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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31, 2010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 Philip K. Dick, 1968

1968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982년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Philip K. Dick의 소설이 영화화 된 것은 블레이드 러너 이외에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이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보여준 암울함과 모호함의 분위기는 소설보다 시각적 Impact가 좀더 컸던것 같다.

영화에서는 Replicants로 지칭된, 인조인간(Androids)의 새로운 모델인 Nexus-6 중 일부가 식민지 화성을 불법 탈출하여 온통 회색빛 먼지로 뒤덮힌 지구로 숨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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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nty Hunter, 인조인간을 사냥하는 일종의 현상금 사냥꾼인 Rick Deckard.
그의 존재도 모호하다. 하지만 고민의 중점은 “존재” 자체나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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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에게 영혼이 있는가?
혹은 제목이 나타내듯이, 기계도 꿈을 꿀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얼마나 무의미하고, 또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인가?


“인간(내 형제)”과 “비-인간(집단 테두리 밖의 나머지, 또는 적)”을 나누는 구분선(線)으로 ‘영혼의 존재’ 여부를 제기하는 것은 이미 인간-비인간의 구분을 결론지은 질문이며, 이미 오래 전에 노예에게는 영혼이 없다라는 신학적 판결로의 귀의를 통한 안전한 도피를 목적으로 한다. 

그래도 혹여 ‘영혼’의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라면 - 들뢰즈의 말처럼- 그(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죽음과 자살을 구분 못하게 하는 일종의 가속(加速), 충동같은 것이 있다면, 그 모호한-인간의 독점적 소유물이라는- ‘영혼’의 비난으로 부터 비켜서는게 아닐까?

Androids건 Humanoids건 혼란, 절망, 회의, 공포로부터 고통받고 괴로워 하는 것은
‘존재’나 ‘정체성’의 혼란, 회의로부터가 아니라, 그가 혹은 그들에게 주어진, 또는 그렇게 내던져진 그(들)의 “역할”과 "소속"으로 부터이다.


“우리들은 기계일 뿐이에요. 마치 공장에서 찍혀나온 병뚜껑들 처럼. 내 자신이 ‘개인’으로 실존한다라는 것은 환상이에요. 나는 단지 한 유형의 표상일 뿐이죠 (We are machines, stamped out like bottle caps. It’s an illusion that I – I personally – really exist. I’m just representative of a type)”

Rachael의 말은 비단 안드로이드만이 아닌 휴머노이드을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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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kard의 ‘용도폐기 혹은 회수 (Retire) 대상 중의 하나인 Luba Luft를 찾아간 미술관에서 뭉크(Edward Munch)의 1893년 작품인 절규(The Scream)가 등장한다.

그 절규는 용도폐기의 대상뿐만 아니라 그 집행자인 Bounty Hunters 모두가 외치는 고통과 회의, 불안, 공포의 외침이다.

그런데 무서운 사실은,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Bounty Hunter의 절규는 실존적 고뇌로부터의 울림이 아닌, 하루 사이에 일곱이나 폐기시켜야 하는 업무과중에 의한 피로나 권태감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

 | 2009-02-01 20:28:57

Friday, January 29, 2010

[시대단상] 아이티에 간 구조대원과 스위스에 간 이명박 대통령 가족

[2010/01/29 23:24:59]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

다음 뷰(Daum View)를 읽다가 어제 MBC 의 아이티 구조활동에 나선 구조대원과 한국 대사관에 대한,  특히나 도미니카 대사의 열 받는 이야기에 대한 기사 이야기를 들었다.

대체로 격분한 글들이 많았고(대사를 파면하느니, 당장 소환하느니,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영구히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느니 등),나 또한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과 대사관의 행위에 열이 받을 대로 받아 너무나 어이없고 허탈하고 속 뒤집히는 감정이었는데, 한 편으로 "최재천의 시사 큐비즘"의 글을 읽고 다른 각도로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 도미니카 대사도 몰려드는 업무의 압박속에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을 수 도 있고, 본국(서울)의 지원없이 몇 안되는 직원과 자원으로 혼자 독박 쓰다보니 힘들고 찌증나 있는 상태에서 인터뷰 하다보니 그런말이 나올 수 도 있으리라.

글 링크 : 최재천의 시사 큐비즘
"도미니카 대사관은 한국 외교의 축소판"( http://blog.ohmynews.com/cjc4u/318243)

그래, 도미니카 대사 개인의 문제로, 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건 아닌 것 같다. 대책없는 정부의 쇼!! 정책, 무개념 대응이 더 문제다.

예전에 이런 유행어가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탓 이다"라는,
요샛말로 옮기면,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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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명박 대통령은 딸, 외손녀와 대통령 특별기로 스위스 다보스로 날아가 모처럼만의 즐거운 휴가를 잘 보내고 계시는지? 아이티에 간 구조대원은 더위와 피로와 싸우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눈과 스키와 싸우고 있겠네요. 이 대통령님... 추위와 스키타다 낙상에 조심하세요!!!


[추신 : 2010/02/03 am00:40]

댓글에도 썼지만 엠비씨가 사과방송 했다. 그래 언론에서 사기치고 잘 못한 건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라고 본다....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 여러 경로의 글을 통해 읽어봐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무작정 짐 싸들고 자기 홍보하고 사진찍기 위해, 주위사람 아랑곳 하지 않고 순전히 자기 만족감(또는 숭고한 사명감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에 민폐 끼치며 자원봉사 떠나겠다고 여기저기 소란을 떠는 사람들(거기에는 언론도 포함된다)에 대한 호소라는 점... 그건 겸허히 인정하고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받는 것은 속된말로 현장에서는 x뺑이 치는데 쇼를 하고 있는 서울의 어르신들에 대한 분노는 여전하다.

