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된 틈을 비집고 나온 몸
토노 스타노(Tono Stano), 감각(SENSE), 1992년
장석주는 『풍경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이 검은 배경의 사진 속 여성의 몸은 은폐와 노출의 절묘한 접함점 위에 서 있다. 이 몸은 드러나 있는 것도 아니고 드러나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얼굴에서 목을 거쳐 가슴과 복부, 그리고 허벅지와 무릎, 다리와 발끝까지 드러난 몸은 절개된 틈이다. 완전히 발가벗은 전신상을 드러내 보였다면 이토록 에로틱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몸의 매혹은 감춤과 드러맨 사이에서 아슬하게 보여주는 완벽한 조형적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보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 체형'의 몸들과 이 몸은 얼마나 다른가. 그러나 이 몸은 이미 정상과 보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기호화된 몸이며, 문화적 텍스트로서의 몸이다. 이 몸은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몸이 아니다. 이 몸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가로질러온 현재의 몸이다. 이 몸의 뒤에는 통제.관리.조작의 정교한 시스템이 숨어 있다. 하지만 일체의 추상화.이념화를 거부하는 이 몸의 눈부신 자명성, 혹은 즉물성은 그것들을 단숨에 압도해버린다." - 『풍경의 탄생』, 장석주, 인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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