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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y 08, 2010

어른을 위한 동화,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 토미 드 파올라 글/그림, 정해왕 옮김, 비룡소, 2001

가끔 아이들의 동화책속에는 아이들만의 책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책이 있다.
또 하나의 어른을 위한 동화 『오른발, 왼발』 이라는 책.


* * * * * * * * * *

보비라는 이름은 가장 친한 친구인 보브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아직 갓난아기인 보비를 두고,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보비는 세살도 안돼서 ‘할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을걸, 그러면 ‘보브’라고 부르게 할 거야” 정말로 “보브”는 보비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준 분이었습니다.
“보비, 내 손을 잡아 보렴” 할아버지가 말했죠. “오른발, 왼발”

할아버지와 보비가 가장 즐겨하는 놀이는 오래 된 나무 블록 쌓기 놀이였습니다.

어떤 날은 탑을 거의 다 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재치기를 하는 바람에 탑이 몽땅 무너졌어요.

보비는 배꼽을 잡고 깔깔깔 웃었지요. 보비가 말했어요. “할아버지는 꼬끼리 블록만 보면 꼭 재채기를 해요”

할아버지는 보비를 무릎에 앉히고 많은 얘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할아버지 나한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쳤는지 얘기해 줘요” 보비가 이렇게 졸라대면,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곤 했지요. “난 네 작은 손을 이렇게 잡고 말했단다.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거라’ 라고 말이야”

보비의 생일이 지나고 며칠 뒤, 할아버지는 매우 아팠습니다. “할아버지는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단다. 뇌졸중이라는 병에 걸리셨다는 구나” 보비는 떼를 썼지요.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를 보러 가요”

한 달, 두 달 그리고 석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보비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비는 무척 놀랐습니다. 할아버지는 보비를 알아보지 못 하고, 계속 침대에만 누워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무시무시하게 들렸습니다. 보비가 소리치며 말했습니다. “엄마! 할아버지가 괴물처럼 소리를 내요” 보비는 얼른 방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 방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 얼굴에서 눈물 같은 것이 흘러내렸습니다. “할아버지, 도망가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보비가 말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보비는 할아버지가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보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보비는 얼른 계단 아래 작은 재봉실로 달려가서 선반위에 있는 블록쌓기 상자를 꺼내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 입가에 작은 웃음이 비쳤어요.

반쯤 쌓고… 거의 끝까지 쌓고… 이제 마지막 블록만 남았어요. “할아버지, 보세요” 보비가 말했어요. “이제 코끼리 블록만 남았어요”. 그 때 할아버지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재채기 소리 같았어요.

탑은 쓰러졌고 할아버지는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어요. 소리는 이상했지만 “보비”라고 말했고, 날이 갈수록 점점 또렷이 말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손까지 움직였습니다.

보비는 여전히 할아버지가 진지 드시는 것을 도왔지요.


날씨가 따뜻해지자,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와 잔디밭에 있는 의자로 옮겨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주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어요 “너, 나, 걷자” 보비는 할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잘 알고 있었어요. 보비는 할아버지 앞에 선 다음, 할아버지가 어깨를 짚고 일어서도록 했습니다. “좋아요. 할아버지, 오른발” 할아버지는 한 발을 움직였어요.

“이번엔 왼발”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여름이 끝날 갈 무렵, 할아버지와 보비는 잔디밭 끝까지 걸을 수 있었고, 할아버지는 날이 갈 수록 말을 점점 더 잘 할 수 있었습니다.

| 2009-02-04 22: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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