세상의 이치는 그러한가? 뺑뱅이 도는 놈은 따로 있고, 돈과 명예 챙기는 놈 따로 있고...

풍류(風流)

오늘 [조선 지식인 비평 노트]라는 책을 잠시 읽게 되었다.

옛 선비나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혹은 TV 드라마를 보면서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시제(詩題)나 운(韻)을 띄우고 즉석에서 시문을 지어 문답을 하는 모습

예전에는 그저 그러려 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 문득 책을 읽다 드는 생각은, 옛 사람들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먼저, 상황이 어떠하든 일상다반사로 풍류를 안다는 것이 그 하나요(그 “풍류”는 단지 놀고 즐기는 계기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거나,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목숨이 오가는 정치적 갈등과 암투의 현장에서도 그러하다)

자연을 벗 삼아, 주변의 사상(事像)을 공부의 계기로 삼는다는 게 그 하나요,

마치 째즈 연주처럼 즉흥적인 창작과 다채로운 표현의 운용이 그 하나이다


만일 누가 나에게 즉석에서 시를 지어 보라고 하면 과연 내게 그런 풍류와 능력이 있을까라는 의문.. 자괴감!

| 2007-10-19 16:42:54

Thursday, January 28, 2010

[시대단상] 미네르바...

범죄의 구성요건... |  2008-11-17 22:39:39

오늘자 뉴스 사설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글을 여러차례 올려 유명해진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했다고 한다. 절필의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 경제 예측을 하는 것도 불법 사유라니 입 닥치고 사는 수밖에”라며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네르바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와 주장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경한 법무장관은 “그 내용이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 고 말했다>

‘법무장관’의 발언때문에 도대체 범죄의 구성요건이 무엇인지 웹에서 찾아 보았다

[범죄의 구성요건과 위법성은 별개의 개념이란다. 즉, 구성요건에 위법성이 포함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포털 지식인들이 말한다.

범죄의 성립요건은 범죄가 법률상으로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및 유책성(책임)이 여기에 해당된다.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및 유책성의 어느 한 가지라도 갖추지 못하면 범죄는 성립하지 못한다. 구성요건 해당성은 구체적 사실이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에서 규정하는 구성요건은 금지된 행위를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범죄사실이 추상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 반사회적•반도덕적 행위라 할지라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때는 범죄라 할 수 없으며,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만 범죄가 될 수 있다. 구성요건이란 형벌을 과하는 근거가 되는 행위유형을 추상적으로 기술한것으로 구성요건에는 객관적구성요건, 주관적구성요건이 있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써 행위의 주체, 행위의 객체, 행위의 결과, 행위상황,인과관계,객관적 귀속등이 있고,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과실과 같은 외부적으로 존재를 알 수 없는 행위자의 내심적. 주관적 상황에 속하는 구성요건요소를 말한다.  위법성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정당방위에 의하여 사람을 살해한 경우처럼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도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책임은 불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말한다. 객관적으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아울러 위법한 행위라 할지라도 행위자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형사미성년자•심신상실자의 행위•강요된 행위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음… 법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법리의 정의와 해석이 어쨌건… 만일,  지식인(들)이 답변한 내용이 잘못되거나 과장, 허위의 사실을 내포하고 있어, 나와 같은 법에 문외한인, 선량한 사람을 오도하는 정보를 유포하였다면, 그것 또한 법무장관의 명에 의해, 범죄의 구성요건을 살펴보고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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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적부터 미네르바의 신탁은 (그 성격상) 일방적으로 계시되지 않았던가? 그러한 미네르바의 메시지를 전하는 오래된 전령이 '올빼미' 었다면, '아고라'라는 매체는 '미네르바'에게 e-nable된 세계의 새로운 전령이라 하겠다. 전령을 문제 삼으면 전령을 바꾸면 되는데, 이건 도통 '미네르바'의 신탁 자체를 문제 삼으니 어찌 신성모독이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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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미네르바'가 사라지면 올빼미들은 어디로 ? 어둠속에서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 사라진 오래된 '지혜'만을 파 먹고 사는가... 혹은 사라진 '미네르바'의 자리를 대신하고자 함인가...

사실 오래전부터 '올빼미'들에게는 미네르바가 없었는지도 모르지...


미네르바는 미네르바당의 당원으로 판명되다??? |  2009-01-11 21:28:49

뉴스와는 거리를 두고 살다가... 술먹다 미네르바 이야기를 듣고는 웹에서 뉴스를 뒤졌다.

30대, 백수, 전문대졸, 독학으로 경제공부, 짜집기…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미네르바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공격의 촛점은 본래 개인적인 프로파일에 있으니, 그가 설령 미국 MBA를 나오고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 또는 금융공학의 박사였다 하더라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것이 노리는 최종적 효과는 비슷하겠지…

“짜집기”? 설사 짜집기 했다손 치더라도… 짜집기란 자기의 의견과 논리가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 짜집기란 학자들이 쓰는 고상한 말로 표현하면 인용과 논거이다. 단지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인데 너희는 논문을 요구하는 거냐? 어느 논문이나 책을 봐라… 짜집기하지 않은 글들이 있는지…

공범, 배후 추적…

가다 가다 이렇게 가는 대한민국 검찰의 수준은 정말 치욕적이다. 아님 그들은 사이코패스의 집합체??  이렇게 가다가는 미네르바라는 사람의 실체라는 것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비밀 계조직(다복회와 같은 강남귀족계)의 조직원이거나 혹은 반체제 지하비밀결사, 좀더 나아가 미네르바 당의 당원으로 수사결과 발표 되겠다.


