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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03, 2013

[Scrap] 감추고 싶은 노인 자살


언론에는 많은 자살 사건이 보도된다.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건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취업을 못한 청년의 자살, 직장을 잃은 중년 가장의 자살도 보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에서 모두 1만 204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33명꼴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7957명의 1.5배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율은 26.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그 만큼 많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1985년만 해도 전체 자살자는 3688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11.5명에 그쳤다. 그런데 외환위기의 파고가 몰아친 1998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19.9명으로 늘어났다. 그뒤 잠시 주춤하다가 2002년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잠깐 반짝하던 경기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이어 신용카드 대란에 뒤따른 신용불량자의 급증, 가계 파산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까운 목숨을 끊는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속깊은 사연은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자살자의 연령은 따져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살이 급증하는 원인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1995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보면, 연령에 따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2005년의 자살통계를 보면 고령계층일수록 자살자 수가 매우 높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30대 후반까지는 전체 평균(26.1명)을 밑돈다. 그러나 60대 초반은 48명, 70대 초반은 74.7명으로 고령계층일수록 자살자가 많다. 과거에 견줘서도 크게 늘었다. 이는 성적 비관, 실직 비관 등 언론에 흔히 보도되는 것과 달리 정작 가장 심각한 것은 "노인자살"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은 2005년 현재 30퍼센트에 이른다. 1~3페센트에 불과한 영국.독일.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미국의 15퍼센트, 일본의 19.8퍼센트보다도 훨씬 높다. 노르웨이 등 몇몇 북유럽 쪽의 예외는 있지만,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것은 대체로 노인복지가 뒤떨어진 나라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생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연금제도가 부실하니 모아 놓은 재산이 없고 자식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면 노인들도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도 없고 힘도 떨어지는 이들이라 단순노동에 종사할 수 밖에 없고,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고령 노동자 대부분은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가구 넷 가운데 하나는 한 달 가구 총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고령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인들은 그나마도 나쁜 일자리를 놓고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건강이라도 나빠지면 생계는 더욱 막연해지고 의료비도 걱정해야 한다. 노인자살의 급증은 노인들의 이러한 처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리라...

- 정남구,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시대의 창,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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