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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09, 2013

[Scrap] 선교사들의 은신복으로 사용된 조선의 상복과 삿갓


상복을 입고 삿갓을 쓴 상주의 모습. 
부모의 상을 당한 죄인은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주의 어려운 처지와 복장을 적절히 이용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서양의 선교사들이었다. 샤이에 롱(Chaille Long 1842~1893)은 상주(喪主)의 차림새를 묘사하는 가운데서 그것이 얼마나 선교사들에게 유용하였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선을 끄는 건 모자인데 그야말로 우산과 다를 바 없이 어깨까지 완전히 덮어서 얼굴을 전혀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상을 당한 사람의 슬픈 얼굴을 굳이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게 관습이다. 가톨릭 선교사들은 이러한 상복의 특수성에 주목해 그것을 입고 이 땅에서 다년간 무사히 활동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우리의 관습과 상복의 특성을 정확하게 묘사했다.

상주는 차림새가 남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주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결정적인 허점으로 작용했다. 선교를 위해 조선에 잠입한 신부와 선교사들이 끊임없는 박해 속에서 몸을 은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마련한 셈이었다. 그들이 상주가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처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죄인의 옷,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지 못한 죄를 씻기 위해 입는 상복이 종교를 통해 죄사함을 받기를 전하는 선교사들의 은신복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당시의 사회적 구조와 관습이 만들어낸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해 죄인들과 함께 해야 하는 사제들의 처지와 상복, 그 기묘한 만남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 상복, 『선비와 피어싱』 조희진,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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