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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06, 2010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책을 참으로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쓰셨다.  감히 문외한으로써 촌평을 하자면… 마치 그림을 보듯, 선생이 표현하고자 하는 뜻과 들려주고자 하는 시가 나타내는 사상(寫像, 事象, 思想 모두)을 잘 나타내고 한시의 깊은 세계로 잘 인도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개해 주신 시들 모두 좋지만 그래도 처음 맞닥뜨린 이달(李達) 先生의 『제총요(祭塚謠)』… 그 이미지, 쉬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흰둥개가 앞서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白犬前行黃狗隨
들 밭 풀 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野田草際塚纍纍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老翁祭罷田間道 
저물 녘에 손주의 부축 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日暮醉歸扶小兒

세상의 험악한 일로 먼저 자식을 떠나 보낸 늙은 부모가 자식의 제일을 맞이하여 아직 어린 손주와 함께 자식 무덤에 제사 지내러 갔다가 슬픔에 겨워 제주로 서러움을 달래다가 느즈막히 손자의 부축을 받고 취해서 돌아오는 광경을 설명해 주신 정민 선생님의 설명처럼 애절함이 묻어 나는 시이다.

사실 애닯은 느낌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노인-늙음(곧 죽음을 바라보는 종결태)와 어린이-생성(이제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야 할 무한한 가능태)의 어울림.

그 상호 보충과 간극의 이미지가 이 시의 감상을 더욱 극대화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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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무덤이 깊은 산 중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죽은 자의 쉼터와 살아 있는 자의 공간과 그다지 거리가 멀지 않다. 아니 그 구분이 없다. 삶과 죽음의 혼재... 바로 몇 걸음 뒤 집 뒤에, 밭 옆에, 논 두렁 곁의 조금 둔덕진 언덕에, 낮은 야산의 모퉁이 모퉁이, 산 자가 움직이는 곳 곳에 온통 죽은 자의 쉼터가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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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내 할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당신이 돌아가시면 묻힐 자리를 당신이 살고 계시는 집 가까이 자리를 정하고 미리 봉분을 마련해 두셨다.  순간 생각 해 본다… 살아 있는 내가 내 자신의 내 무덤(죽음)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

| 2009-02-10 23: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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