미네르바의 정체... 알고보니 강만수였다 | 2008-11-21 19:03:48

이번엔 미네르바 지인 등장.."그는 명문고 출신 K씨" | 이데일리  기사전송 2008-11-21 14:34

- 필명 `readme`, 미네르바 지인이라 밝혀
- "미네르바는 재계 유명인이자 극상위층"

readme는 …. 또한 "K(미네르바)는 그동안 대한민국 재계의 유명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또 그는 훌륭한 사회활동도 많이 하여 존경받는 기업인이라고 했다"며 자신이 전해들었던 미네르바의 현재 직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K는 이 정권의 존립이유와 권력유지의 동인으로 삼았던 1% 상위층 중의 상위에 속하는 0.1% 극상위층"이라며 이로인해 정부가 그의 신분을 알아도 밝히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미네르바의 정체

알고보니 강만수였다

한줄의견[13]

> 생각만해도 재미있네요.. 낮에는 구라, 밤에는 진신을...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
> 오~~ 엄청난 반전...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  머여...지킬박사와 하이드 한국판이여?
> 이분의 통찰력은 과히 CSI 그리섬반장 수준인데요... 대단하십니다
> 그럼 readme는 2mb?
>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

역시 한국 네티즌들의 골계미(滑稽味)는 압권!!!

Hyperreal & Reality

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이 너무나도 정밀하고 자세히 지도를 그리다 보니… 결국은 지도로 제국의 영토 전체를 덮어버렸다라는 보르헤스의 우화.  Hyper_real 그것은 더 이상 기원이나 실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The Borges fable in which the cartographers of the Empire draw up a map so detailed that it ends up covering the territory exactly… A Hyperreal... generation by models of a real without origin or reality. ) - Simulacra & Simulation, Jean Baudrillard

포르노의 과잉 이미지가 Sex/Sexuality 자체를 삼켜 버리듯, 지도의 시뮬라크라 자체는 제국의 영토 자체를 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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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리야르의 Hyperreal 과 슬라보예 지젝이 이야기 하는 상상공간의 잉여로서의 Reality 라는 개념에 유사한 냄새가 풍긴다

우리가 "실재 혹은 사실성(Reality)"라고 부르는 것은 현실(Real)의 블랙 홀을 가득 메워 버리는 상상 공간의 잉여임을 함축한다 (What we call "reality'' implies the surplus of a fantasy space filling out the "black hole" of the real) - Looking Awry, Slavoj Zizek

| 2009-09-26 00:03:58

Wednesday, January 27, 2010

송홧가루와의 조우

어릴적 산골에서 봄 이 맘때쯤이면
앞 뒷산 산등성이로부터 시작된 노오란 송홧가루의 밀물이
온 마을과 집을 휘감는 안개처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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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천의 하늘아래 한켠에,
여기 저기 바람에 날리던 송홧가루들이
한 차례 내린 비로인해 생긴 물웅덩이에
옹기종기 모여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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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의 조우(遭遇)이다.

2007.05.10 19:41

Monday, January 25, 2010

[시대단상] “테러”와의 전쟁 중인 대한민국…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22일 용산 철거민 진압 작전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된 데 대해 "옛날 독재정권 시대 같으면 군까지도 투입해서 하지 않았느냐"며…"거의 테러 수준인 시위 현장을 보고 경찰이 특공대 투입을 충분히 검토할만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기사전송 2009-01-22 15:05]

테러란다… 테러…
졸지에 일부 국민이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가 되어 버렸다

사전을 뒤져보았다.. 테러(terror)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국어사전 : [명사]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
영어사전 : [Noun] Something or someone which causes great fear or dread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오히려 너희가 극악무도한 테러집단이다.
군과 경찰의 무시무시한 폭력… 난 니들로 인해 무시무시한 위협과 공포를 느낀다.

| 2009-01-22 19:16:43

Sunday, January 24, 2010

[냉정과 열정 사이]를 다시 보며 드는 생각

몇 년 전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너무나 가슴 찌릿한, 가슴을 저미던 아스라한 영화였는데 주말 TV 에서 새벽녘까지 방영하는걸 다시 보았다.

예전에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블로그 청소하면서 쓰레기통 버리듯 모든 글들을 삭제해버려서 그 때의 구체적인 감상을 다시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튼 다시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몇몇 일본 영화들은 그 표현과 정서의 깊이가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  냉정과 열정사이도 그렇구, 도쿄타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등...

절제되고 내면으로 잘 갈무리된 감정의 흐름과 그 표현을 보노라면, 언젠가 언급했듯이, 한이라는 정서가 한국족속보다는 일본족속에 더 어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On Belief』 by Slvoj Zizek

비판의 칸트(Kant)적 형태 ? | 2007-10-10 01:05:46

서양철학(의 역사)가 기독교의 이론적 선봉대 (거기로부터 벗어나려는 탈영병들이 가끔 있긴 했지만)였다라는 주장.

한편으로 기독교라는 것이 하나의 복합적인 신화적 구성체라고 했을 때,
- 여기서 부디 신화라는 것이 단지 허구라는 의미이거나,
또는 개인적 리비도 혹은 집단적 무의식으로부터 비롯된,
합리적 이성의 위계질서상 낮은 위치를 차지하는
그 무엇이란 의미가 아님...-

이제 우리의 우아한 삼단논법(Elegantia syllogismi) 의거해 결국 철학은 신화(에 대한) ‘비판의 칸트(Kant)적 형태’일 뿐이다… 라고 감히 주장할 수 있다 ??

* * * * * * * * * *

니체가 이야기 하는 기독교적 심리학의 세가지 양상, 혹은 세 단계
* 원한_영혼의 배리(背理) : 그것은 네 잘못이다.
* 양심의 가책_세계의 모순(矛盾) : 그것은 나의 잘못이다.
* 금욕적 이상_이상의 신비화… : 그것들의 공통적인 열매 - 책임, 정당화, 구제
- 도덕의 계보학(On the genealogy of morals)

는 은밀한 기독교적 "심리학"의 삼위일체, 그 기독교적 이데올로기로서의 변증법이다.


