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Friday, November 29, 2013

[Scrap] "문제는 사진이 투명한 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근대인들은 그림이나 글보다도 더욱 확실한 표상 매체를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사진은 그러한 요청에 의해 탄생되었다. 사진이 이 시기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거나 알고 있다고 믿는 근대의 모습이란 '사진으로 표상된' 이미지를 통해서 출현하며, 그 이미지로 근대를 이해하고 설명한다. 문제는 사진이 투명한 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계적이고 자동발생적인 재현방식에 따라 외계의 사물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에 대해 정확하고 틀림없는 표상 매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누가 재현했느냐에 따라 사진의 사태는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식민지 시기 조선의 이미지는 주로 일본인들에 의해 생산되었기 때문에 왜곡된 경우가 많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투명하지 않다. 따라서 사진으로 재현된 이미지 이면에 작동하는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 주목하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근대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다 보면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되 사진들과 만날 수 있다. 정치적인 목적에서, 학술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대중문화적인 맥락 등에서 많은 사진들이 생산되었으며, 이 사진들로 근대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 중에는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우리의 인식이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기생 사진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생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면서 '기생만들기'에 참여한 다양한 담론들과 재현 주체들을 밝히고자 했다...

식민지 조선의 근대 사진을 바라보는 기본입장... 여기서 '재현의 정치학'은 실재와 재현의 관계만을 묻는 기존의 재현 이론을 넘어 그 재현을 누가 했는지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재현했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그동안 사진은 어떤 매체보다도 현실 유사성이 강하기 때문에 실재와 얼마나 닮았는가에 큰 관심을 두어왔다. 그러나 사진이 실재와 닮아 보이면 보일수록 그 뒤에 숨어 있는 재현 주체는 은폐되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사진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재현 주체를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며, 재현 주체의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읽어내야 한다."

- 출처 : 『경성, 사진에 박히다』, 이경민, 산책자


* 어떤 측면에서, 저자의 이야기, 인식틀은,,, 근대 인식의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からたにこうじん)의 "풍경의 발견"이라는 것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