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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y 21, 2025

책, 『나는 왜 쓰는가』 by 조지 오웰(George Orwell)

조지 오웰(George Orwell). 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예전에 E-Book 으로 대충 읽었던 조지 오웰의 책, 나는 왜 쓰는가를 다시 펼쳐 읽어 보았다.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1936년부터 내가 쓴 심각한 작품은 어느 한 줄이건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맞서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들이다” 라고 설명...

1. 오웰이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 생활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와 부랑자/노숙자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스파이크> : "감금을 견딜 수 있는 건, 저기안에 위안거리가 있는 배운 사람들 뿐이다... (부랑자들에겐) 무위의 끔찍스러움을 견딜 자산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을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보내야 하는 그들로선 따분함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큰 법이다"

2. 영국 식민 통치의 앞잡이, 버마 식민지 경찰로 일 할 당시 사형 집행 업무에 참여한 이야기 <교수형> :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 있는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3. 발정난 코끼리가 족쇄를 풀고 뛰쳐 나가 사람을 밟아 죽이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자,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떠 밀려 코끼리를 총으로 쏴서 죽여야 했던 이야기 <코끼리를 쏘다> : "백인이 폭군이 되면 폭력을 휘두르고 말고는 자기 마음이지만, 백인 나리라는 상투적 이미지에 들어맞는 가식적인 꼭두각시가 되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나 ‘원주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안달하고, 그래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원주민’이 예상하는 바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게 그의 지배 조건..." 

4. <Spilling the Spanish Beans> : 1936~1939 스페인 내전 시기, 스페인 공산주의자들은 반혁명 세력이 되었다는 사실... 프랑코 파시스트 보다는 혁명을 더 두려워 했다. 혁명을 분쇄하라!

<Looking Back on the Spanish War> 스페인내전 참여때를 회상하다: "1936년 스페인에서 우리는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았다. 너그러운 감정과 제스처가 평소보다 쉬운 때였던 것이다. 비슷한 경우를 여남은 가지는 댈 수 있는데, 남들이 딱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속에 있는 무엇, 즉 당시의 특별한 분위기, 남루한 옷과 빛깔 화사한 혁명 포스터, 누구한테나 쓸 수 있는 ‘동지’라는 단어, 얇은 종이에 찍어 푼돈에 팔던 반파시스트 가요, 무지한 사람들이 중요한 말이겠거니 해서 딱할 정도로 자주 쓰던 ‘프롤레타리아의 국제적 연대’ 같은 말과 긴밀히 어우러져 있는 일들이다"

"이 사람(이탈리아 민병대원)의 최후가 어떠했을지 생각하면 이런저런 비감悲感에 젖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그를 만난 곳은 ‘레닌 병영’이었으니 그는 아마도 트로츠키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였을 텐데, 우리 시대의 특수한 여건에서 그런 종류의 사람은 게슈타포한테 살해당하지 않으면 대개 GPU(소련 국가정치보안부)한테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5. 프랑스 식민지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대체로 눈에 잔 안띈다. "열대의 픙경에선 이상하게 사람만 빼 놓고 모든게 눈에 잘 들어 온다. 말라붙은 땅도 석류도, 야자수도, 먼 산도 눈에 잘 뜨인다. 그러나 밭에서 괭이질하고 있는 농부만은 꼭 놓치게 된다. 그것은 그의 피부색이 흙색과 같으며, 그래서 보는 재미가 훨씬 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매일 오후 아주 나이 많은 여인들이 장작을 한 줌씩 지고서 내가 살고 있는 집 앞길로 줄지어 지나간다. 그들은 하나 같이 나이와 햇볕에 미라처럼 바짝 말랐으며, 예외없이 아주 작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주 동안 매일 언제나 같은 시간에 노년의 여성들이 장작을 지고서 줄지어 집 앞을 절뚝절뚝 지나갔건만, 그리고 그 모습이 내 눈에 분명히 비치었건만, 나는 사실 그들을 봤다고 할 수가 없다. 내가 본 건 장작이 지나가는 행렬이었다. 내가 우연히 행렬을 뒤따라가다가 묘하게 들썩거리는 장작더미에 시선이 끌려 그 아래에 있는 인간을 주목하게 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그 가련한 흙빛의 육신들이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반으로 접혀버린, 뼈와 가죽만 남다시피 오그라든 육신들 말이다"

6. 기억의 재구성. 과거가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건, 여러해에 걸쳐 따로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 볼 때 하나로 압축되며, 서사가 가미되기 때문이다.

7. 영국이란 나라 : “영국은, 자주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구절처럼 보배 같은 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괴벨스의 묘사처럼 지옥인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집안을, 상당히 고루한 빅토리아 시대의 집안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골칫덩이가 많진 않아도 찬장마다 해골이 넘쳐나는 집안 말이다. 이 집안에는 비굴하게 아첨을 떨어야 하는 부자 친척도, 끔찍이 들러붙는 가난뱅이 친척도 있으며, 집안의 수입원에 대해 함구한다는 단단한 공모가 있다. 또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좌절을 겪고, 실권은 대부분 무책임한 삼촌들이나 몸져누운 숙모들 손에 있다. 그래도, 집안은 집안이다. 나름의 언어가 있고, 공통의 기억이 있으며, 적이 다가오면 단결한다. 엉뚱한 식구들이 살림을 주무르는 집안―영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게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8. 진영논리 : "영국의 보수당원이라면 유럽에서의 민족자결권은 옹호하겠지만 인도의 그것에는 아무 모순도 느끼지 못한 채 반대할 것이다. 행위는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주체에 따라 선악 여부가 판가름되며, ‘우리’ 편이 저지른 일이면 어떠한 무도함이라도(고문, 인질 이용, 강제노동, 대대적인 추방, 재판 없는 투옥, 날조, 암살, 민간인폭격) 도덕적으로 색깔을 못 바꿀 게 없다"

9. <정치와 영어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라는 에세이는, 글 쓰는데 있어 좋은 충고를 담고 있으니 읽어 볼 만하다.

10, 정치적 글쓰기 : 작가가 정치에 관여할 때는 일반 시민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관여해야지 ‘작가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 다만 한 개인으로서, 외부자로서, 기껏해야 정규군의 측면에 있는 환영받지 못하는 게릴라로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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