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Monday, March 17, 2025

책, 『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 그리스 신화 ; 신화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신화를 들려주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신화를 암송하였다. 부엌에서 쓰이는 다양한 그릇에도 신화 속 장면들이 그려져 있었고 시인과 연설가, 철학자들은 예시를 들거나 중요한 과거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서도 신화를 인용하였다. 신화는 매우 심각할 수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우습거나 심지어 역겹도록 외설스러울 수도 있었다. 신화가 다루지 않은 인간의 삶은 없었다. 특히 신화는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신들을 기리기 위한 행사에서 신화의 서사시는 자주 낭송 되었다. 신화 이야기꾼들이 떠들던 신들과 영웅들은 그리스 전역에 있던 성소에서 숭배의 대상이었다. 

현대인들에게 신화가 매력적이고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쾌하거나 충격적이거나 심지어 혐오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이념은 변화하기 마련이고 이와 함께 젠더 감수성과 정치적 가치, 환경과 인간 관계에 대한 개념도 변한다. 모든 신화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최고의 이야기는 느끼고 생각하고 질문하도록 우리를 도발하고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독특한 힘이 있다. 

저자는 방대한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 오늘날까지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강력한 8가지 대표적인 이야기를 추려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단순히 옛날 신화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화가 어떻게 변용되고 차용되었는지, 당대의 삶과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각색되어 변화해 왔는지를 좇아간다.

인류 문명을 창조한 파괴적 존재 프로메테우스, 불안과 격정과 파멸의 악녀 메데이아, 비운의 재능과 무모한 열정의 파국을 가져온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 여성의 초월적 권력을 향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상의 투영으로서의 아마조네스, 복잡한 인간 심리의 표상으로서의 오이디푸스, 선택과 순위 매기기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파리스, 최고의 힘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헤라클레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애를 보여주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

8가지의 대표적인 테마를 읽으면서 들었던 개인적 단상들은 다음과 같다. 

1.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지 인간을 도왔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최고신 Jeus에게 대항한 죄 때문이지 않을까? 신들은 인간에게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신들간의 투쟁이 더 심각한 당면 과제였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를 쇠사슬로 묶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하는 형벌을 내린 것이리라.

2. 메데이아와 딸들에게 살해당한 펠리아스 이야기는 배신과 분노, 복수의 감정에 사로잡혀 통제를 벗어난 위험한 여자에 대한 경고. 여리고 착한 여자를 배신하지 마라!

3. 이카로스의 추락을 지켜보는 다이달로스의 고통에 찬 비극적 이미지는 단순히 젊은이의 치기와 무모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카로스가 자신보다는 더 높이 비상하기를 바랐으나 결국은 실패하여 추락하고 만 아들(후배)를 바라봐야만 하는 안타까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4.아마조네스 이야기는 단순히 강한 여성에 대한 성적욕망의 표출이라기 보다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면서도 강한 어머니의 상을 볼 수 있다. 프랑스 혁명 시절을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이미지, '공화국 어머니'라는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라고 본다.

5.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콤플렉스를 가진 인간이라기 보다는 복잡한 인물, 복잡한 인간 심리를 표상한다.  그의 비극적 운명은 신의 간계에 의한 것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 그가 스스로 선택한 운명이기도 하다. 필연/운명 vs. 자유/선택 이라는 인류사의 숙제.

6. 파리스의 심판은 신의 신판자, 품평자라는 인간의 운명. 그러한 신에 대한 평가/심판에 따르는 감당목할 결과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신은 무슨 이유로 인간을 신들의 심판자로 삼았던가? 

7. 슈퍼 영웅 헤라클레스. 하지만 영웅은 결국 비참하게 몰락할 운명이고, 죽음을 당함으로써 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8. 오르페우스 이야기에서 트라케의 여인들에게 맞아 몸이 갈기갈기 찢겨지고 머리가 참수된 오르페우스의 비참한 죽음은, 저승에서 나올 때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유혹에 떨치지 못해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지 못한 죄, 그리고 아내도 살려내지 못했으면서 다른 여성을 거부한 죄의 댓가라고 볼 수 있다. 

위의 8가지 이야기를 포함하여 그리스-로마신화는 대체로 6가지 주요한 주제를 다룬다. 가족, 이질적 존재와의 만남, 사물의 기원, 정치, 선택의 딜레마와 역설, 그리고 인간과 신들 사이의 관계. 무엇보다도 '인간과 신들 사이의 관계'는 모든 그리스 신화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주제이다. 이는 신화가 단순히 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이 얽힌, 인간에 대한,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하기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신화는 시간이 흘러서도 우리들의 삶과 사회속에서 변주되어 되살아 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