이며, 아버지에 의한 처벌은 환각상태에서 공격적인 아버지가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예수의 이야기로서, 여기에서도 아버지의 모습은 다시 한 번 폐기되고 있다("아버지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그러나 여기에서 아들을 십자가에 매다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다.
매저키즘의 세계에서 마리아에 대한 환상은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를 십자가에 매다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것이 바로 마조흐가 생각했던 "신의 죽음"인 것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다는, 그를 이브의 아들(Cain)이 가진 것과 같은 표식 아래 매다는 행위를 통해 동정녀 마리아는 어머니-여신, 위대한 구강적 이미지의 어머니의 목적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위에서 죽음을 당하는 것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인 신, 즉 아들에게 내재한 아버지와 닮은 모습인 것이다. 또한 여기서 십자가는 죽음에 대한 어머니의 이미지, 예수의 나르시즘적인 자아(카인)가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부활한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인 것이다....
- Gilles Deleuze, 『냉정함과 잔인성』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