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백년전 조상들이 세책(현세의 책 대여 서점에서 빌린 책)에 쓴 댓글들...
* 이 책 주인 보소. 이 책에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하여 세(貰)를 놓아 먹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어미를 종로 네거리에 갖다 놓고.. [금령전]
* 한 장을 빼어 놓았으니 등서(謄書) 하고 각판(刻板)한 놈의 죄를 생각하면 죄사무석(罪死無惜) 이라. [임경업전]
* 이 책을 세놓는 사람은 망하고 빌어먹고 보는 사람은 죽고 남지 못하리라. [구운몽]
* 이 집 책을 세 번만 갖다 보면 책 보는 사람의 기둥뿌리가 간데 없고 네 번만 보면 거지 되어 쪽박을 차고서... [홍길동전]
* 책 세가 대단히 비싸오니 여러 동포는 조람(照覽) 하오소서. [수호지]
* 책 주인 들어 보소. 이 책이 단권인 책을 네 권으로 만들고 남의 재물을 탐하니 그런 잡 놈이 또 어디 있느냐? [김홍전]
* 이 책 주인은 볼지어다. 책이 재미있어 잘 보았다마는 책 주인 모(母)가 생각이 절로 나서 기별하오. 부디 네 어미를 단장시켜 이 글 쓰신 양반에게로 시집보내라. [설인귀전]
* 이 책 보시는 양반은 남자는 좆이 꼴리거든 용두질하고 여자는 씹이 꼴리거든 서방질하거나 씹에다 손을 넣고 용두질을 치오. [옥단춘전]
- Source 『조선의 베스트셀러』, 이민희 지음, 2007, 프로네시스 펴냄
무지랭이 저급한 서민들의 쓰잘데기 없는 소리라고 폄하 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는,,, 성스런(?!) 작가가 생각하는 그런 독자가 아니다...
소위, 작가 혼자 쓰는 말 일지 몰라도 그 결과물로써의 산출물은, 확대 해석하자면 전 세계 수십억명이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으로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게 뭐,,, 문학이론에서 이야기 하는 "굴절"로 해석될 수도 있겠고.
암튼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난 이상, 작가도 그 이후에는 오로지 수십억명의 한 명인 '독자'로써 남을 뿐. 거기에 더 해져 복잡한 유통 구조까지 얽히면 더더욱 작가의 독점적 지위는 상실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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