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 정호승읽으면 읽을 수록,,, 맘이 찡하다.
중년의 여자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있다
누가 신다 버린 낡은 운동화를 신고
주저앉을 듯 선 채로
때묻은 보따리는 바닥에 내려놓고
포장 사이로 그믐달은 이미 기울었는데
한잔 건네는 소주도 없이
잔치는 사라지고 국수만 먹고 있다
파를 다듬고 생선살을 발라내어
치자빛 전을 부치던 그 봄날의
잔치는 어디 가고 빈 그릇만 남았는가
첫날밤을 울리던 새벽 장닭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고
돼지우리를 밝히던 고향의 푸른 별빛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여자는 남은 국물마저 훌훌 다 들이켜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옆구리에 보따리를 꼭 끼고 느릿느릿
발자국도 안 남기고
길 없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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