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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19, 2023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보내는 조사

저 보다 창원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분들과 또 두터운 인연을 가지신 친구분들이 계시지만... 한가닥 얕은 인연의 끈을 가진 제가 감히, 여러 가족분들과 친구들을 대신해 창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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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아!!...

나에게 먼저 젯상에 절 받으니 좋냐? 이 놈아..


내심,, 내가 장수집안 출신이라, 내 너를 먼저 보내고 네게 절 할거라 당연시 하고 있었지만,, 


그게, 

그럴거란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다. 


나쁜 넘...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 보니 좋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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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알고 지낸게 근 30년... 대학졸업후 서로 삶을 살아가며 듬성듬성 만나 지내던 그 시간들은 기억이 희미해졌는데,


입학 30주년 기념 행사 이후 근래 3년 동안 너와 함께 지낸 시간은 너무 압축적으로 짧게 끝나 버렸네...


그 동안 너와 함께 다녔던 전국의 산하, 

1박2일 동안 달렸던 자전거 여행의 그 기억들..


"강물은 흘러갑니다 3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새벽비가 주룩주룩 철길을 적시네
   새벽비가 주룩주룩 지붕을 적시네
   삑삑 삑삑 기적이 울리면 

   이제 정말 나는 갑니다"


혜은이의 노래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크게 틀고, 

그 블루투스 스피커 음량보다 더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산하를 달리던 그 시간들... 

앞으론 불가능 하겠지...


어딜 가거나, 같이 있을때면,,

뭔 일이나 말을 할때 

"구섭아, 구섭아"를 후렴구 처럼, 추임새 처럼 

불러 대는 넌, 참,, 

손 많이 가는 친구였지. 손만원...


난 아침을 먹지도 않는데도, 

니가 오는 날에는 

'구섭아 뭐 먹을거 없냐? 

배고프다. 오늘은 뭐 먹는다냥??"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찌게 끓이고 밥을 지어

아침 공양을 받아 먹으며 당당했던 너.


하지만, 

날 찾아 올 때면 재원씨가 챙겨준 복분자술, 

구하기 쉽지 않은 귀한 땅벌담금주,

그리고 같이 먹자며 챙겨 온 수정방, 

위스키 등을 들고와 술을 마시며

너의 필수품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옛 노래들를 틀어 놓고 밤새 지내던 시간들..


여의루. 

너의, 여의루...


허름하고 좁은 여의도의, 너와 함께 했던 공간... 


이젠, 이상 창원이 네가 찾아 오지 않는,, 후회와 눈물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남도여행 떠나기 마지막날 여의루에 함께 자며, "앞으론 여의루에 오지마라" 라고, 매정하게 내뱉었던 나의 한마디가... 지금, 비수처럼살아나가슴을 찌른다.


다음날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구서바...여의루에서의 마지막 보내고 간다. 앞으론 여의루에 오지 않을께. 하지만,,, 가끔 신세질 수도 있다ㅎ" 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떠나던 .


마음속의 가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


창원아. 네가 여의루 떠나기전 마지막 사다 놓은 안흥찐빵이 아직도 냉장고 냉동실에 꽁꽁 얼려진채로 남아 있다


현관문 비밀번호는 언제나 처럼 0070 그대로 남아 있을터이니, 너 편할때 언제든 와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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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싯구를 읊조려 본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다..


내면 깊숙이 말들은 가득해도...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지며 


너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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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되돌이켜 보면, 

창원이 너는 내게 

"구서바~~ 사랑해~~"

라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무심하고 매정한 나는 지금껏 네게 

그 짧은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네... 


이제 뒤늦은 후회를 담아 말해본다.


"창원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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