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조 연간에 요직을 두루 역임한 채제공(蔡濟公, 1720~1799)의 글 ::
"근세에 안방의 부녀자들이 경쟁하는 것 중에 능히 기록할 만한 것으로 오직 패설(稗說)이 있는데, 이를 좋아함이 나날이 늘고 달마다 증가하여 그 수가 천백 종에 이르렀다. 쾌가(책 거간꾼의 집)는 이것을 깨끗이 베껴 쓰고 무릇 빌려 주는 일을 하였는데, 번번이 그 값을 받아 이익으로 삼았다. 부녀자들은 식견이 없어 혹 비녀나 팔찌 혹 빚을 내면서까지 서로 싸우듯이 빌려 가지고 그것으로 긴 해를 보냈다"소설이 개인과 사회에 끼친 폐해와 파장에 대한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글 ::
- [채제공(蔡濟公), 여사서서(女四書序)]
"패관잡서(稗官雜書, 소설 등)는 인재 가운데 가장 큰 재앙입니다. 음탕하고 추한 어조가 사람의 심령을 허무 방탕하게 하고, 사특하고 요사스런 내용이 사람의 지혜를 미혹에 빠뜨리며, 황당하고 괴이한 이야기가 사람의 교만한 기질을 고취시키고, 시들고 느른하며 조각조각 부스러지듯 조잡한 문장이 사람의 씩씩한 기운을 녹여냅니다. 자제가 이를 일삼으면 경사經史(사서오경과 역사) 공부를 울타리 밑의 쓰레기로 여기고, 재상이 이를 일삼으면 묘당(廟堂, 조상의 사당/묘와 업적을 기리는 일)의 일은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고, 부녀자가 일삼으면 길쌈하는 일을 끝내 폐지하게 되니, 천지간에 어느 재해가 이보다 더 심하겠습니까? 저는 지금부터 나라 안에 행해지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북경에서 사온 자는 중벌로 처단한다면 사특한 이야기가 소멸되고 문체가 진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Source : 『조선의 베스트셀러』, 이민희 지음, 2007, 프로네시스
- [정약용(丁若鏞), 문체책(文體策)]
정약용의 글이 압권이다. 마치 현대의 인터넷 폐인, 드라마 폐인, 게임 폐인에 대한 걱정과 근심, 한탄, 그리고 분노를 다루는 듯한...
그나저나, 요즘의 지식인/비평가들은 도대체가 창의성이 없어.
어찌 수백년전에 울궈먹던 이야기를 그대로 지껄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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