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를 꼿꼿이 치켜든 독 오른 뱀 앞에서
개루리 홀로 얼어붙은 듯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
비늘 돋친 이 독한 세상마져 잊어버리려는 듯
투명한 눈을 반쯤 내려감은 채
마른 번개 널름거리는 캄캄한 아가리 속 꿈틀거리는
욕망이여, 온몸 징그러운 무늬의 삶이여
예서 길이 끝나는구나 벼랑 끝에 서고 보니
길없은 깊은 세상이 더 가까워 보이는구나
마지막 한 걸음, 뒤에서 등을 밀어
그래, 가자 가자
신 한 켤레 놓여 있는 물가
멀리, 깁고 기운 물갈퀴 하나
또 한 세상 힘겹게 건너고 있다
- 송찬호, [문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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