각주(Foot Note) | 2007-10-20 06:42:52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믿음에 대하여(On Belief)] 라는 책의 어느 한편 각주(본문이 아닌...)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제 3장 '아버지여,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의 첫번째 각주
들뢰즈/데리다/라캉의 3인은 또한 명백히 종교적 함축을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 이교적인 들뢰즈(Deleuze)
- 유대인인 데리다(Derrida)
- 그리고 그리스도교도인 라캉(Lacan)

음... 각주에 대한 주석을 달기가 귀찮고도 어렵다

'논쟁적이고 재기 넘치는' 그의 논의는, 그노시스(Gnosis)적 영성 보다는 그리스도교적인 믿음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호교론(護敎論) 으로 보아야 하나?


조금은, 삐딱하게 보기... | 2007-10-23 21:35:33

2004년 여름 무렵,  창원의 모 중공업 숙소 화장실에서 펼쳐 읽기 시작한 Slavoj Zizek의 "믿음에 대하여"(On Belief)"

게으르고, 두서없으며, 불성실한 독서의 결과 오늘에야 책을 덮는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되돌아와 서문(序文)을 두어번 읽어 보다. 난삽한 독해, 읽으면 읽을 수록 <삐딱하게 보기>...

서문에서 "레닌(Lenin)의 외부성"과 "레닌으로의 복귀(정치본령의 복귀)"라는 거창하고도 급진적인(!) 언설을 통해 주장하려는 핵심이
"우리는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과 관련하여 행했던 일, 즉 범세계적 다문화 정책을 오늘날의 제국과 관련하여 수행하여야 한다" 라고 결론 내리고 말야야 하는 것인가?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과 관련하여 행했던 "그 독특한 순간"의 사건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 레닌이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았듯이 그리스도교가 제국의 '공인된 종교'가 되면서 세속적 권력을 확보하고 선교적 팽창주의화된 그 사건을 일컫는가?

어려운 독해이다… 내 자신이 과연 제대로 읽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기독교적 심리학은 부채와 변제-그것도 강요된-에 기반한다.

그리스도의 '희생'의 결과로, "우리는 영원히 그리스도에게 빚을 지며, 그가 우리에게 한 것에 대해 그에게 영원히 되 갚을 수 없다""희생"이란-지젝의 지적처럼-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서"교환" 관념에 의존한다

즉, 위의 언설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내가 너희의 (그 알 수 없는 삶의 원)죄를 대속하여 기꺼이 죽음에 이르렀나니 오로지 나에게 귀의하고 회개함으로써만 구원(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원(변제)는 영원히 지연된다.

어쩌면 이것은 그 근저에 교환논리에 기반한 상인의 멘탈러티(mentality)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극히 비대칭적인, 교환의 상대편에게는 비자발적인 강압적인 교환논리라는 점이다

본유의 그리스도적 사랑 ; 자비를 넘어선 사랑,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궁극적 비밀은 아마도 타자의 불완전함에 애정으로 다가서는데 있다. 그리스도교가 가져온 '희소식'이 펼쳐질 공간은 타자속의 결핍이다.
그 사랑의 공간과 향유의 대상이 타자속의 결핍이라...
자기 몰입으로부터 타자에의 개입, 즉 타자의 몸에서 만족을 얻기로의 전환은 결코 '자연적'이지 않으며, 그것은 일련의 깊은 외상, 도약 내지 창조적 즉흥성을 포함한다
잉여향유 혹은 타인을 향한 강렬한 권력에의 의지가 어떤 '깊은 외상, 도약 내지 창조적 즉흥성'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 좋았건만...

끝내 모호함 속에 책을 덮고 만다.

Friday, January 22, 2010

[시대단상] 할아버지 "보수"단체들의 준동?!

예전에는 젊은 청년학도들이 선봉에 나서 정치, 사회 이슈나 불의에 항거하거나,  정치시위/항의집회를 열어 군사정권의 골치거리였는데, 근래에는 고령화 사회를 반영하듯 노인네들이 선봉에 나서,  나라와 민족의 현실을 바로 세우고 빨갱이 없는 건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과격, 극렬 시위로 "아들/딸"들의 걱정거리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가 한겨레 신문 허재현 기자의 블로그 글이 눈에 들어온다
( “이용훈, 빨갱이” 내가 만난 어버이연합 할아버지들 )

보수세력으로 단정하기 보다는 '사회불만세력'으로서의 어버이연합등의 노인단체를 바라보고  그 정체성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라는... (원문: http://blog.hani.co.kr/catalunia/28450)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출범했습니다. 처음에 저희 기자들은 어버이연합이 보수정치인들의 은밀한 후원으로  동원된 어르신들의 모임인 것으로 의심했었습니다. (물론, 그럴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을 가만히 현장에서 살펴보면, 동원된 분들 치고는 지나치게 제 일처럼 열심히 움직이십니다.  분노에 가득차 내지르는 고성은 늘 이 분들을 따라다니고요. 단순히 돈 때문에 움직이는 것 같진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강한 불만을 갖고 계시고, 어딘가 하소연할 데가 없어 그 방법을 찾고 계신 분들처럼 보입니다.

한데 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대체 이 분들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 지 분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밉기도 하지만 안쓰럽거든요. 어쩌다 우리 어르신들이 이렇게 되었는지...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은 어찌보면 이성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는 서구 사회의 파시스트들을 닮았습니다.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은 대체로 소일 거리를 찾아 해매는 실업자들입니다. 경제적 수준도 그리 높지 않아요. 그래서 전 이 분들을 단순히 ‘철없는 노인들’ 정도로 폄훼 해버릴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 노인들이 절망에 빠졌고, 우리 사회의 불만 세력이 되었는지를 말입니다.

