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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y 01, 2025

책, 『모든 것은 빛난다 All Things Shining』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연 '허무주의'의 시대인가?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허무주의'라는 것; 신의 부재로 인한, 신적 성(聖)스로움의 의미체계가 없는 것..을 왜 허무주의라고 규정하는가? 라는 의문부터 든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저자들이 이야기 하는 논조에 공감하지 못해서 드는 의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래에 묘사된 세계가 암담한 허무주의적 세계의 모습 아닌가?

"우주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생각, 따라서 우주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의미가 신의 얼굴에 쓰여 있다는 생각은 단테 세계의 주요 특징을 이룬다. 달리 말해서 중세 기독교왕국은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자리가 정해져 있는 세계였다. 상상할 수 있는 한 허무주의에 가장 반대되는 세계가 이 세계였다. 중세의 세계에서 본래적인 의미를 갖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세계는 이런 의미들로 충만해 있었다"

저자들은 인간에 의해 버려진 신(神), 축출된 신의 자리에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채우려는 노력과 그 실패가 허무주의의 본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허무주의(Nihilism)란 기독교적 신의 부재일 뿐, 삶의 부정을 의미하는게 아니라고 본다.니체의 말처럼 신의 죽음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커다란 기쁨이다. 오히려 Deleuze 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삶의 긍정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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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 中 디스(Dis) 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디스의 도시는 감옥이 아니며 죄 많은 영혼을 가두기 위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신을 들이지 않기 위해 지은 요새이다. 거기에 사는 영적 '죄인'들은 자기충족적인 존재로서, 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반면교사인 사탄이라 불리운다. 그러한 사탄의 이미지는 데카르트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모습과 정확히 부합한다.

"데카르트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는 자신을 주체로서, 즉 내적인 사유와 욕망과 의지를 갖는 존재로서 이해하게 되었다..(중략).. 데카르트 이전까지 사람들은 자신을 주체와 대상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신의 피조물로 이해했다. 데카르트 이후 우리는 자신을 거의 무한히 자유로운 '의미의 할당자'로 보게 된다. 이런 할당자는 자신이 선택한 의미만을 자기 주변의 무의미한 대상들에게 부여한다"

데카르트에 이어 칸트는 자율적 주체에 대해 정의한다. 자율적 주체란 스스로 입법하는자, 자신이 세운 법률에 따라서 행동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자율성 'Auto-nomy' 에 대한 그리스의 어원을 살펴보면, Nomos 는 법(法)을 뜻 한다. 문자 그대로 자율성 Autonomy 은 자신의 법에 따르는, 반면 타율성 Hetero-nomy 는 타인의 법에 따른 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의지, 욕망, 감정, 판단에 따르는 자율적 주체라는 고군분투의 이미지가 주는 아름다움이, 신적 성스러움이 라는 이미지보다 못 하다 누가 말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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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저자들은 현대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신적 성(聖)스로움을 회복하기 위해 제시한 답은 '다신주의 Polytheism' 라 할 수 있다. 그 관점에서 Physis, Poiesis/Techne, Meta-Poiesis 라는 개념과, 퓌시스, 포이에시스 & 테크네를 아우르는 '메타 포이에시스 Meta-poiesis' 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메타 포이에시스는 어느 하나에 얽매이거나 치우침 없이 그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 기술, 그리고 그것들 사이를 부단히 옮겨 다니는 기술을 뜻 한다.이것은 일종의 들뢰즈가 이야기한 파도타기 또는 동양사상에서 이야기 하는 중용의 도와 그닥 차이가 없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저자들은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유일신교가 아닌 多神주의적 포용성을 이야기 하지만, 신에게로의 귀의라는 주장의 결론은, 그게 유일신교냐 다신교냐의 차이는 의미 없다고 본다. 결국 노예를 자처하는 결과 뿐...  

하지만 그럼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은, 노예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도 계속해서 존재 하리라는 것. 인류라는 종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신과 인간의 관계는 영원한 우주의 줄다리기 게임을 피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이 책 속에서 멜빌 Melville 의 <모비딕 Moby Dick> 이야기에서 인용한 문구를 상기해 본다.

"Ego non baptiso te in nomine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 sed in nomine Diab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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