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궁극적 기원, 또는 무한원점, 즉 神으로 부터 세계와 인간이 발전해 오고 있다는 종교적 진화론의 관점에 대하여...
자연사에 대해 말하자면, 레비-스트로스는 린네의 분류표가 없었으면 다윈의 진화론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린네의 차이 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개체들은 이질적인 장소(토포스)에 속해 있는데 반해, 린네는 이미 '균질공간'을 전제하고 있었다. 즉 그에게 종(種)의 분류표는 비교해부학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상이한 종이라 할 지라도 이미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론적인 시간성을 부여한 변환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진화론은 아직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다. 다윈 이전의 라마르크 또는 라이프니츠, 헤겔의 진화론이다. 다시 말해 감성적인 것에서 이성적인 것으로의 발전으로 보는 목적론적인 원근법에 의해 생각할 수 있는 진화론이다. 사실 다윈의 진화론은 그러한 진화론의 원근법을 해체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두가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떤 체계 속의 개체가 우연히 변이하는 것과 그러한 개체에 의해 체계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다.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그저 우연에 의한 변이가 사후적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듯하게 이해될 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다윈의 진화론이 다윈 이전의 진화론과 유사한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져 있다는 점이다...
프로이트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푸코가 지적한 '이성과 광기의 분할'과 광인에 대한 공간적 배제와 감시하는 사태... 고대 이전에도, 중세에도, 물론 이성과 광기의 구별은 있었다. 하지만 광인들이 다른 차원의 성스러운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여겨지고 잇는 동안 그들은 이질적인 존재로 간주되긴 하였으나 공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더이상 성스러운 차원에 속하지 않고, 같은 인간이면서 단지 이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간주되기 시작했을 때 광인은 공간적으로 배제되기 시작했다. 즉 '균질적 공간'이 상정되었을 때 광인은 이질적인 존재로서 공간적으로 배제된 것이다...
프로이트는 저차원 단계나 심층이라는 사고에 대해 거부했다. 그는 '심층'대신 자유연상 또는 꿈에서 표층적으로나타나는 정보의 연합과 통합의 배치에 주목한 것이다. 프포이트가 "무의식"이라고 칭했던 것은 우리 의식의 원근법적 배치(선적, 통합적) 속에서 무의미하고 부조리한 것으로 배제되는 표층적 배치이다. 역설적이게도, 프로이트의 본질적인 새로움은 '심층(深層)'의 거부에 있는데도 그가 심층의 발견자로 간주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이트派 정신분석은 헤겔적인 관점으로 귀결되기 쉽다. 헤겔의 '정신'이란 태초라는 소실점에서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보는 듯한 시점이다....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는 '심층의 발견'이라는 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한 것을 해체하려고 했던 그들을 '심층의 발견자'로 만들어 버리는... '앎(이데올로기?)의 원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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