언론은 아직까지 이들을 보수단체 정도로 규정해버리고 진지한 분석을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합리적 논리의 영역인 ‘보수 세력’으로 규정하기엔 문제가 많습니다. 이들을 비난하기 앞서 이들의 정체성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어르신들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분노는 늘 구조적입니다

[시대단상] 좌파법원 vs. 우파검찰의 대립 ??

요즘 법원의 판결에 대해 말들이 많다.

PD 수첩, 강기갑의원, 전여옥표절소송...

법리적 판단의 옳고 그름 여부는 무지랭이가 알턱이 없지만, 암튼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음은 극명한 사실이다.

PD수첩 소송의 예를 보면 검찰이 주장하는 "실체적 진실"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정지민(?) 이라는 프리랜서 보조작가의 조연에 힘입어 언론 플레이(어제는 화상회의라는 쇼도 한다)와 선동으로 점철된지 오래다.

작금의 상황에 사법부 흔들기니, 존엄한 삼권분립의 훼손,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떡검찰이 권력의 시녀/충견으로 자처하느니 하는데...  사실 경찰, 검찰, 법원 국회, 행정부, 군대는 고도의 정치세력이자 권력기관이다.

그런 정치권력에게 중립성, 탈정치, 그리고 무언가 숭고한 가치의 추구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가식적인 기만행위일 뿐이다. 사실 검찰이나 법원 기구는 어찌보면 가장 보수적인 성격의 권력기관이다.

요즘의 갈등은 좌파법원 vs. 우파검찰의 대립이 아니다.

단지 '우파'라고 자청하는 꼴통들의 막가파식의 조급함과 노골적인 분노에 대한 우려와 할거면 제대로 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 놈이 그 놈 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대립에서는 가끔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이번에는 법원에 손!!

[시대단상] 삽질 공화국의 역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하고, 전국 곳곳에서 건설의 망치 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한다”

삽질 공화국의 역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순히 역사의 반복되는 희극이라 치부하기엔,
그들의 단순하고도 단순한 진지함에 몸서리쳐질 정도이다.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향수인가? 아님 핏발서린 역사의 사후복수인가?

| 2008-12-18 23:44:06

Thursday, January 21, 2010

[시대단상] ‘역사’의 당파성 ; 4.19 데모? 혁명?

대한민국에서는 근현대사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당파적 투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단독] 교과부 제작 영상물, 4•19를 ‘데모’로 폄하 | 한겨레  기사전송 2008-12-08 08:07

교과부 현대사 영상물 4ㆍ19 폄하 논란 | 연합뉴스 기사입력 2008.12.08 16:19

교육과학기술부가 건국 60주년을 맞아 학습 참고용으로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한 현대사 영상물에 4.19 혁명이 `데모'로 표기돼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교과부는 논란이 일자 8일 오전 해당 영상물의 제목을 `4.19 데모'에서 `4.19 혁명'으로 고치고 오른쪽 내용 설명 부분에서도 `데모진들 가두시위'란 표현을 삭제하고 `시민들과 학생들의 데모'란 표현을 `시민들과 학생들의 시위'로 수정했다.
아 4.19 혁명이여… 하루사이에 치열한 투쟁 속에서 이리저리 표류하는 중…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 -

| 2008-12-08 18:19:16

Monday, January 18, 2010

2009년 설날, 고향의 풍경

처마끝의 고드름..


비닐포대 미끄럼을 타는 사촌동생들과 조카들





Friday, January 15, 2010

Lady Gaga 와 Rihanna 에 대한 단상

둘의 차이점 ; 가장 큰 차이점은 한명은 White girl. 또다른 한명은 Black girl.

잠시 두 여가수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드는 생각 ;;
레이디 가가는 '우파'적 분위기라면, 리아나는 '좌파'적 분위기를 풍긴다.

왜 그런지는 순전히 주관적인 딱지붙이기, 좌우가르기의 소산일뿐 근거는 없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 !! 뮤직 비디오의 색채나 분위기 코드가 그렇다는 것...

심심할 때는 딱지 붙이기 놀이를 해보자!!!

Thursday, January 14, 2010

김영임 명창의 “회심곡”

김영임 명창의 “회심곡” 중의 한 소절이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서러마라
동삼석달 죽었다가
명년 삼월 봄이오면
너는 다시 피련마는
우리 인생 한 번 가면
어느 시절 다시 오나…
기억이 가물하지만 아마 중학교 때이리라,,, 시골 집 카세트 테잎에서 흘러나오던 애닯고도 서러운 곡조와 가사에 강하게 이끌려 오랫 동안 뇌리에 남아 있던 노래이다.  요즘도 가끔씩 귀에 꽂은 mp3 player를 통해 듣는다.

늙어감에 대한 존경보다는 한탄과 서러움...  비슷한 이미지의 현대적 버전은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그리고 왁스의 “황혼의 문턱” 이지 않을까

| 2008-11-14 18:26:46

[시대단상] 신종플루 음모론

신종플루 음모론...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언뜻 작년에 Textcube 에 썼던 글들이 생각났다. 뭐 거창한 "음모론"이 아니더라도 사실 신종플루 신드롬과 관련하여 과장된 측면은 있다라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 이었는데... 항시 시끌벅적한 잔치에는 그 잔치를 벌이는 혹은 그 잔치로 인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는 법...

기사가 해프닝인지 어떨지 몰라도, 그리고 사실 "건강", "삶"의 문제는 사소한 것에도 민감한 법이므로 무엇 하나 소홀이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는 없지만... 아무튼 일종의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라는 점과 미디어에 의한 "공포"의 확대재생산, 과대포장의 여부는 사실인 듯...

그때 썼던 글을 copy & paste 해 보면..


신형 인플루엔자와 백신 그리고 지적재산권 | 2009/08/28 11:01

예로부터 감기, 독감에는 약이 없다라고 했는데…
남들의 과잉반응? 또는 나의 무지? 음모론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겠고..

