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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10, 2010

화상마(話桑麻)...

당나라 시절 맹호연(孟浩然)의 과고인장(過故人莊)..  "오랜 친구의 집에 들러" 라는 시 중에서
푸른나무 마울을 빙 둘러 에워싸고 녹수촌변합 綠樹村邊合
청산은 성곽 너머 비스듬히 누웠네 청산곽외사 靑山郭外斜
창문열어 채마밭 마주하고 개헌면장포 開軒面場圃
술잔들어 농사일 이야기하네 파주화상마 把酒話桑麻
화상마(話桑麻)... 농사일이라기 보다는 양잠과 길쌈질에 대한 이야기... 요즘말로는 회사 이야기, 또는 소소한 일상사 이야기 정도로 해석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다. 뽕잎 따다 누에치고 삼(대마) 삶아 길쌈하던 일들이.. 내 어릴 적에도 흔한 풍경이었는데...

누에치기...

새까만 점같은 알에서 꼬물꼬물 실가닥 같은 누에가 깨어나오면, 밭에서 따온 깨끗한 뽕잎을 도마에 올려놓고 잘게 썰어 뿌려주면 사각사각 뽕잎 갉아먹고 자라던 누에.. 누에가 자람에 따라 누에채반이 큰 방과 작은방을 장악해 나가면 사람들은 점차 문밖으로 밀려나갔다. 누에의 몸통이 약간 누런색을 띠면서 투명해지고 꼬리에서 하얗고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기 시작하면 때 맞추어 산에서 솔가지 꺾어다 방 한가득 채운다 .

누에를 차곡 차곡 솔가지에 얹어주고, 초 여름 정도임에도 고치를 틀기에 적절한 온기 유지하라고 굼불도 때주고.. 그 때가 되면 가족들은 누에에게 방을 내주고는 마루나 툇방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고치가 여물면 하나하나 뜯어내어 조그마한 앉은뱅이 책상에 가는 철사를 책상 양끝 홈에 얹어 놓고 철사를 빙빙돌리면서 고치 겉을 둘러싸고 있는 이물질과 얼기설기한 겉 터럭을 걷어내었다. 그러고 나면 하얀 속살의 타원형 고치만을 마대에 담아 내다 팔았다.

그렇게 내다 판 고치에서 명주를 뽑고 고치안에 있던 번데기는 도회지에서 간식으로 팔렸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도회지 사람들이 번데기를 먹는다는 얘길 처음 들었을 때는 누에 번데기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길쌈..

집 뒷밭에 삼나무(대마)를 심어 사람 키보다 높게 자라면 커다란 삼 쌂는 가마에 넣어 찐 후 껍질을 벗겨 낸다.

집 마당에서 풀 끌이고 물레 설치하여 할머니와 어머니 동네 아낙네들 함께 모여 풀질하면서 삼 껍질로 실을 잣는다.

허연 허벅지살 드러내 놓고 삼 가닥 두 개를 끝을 겹쳐 놓고는 손바닥으로 쓱쓱 굴리면 둘둘 말리면서 실이 이어져 나오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아 나중에는 허벅지가 벌겋게 까지고 멍이 든다 .

그렇게 만들어 놓은 삼베 실을 가지고 겨울이면 천을 짜는데 방에 베틀을 설치하면 크지 않은 시골 방이 꽉 찼다.

할머니, 어머니 번 갈아 가며 철커덕 철커덕 삼베 천 짜고 툇방에서 할아버지는 볏짚으로 철커덕 철커덕 가마니를 짰다 .

| 2008-12-10 14: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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