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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pril 06, 2012

에로티즘의 세계와 사유 세계의 근본적인 양립 불가능성?

에로티즘의 세계와 사유 세계의 근본적인 양립 불가능성? ;

인류는 겉보기에는 이웃이지만 기실 서로서로 낯선 세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따금 그들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도둑의 세계와 수녀원의 세계는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별과 다른 별 사이의 거리보다도 멀다고 할 수도 있다. 이 각각의 세계들은 서로를 모르며, 배척한다.

그러한 양립 불가능성은 한 개인에게서도 보인다. 가족 내에서 남자는 상냥하기가 천사같다. 그러나 밤이 오면 그는 타락의 세계를 뒹군다. 가장 놀라운 것은 각각의 세계는 다른 세계를 모르거나 적어도 모른 척하는 것이, 세계들의 규칙이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아버지는 딸과 놀아줄 때는 자신이 중독된 돼지처럼 즐겨 찾던 못된 장소들을 잊는다. 딸과 어울리는 상황에서 일체의 까다로운 규칙들을 어기던 불결한 자신이 기억난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비슷한 비교를 해 보자면, 집에서는 아이들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어르는, 상냥하고 그저 평온해 보일 뿐인 농부들도 전쟁터에서는 방화하고 약탈하고 죽이고 고문한다. 그들이 그렇게 다르게 처신하는 그 두 세계는 서로 낯선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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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칸막이를 그렇게 견고하게 만드는, 즉 인간의 항구적인 이미지로서 일관된 "반성적 사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일정한 반성적 형태를 갖는 인간들의 세계와 배척받는 세계는 아예 처음부터 전혀 관련이 없으며, 있더라도 아주 미미하다. 그 세계를 입에 담을 수 는 있지만 우리는 그것과 거리를 유지한다.

사유는 그것을 바깥에서, 높은 곳에서, 거만하게 굽어본다. 사유 측에서 볼 때, 그 세계는 마치 의사가 환자들을 다룰 때 그렇듯이, 엄밀히 말해, 자신은 게임에 말려들지 않는 채 바라볼 뿐인 대상인 것이다.

사유는 사유를 구성하는 이해 가능한 인간성의 영역과 저주의 영역을 결코 혼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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