아무튼 서구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지적 재산권은 생명과 관련된 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패닉의 확대 재 생산…


body invasion by viral infections | 2009/11/03 22:03

에볼라바이러스,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H1N1) 등등

미디어에 의한 질병의 확대
그리고 공포의 확대 재생산… 말그대로 Pan-demic !! 이다.

The Ebola virus is the first of all the media-assisted diseases. “real” outbreak of the Ebola virus in the internal organs of the mediascape.

외부의 침입 ; 외계인 혹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보이지 않는 위협과 공포.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다분히 ‘우파’적인 병이다.

외부 위협으로 부터의 면역과 순수성에의 의지. 벙커문화의 소산…

벙커문화는 그 체제의 유지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외부의 위협을 상정한다.

- Evola Virus, Hacking the future by Arthur & Marilouise Kroker

십여년 전의 상황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반복… 지독한 반복 그리고 약간의 차이.

[시대단상] 미친놈..

전여옥 "지금 어렵지만 노무현정권 때 보다는 견딜 만하다"
 -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8-11-27 09:39

조갑제“촛불 때 야당이 하자는 대로 했더라면 지금의 태국처럼 되었을 것”
 - 중앙일보 기사전송 2008-11-27 11:46

두보의 광부(狂夫), 즉 미친놈이라는 시 중에…

혼자서 웃는다
미친놈이 늙을수록 더욱 미쳐 가는 꼴에..
(自笑狂夫老更狂)

물론 두보는 자신을 돌아보는 자탄의 의미였지만…
.
.
.
그래도 세상 산 만큼 살아았을 텐데,,, 자기반성이 결여된 말의 쓰레기를 쏟아내는 先生들에게 “미친 놈”이라고 대놓고 욕을할 수는 없고… 이거야 원.. 세상이 갈 수록 미쳐가는구나

| 2008-11-28 09:07:46

Tuesday, January 12, 2010

『유목민이 본 세계사』

* 실크로드(Silk Road)에 대한 환상 ; 동과서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연결,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 실크로드라는 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아니라 당연히 있는 길이 되었다. '문명"은 동(중국), 서(로마)에 있고 그 사이 광대한 토지는 점(點)과 선(線)의 통과지에 불과하여 의식과 인지의 세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 10~11세기 남송(南宋) 시대 도학의 흥성에는 이슬람 철학의 영향이 드리워져 있다. 이슬람 철학의 사변성, 교의성의 영향을 받아 道學(朱子學)의 관념적 체계화

- 스기야마 마사키(杉山正明)가 쓴 『유목민이 본 세계사』 중

| 2009-05-06 20:45:58

Monday, January 11, 2010

『미야자키 하야오』 김윤아, 살림, 2005

1. 미야카키 하야오에서 일본 군국주의에의 향수, 또는 파시즘적 징후를 읽다... 미야쟈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3부작에 내재한 '잃어버린 10년',    또는 좋았던 과거에 대한 애뜻한 향수... 그리고 착종되고 양가적인 일본의 내적 갈망에 작가는 몸서리를 친다.

2.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진 신화…  신화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신화를 얽어내는/배경인 숲의 풍경

3. 가라타니 고진 :  "풍경의 발견" - "풍경이란 하나의 인식틀이며, 일단 풍경이 생기면 그 기원은 은폐된다."  본래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소원화된 '바깥'을 보지 않는 자의 고독하고 내면적인, '내부에서 발견된' 풍경... 극도의 내면화의 결과물은 '타자의 배제'를 함축한다

4. 스튜어트 홀 : "문화적 정체성은 하나의 본질이 아니라 입장 취하기이다"  당파성… 그리고 다양한 전선(戰線)에서의 입장 취하기

| 2009-04-09 12:49:44

Sunday, January 10, 2010

[시대단상] 잊혀진 전쟁.. 아프카니스탄

문득…. 메일박스로 전달되어온 News : Tactical success, strategic defeat
이게 뭔고 하고 눌러보니 아프칸 전쟁이야기다.

끝난 전쟁인줄 알았는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침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고통으로 계속되고 있겠지만,
우리의 ‘관심사’ 밖의 일이라 지워졌던 -어찌 보면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전쟁인 것 같다.
사실 전쟁이라고 칭하기 보단 일방적인 무단침략과 학살이다.
By Pamela Constable, WashingtonPost.com updated 12:20 a.m. ET March 2, 2009
FORWARD OPERATING BASE ALTIMUR, Afghanistan -

The U.S. soldiers entered the sleeping village in Logar province in the dead of night on Feb. 20, sure of their target and heavily armed. They surrounded a mud-walled compound, shouting commands, and then kicked down the gate as cries of protest erupted within. 

Exactly what happened next is disputed, but shots were fired and a man inside fell dead. Four other men were grabbed and arrested. Then the soldiers departed, leaving the women to calm the frightened children and the rumors to spread in the dark.….

기사의 내용을 보면,   마치 친숙한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장면을 설명하는 것 같다.
영화를 모방하는 현실… 헐리우드 액션을 현실의 전투에서 Copy하고 있다

| 2009-03-02 20:02:27

Saturday, January 09, 2010

춘야희우 [春夜喜雨] - 두보(杜甫)

춘야희우 [春夜喜雨] - 두보(杜甫)
<김의정 역>, 지만지고전천줄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좋은 비 시절을 알아
봄을 맞아 생기를 주네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바람결에 몰래 밤에 찾아 들어
만물을 적시네,
가늘어 소리도 없이

野徑雲俱黑 江船火燭明
들길에는 구름이 온통 컴컴한데
강위의 배,
등불만 반짝거린다.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동틀 무렵 보이리,
그 붉게 젖은 곳에
비단 고을 압도하는
온 천지의 꽃, 꽃, 꽃.

| 2009-05-06 20:54:45

Thursday, January 07, 2010

[시대단상] 참아야 한다라는 말...

