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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14, 2010

솔 출판사의 입장총서

가지고 있는 솔 출판사의 입장총서 시리즈를 정리해보니, “질 들뢰즈 : 대담” , “루이 알뛰세르 : 아미엥에서의 주장” , “쟝 보드리야르 : 섹스의 황도” , “발터 벤야민 : 베를린의 유년시절”, “T.W.아도르노 : 한줌의 도덕”, “에른스트 블로흐 : 희망의 원리 1 & 4 ”, “피에르 부르디외 “ 혼돈을 일으키는 과학” 등 8권이 있다.

90년대 초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뻬레스트로이카의 물결이 남한의 운동권에 불어 닥친 후, 사상적/이데올로기적 공황상태와 해체의 시대정신이 간행사에 묻어 난다.

[입장총서를 간행하며]
모든 가치가, 모든 이념들이 무너지고 있다. 쾌도난마하던 모든 입장들이 궤주라고 있다. 세상은 아연 대폭발 속을 아우성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혼란 속에 살고 있음을 즐겁게 받아들이자. 혼란이야말로 탄생의 징후에 다름아니다. 낡은 입장들의 공동의 서식지, ‘입장’의 어원 속에서 싹트고 그 서구적 전통 속에서 증폭되어온 요 원한 찬 이분법과 저 변증법의 제국주의가 정말 무너지고 있을 따름이다. 이 걸궂고 뒤뜬 도식 체계들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사막과 오아시스로 가르며 그 사이를 하염없이 왕복하였고, 가공된 적의 거울에 비추어 자신의 성화를 꿈꾸도록 충동 받아왔다. 우리는 이제, 우리를 그토록 오래 지배해온 이 사상적 단순성과 불모성을, 제 살을 씹으며 영양을 구하는 그 자기 마멸의 욕망을 부숴야 한다. 이미 붕괴하고 있는 이것들의 잔해에, 마저 망치를 휘둘러야 한다. 그러나 이 낡은 생각들의 전면적 부정만으로 신천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이분법, 가치의 부재를 유일한 가치로 만들어 버리려는,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하다. 서서 합체하는 남녀의 포즈는 외설일 뿐이다. 탄생은 실은, 무덤 속에 있다. 그것은, 죽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우리의 컴컴한 눈빛 저편에, 창공을 흡입하는 우리의 가쁜 호흡 속에 동시에 있다. 우리는 입장들 속으로 들어가, 입장들을 모집고, 입장 밖으로 나와야 한다. 우리가 ‘입장’ 총서를 간행하는 참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독자들이여, 그 본래의 입장 탓으로, 목적론적 이분법을 먹고 살아가는,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입장들 속으로 깊이 침범하시길….. 그리하여, 그것들이 가리켜 보여주는 위기의 풍향을 거슬러, 살을 찢는 섬뜩한 고통으로 열려나가시길….. 우리가 제시하려는 ‘입장’들은 자신의 선명한 내세움 속에서 자신의 긴박한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 그러니까, 입장 속에서 입장의 해체를 적극적으로 감행한 입장들이다. 저 낡은 전통의 와해를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 맑스,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들의 텍스트였다면, 이 창설 주체들의 비빔밥이자 이들의 사생아 들은 더욱 가속적으로 자기 해체의 모험을 전개시켜 왔다. 불행하게도 한국적 순수주의는, 그 입장이 무엇이든, 저들의 적자만을 고집해 왔고, 당연히 끔찍한 철학의 빈곤, 허울만 변혁의 때깔을 입힌 완강한 보수주의 속에 침거하고 있었다. 이제 적자들의 표장에 가새를 지를 때다. 저주받은 사생아들에게서 이른바 ‘수정주의’의 낙인을 떠어낼 때다. 이들의 고통스런 모험의 궤적이 곧 자기 배반의 역사임을 안다면, 독자들이여, 당연히 또한 이들을, 이들도, 부스며 넘어가야 한다. 그로테스크한 이질성들의 숲 속을 가로지르며, 우리 저마다의 입장, 그 맹목적인 동질성을 무너뜨리는 반역의 행위 속에서. - 간행 위원 김진석, 정과리

아… 10여년이 흘렀건만 철학적, 사상적 지반은 견고해 지고, 그 입장은 명쾌해 졌는가?


[ 질 들뢰즈(Gilles Deleuze) : 대담 1972~1990 ] 의 짧은 서문. 몇 번씩 눈길이 간다.

거의 이십 년에 걸친 대담 원고들을 한데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가?
때로 협상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어 그것이 여전히 전쟁의 일환인지 아니면 벌서 평화의 일환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철학은 시대에 대한 분노와 불가분의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보장하는 평온함과도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철학은 권력이 아니다. 종교들, 국가들, 자본주의, 과학, 법, 여론, 텔레비젼 등은 권력이지만, 철학은 아니다. 철학 속에 커다란 투쟁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이상주의-사실주의 등등), 그것은 그저 웃자고 하는 논잳을일 뿐이다. 권력이 아니어서 철학은 권력자들과 전투를 시작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철학은 그들에 대항하여 전투 없는 전쟁, 유격전을 이끈다. 철학은 그들과 대화하지 못한다. 아무 할말도 없고 전해줄 것도 없다. 그저 협상을 이끌 뿐이다. 권력들이 외적인 것으로 머물지 않고 우리 각자의 내부로 침투하는 것인 만큼, 바로 우리 각자가 스스로와 싸움을 벌이고 협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철학 덕분에. - G.D

기나긴, 어쩌면 영원히 지속되는 유격전과 협상

| 2009-01-09 22: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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