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이 어디십니까?"
사내가 앞을 가로막으며 말을 걸어왔다.
사내가 말과 함께 들큼한 술냄새를 뿜어 냈다. 와이샤쓰의 꼭대기 단추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현주는, 헤드라이트의 밝은 불빛에 드러나곤 하는 사내의 목줄기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깃털을 몽땅 뽑아 버리고 빨간 물감으로 염색해 놓은 수탉의 껍질 같았다.
튀어나온 울대가 그 껍질 속에서 재빠르게 꿈틀거리며 한 번 위로 올라 갔다가 내려왔다. 침이라도 삼켰나 보다. 아니면 무슨 말을. 어떻든, 사내가 긴장하고 있음에는 틀림없었다. 아마 꼼짝도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자기의 목언저리만 응시하고 있는 현주의 자세가 사내를 불안하게 한 것이리라…
- 『야행 (夜行)』, 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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