제일 역겨운 소리가 "참아라" 참아야 한다라는 도덕조의 말이다. 그것은 패배자, 노예의 도덕일 뿐이다. 왜 참아야 하는가? 왜 죽창을 들고 일어서면 안되는가?

그러는 그들은? 경찰과 군을 동원해 방어막을 치고 사람을 통제하고 위협하고 연행해 간다. 필요하다면 총을 들고 학살까지 자행한다. 참아야 한다라면 니들이 참아라. 그러한 도덕군자들의 행태를 보면 피가 솟구친다. 그들은 그들의 편이다.

"도덕적", "윤리적" 엄밀성을 무기로, '너는 죄인이다. 너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너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라는 그 강박적인 죄의식과 그에 따른 책임과 희생을 지어야 한다라는 강요와 정언명령이라는 도덕은 누구의 도덕이었던가? .

'국론분열'의 해악을 소리높이 외치며 참아야 한다, 포용해야한다,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주장은 도대체 무엇을 향하는 것인가?

국론분열.. 그것은 누구의 무기였는가? 적과 아의 전선은 누가 그었는가?
그들이 얼마나 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지 귀 따갑도록 들어왔다.

학정에 못이겨 죽창을 든 동학농민의 항거가 국론분열이었는가? 일제에 맞서 총을 든 독립군들이 국론분열의 주범이었는가? 총들고 권력을 강탈한 군사쿠데타 집단에 맞선 광주민중의 저항이 비난받아야할 국론분열의 주범이었는가? 그렇다면 나의 도덕은 노예처럼 참고 숨죽이며 주인의 말에 따라야 하는 순종이 아니라 차라리 죽창을 들고,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다.

| 2009-05-26 12:57:58

Wednesday, January 06, 2010

이상(李箱)의 놀이 : 오감도(烏瞰圖)

이상(李箱)-김해경-하면, 『오감도(烏瞰圖)』로 대표되는 난해함, 자의식, 초현실주의 작가의 천재적 이미지와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 폐병, 요절 등의 불행이라는 태그(Tag)가 붙는다. 특히나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는 오감도…

烏瞰圖 詩第一號 (오감도 시제1호)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혓소.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

그래서 그런지 훗날의 평가와 해석도 다양하다. 잠시 오감도에 대한 평가/해석 중의 일부를 들어보자 ;

보통,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식민지인들은 어디를 가건 불안에 떨며 절망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상호 불신과 맹목적인 경쟁 속에서 불안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13인의 아해는 바로 우리 민족의 자화상이요, 이상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이 시는 암울한 시대를 불안과 공포로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식민지 지식인의 공포와 좌절, 그리고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라도 잡아 보려고 하는 위기 의식을 '막다른 골목'과 '뚫린 골목'이라는 역설적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 시는 기존 문법을 무시하고 씌어지는 난해한 시로 잘 알려져 있다. 띄어쓰기, 단락구분, 역설, 아니러니, 숫자나 기호의 도입 등 일상적인 언어규범을 무시한 이러한 행위는 당시 봉건적인 질서와 모든 정상적인 가치가 무너진 식민지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은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언어 질서인 문법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 즉 자신의 삶과 의미를 담아내고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는 새로운 문법을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상의 행동은 봉건적 질서와 식민지 가치의 의미를 상실한 세계에 살고 있는 시인이 자신의 정체성 상실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상의 시는 일상언어의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단어와 문장들이 아무런 연관 없이 뿔뿔이 분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일상언어와는 다른 질서를 통해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이 시를 일상언어처럼 읽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일상언어와는 다른 질서를 가진 언어이다. 그것은 일상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위에 2차적인 질서를 덧붙여 일상언어를 낯설게 함으로써 질서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언어다.

* * * * * * * * * *

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 헛소리다. 거기에 무슨 대단한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그럴싸한 해몽들을 쏟아 내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읽으면 되지 ; 이건 애들이 모여서 그냥 무위로 노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찌 보면 이상(李箱)은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노는 모습을 보면 약간은 짖궂은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글은 다음의 수필인 것 같다.

 * * * * * * * * * *

나는 다시 개울가로 가본다. 썩은 물 늘어진 대싸리 외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나는 거기 앉아서 이번에는 그 썩는 중의 웅덩이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나는 진기한 현상을 목도(目睹)한다. 무수한 오점(汚點)이 방향을 정돈해 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임에 틀림없다. 송사리떼임에 틀림없다. 이 부패한 소택(沼澤) 속에 이런 앙증스러운 어족이 서식하리라고는, 나는 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요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역시 먹을 것을 찾음이리라. 무엇을 먹고 사누. 버러지를 먹겠지...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저물도록 움직인다. 대략 같은 동기(動機)와, 같은 모양으로들 그러는 것 같다. 동기! 역시 송사리의 세계에도 시급한 목적이 있는 모양이다. 차츰차츰 하류를 향하여 군중적으로 이동한다. 저렇게 하류로 하류로만 가다가 또 어쩔 작정인가? 아니 그들은 중로(中路)에서 또 상류를 향하여 거슬러 올라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하류로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하류로, 하류로! 

 * * * * * * * * * *

13인의 아해가 뛰는 모습이 꼭 송사리떼 같지 않은가… 부패한 소택속에 사는 앙증스러운 어족,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동기! 그 시급한 목적으로 떼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이미지와 겹친다.

또 하나 유사한 이미지는, 아이들의 무서운 '권태'로 표현되는 지금은 보기 힘든 아해들이 무더기로 똥싸며 노는 모습.

 * * * * * * * * * *

길 복판에서 6, 7인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적발동부(赤髮銅膚)의 반라군(半裸群)이다. 그들의 혼탁한 안색, 흘린 콧물, 두른 베두렁이, 벗은 웃통만을 가지고는 그들의 성별조차 거의 분간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여아가 아니면 남아요, 남아가 아니면 여아인, 결국에는 귀여운 5, 6세 내지 7, 8세의 '아이들'임에는 틀림없다. 이 아이들이 여기 길 한복판을 선택하여 유희하고 있다. 돌맹이를 주워온다…. 그리고 풀을 뜯어 온다… 돌맹이로 풀을 찧는다. 푸르스레한 물이 돌에 가염색된다. 그러면 그 돌과 그 풀을 팽개치고, 또 다른 풀과 돌맹이를 가져다가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한 10분 동안이나 아무 말이 없이 잠자코 이렇게 놀아본다. 10분만이면 권태가 온다. 풀도 싱겁고, 돌도 싱겁다. 그러면, 그 외에 무엇이 있나? 없다. 그들은 일제히 일어선다. 질서도 없고, 충동의 재료도 없다. 다만 그저 앉았기 싫으니까 이번에는 일어서보았을 뿐이다. 일어서서 두 팔을 높이 하늘을 향하여 쳐든다. 그리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본다. 그러더니 그냥 그 자리에서들 겅중겅중 뛴다. 그러면서 그 비명을 겸한다. 그들은 도로 나란히 앉는다. 앉아서 소리가 없다. 무엇을 하나? 무슨 종류의 유희인지, 유희는 유희인 모양인데 - 이 권태의 왜소인간(矮小人間)들은, 또 무슨 기상천외의 유희를 발명했나? 5분 후에 그들은 비키면서 하나씩 둘씩 일어난다. 제 각각 대변을 한 무더기씩 누어놓았다. 아- 이것도 역시 그들의 유희였다. 속수무책의 그들 최후의 창작 유희였다. 그러나 그 중 한 아이가 영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대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 그는 이번 유희의 못난 낙오자임에 틀림없다. 분명히 다른 아이들의 눈에 조소의 빛이 보인다. 아- 조물주여, 이들을 위하여 풍경(風景)과 완구(玩具)를 주소서.
『권태(倦怠)』, 1936 《중앙(中央)》 9월호 中 - 원제 "동생 미경 보아라, 세상의 오빠들도 보시오"라는 공개 서신

 * * * * * * * * * *

그의 말처럼 "육체적 한산, 정신적 권태, 이것을 면할 수 없는 계급이 자의식 과잉의 절정"을 표현하는 놀이...

 | 2009-02-20 13:17:16

이상(李箱)의 놀이

이상(李箱)의 노는 모습을 한 번 따라가 보자.
첫 번째 ; 뭐니 뭐니 해도 그 첫 구경 거리는 불구경이다. 

격장(隔墻)에서 불이 났다. 흐린 하늘에 눈발이 성기게 날리면서 화염(火焰)은 오적어(烏賊魚 ) 모양으로 덩어리 먹을 퍽퍽 토한다. 많은 약품을 취급하는 큰 공장이란다. 거대한 불더미 속에서는 간헌적(間歇的)으로 재치기하듯이 색다른 연기 뭉텅이가 내뿜긴다. 약품이 폭발하나보다. 역(亦) 송구스러운 말이나 불구경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뒤꼍으로 돌아가서 팔장을 끼고 서서 턱살 밑으로 달겨드는 화광(火光)을 쳐다보고 섰자니까 얼굴이 후끈후끈해 들어오는 것이 꽤 할 만하다. 잠시 황홀한 엑스터시 속에 놀아본다.
불을 붙여놓고 보니까 뜻밖에 너무도 엉성한 그 공장 바라크는 삽시간에 불길에 휘감겨버리고 그리고 그 휘말린 혓바닥이 인접한 게딱지 같은 빈민굴을 향하여 널름거리기 시작해서야 겨우 소방대가 달려왔다. 인제 정말 재미있다. 3방으로 호스를 들이대고는 빈민굴 지붕 위에 올라서서 야단들이다. 하릴없이 까치다.

이만큼 떨어져서 얼굴이 뜨거워 못 견디겠으니 거진 화염 속에 들어서다시피 바싹 다가선 소방대들은 어지간하렷다 하면서 여전히 점점 더 사나워오는 훈훈한 불길을 쪼이고 있자니까 인제는 게서 더 못 견디겠는지 호스 꼭지를 쥔 채 지붕에서 뛰어내려온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그 실오라기만도 못한 물줄기를 업신여기자니까 이번에는 호스를 화염 쪽에서 돌려서 잇닿은 빈만굴을 막 축이기 시작한다. 이미 화염에 굴뚝과 발래 널어놓은 장대를 끄실리우기 시작한 집에서들은 세간 기명(器皿)을 끌어내느라고 허겁지겁들 법석이다. 

하도들 들이몰리고 내몰리고들 좁은 골목 안에서 복작질들을 치길래 좀 내다보니까 삼층장 의걸이 양푼 납세독촉장 바이올린 여우목도리 다 해진 돗자리 단장 스파이크 구두 구공탄 풍로 뭐 이 따위 나부랭이가 장이 서다시피 내 쌓였다. 그 중에서도 이부자리는 물벼락을 맞아서 결딴이 난 것이 보기 사납다. 그제서야 예까지 타들어 오려나보다 하고 선뜩 겁이 난다.

집으로 얼른 들어가보니까 어머니가 덜~덜 떨면서 때묻은 이불 보퉁이를 뭉쳤다 끌렀다 하면서 갈팡질팡하신다. 코웃음이 문득 나오는 것을 참으면서 – 그건 그렇게 싸서 어따가 내놀 작정이십니까 – 하고 묻는다. 불길은 인제 서향 유리창에 환~하다. 타려나보다. 타면 탔지-하는 일종 비유키 어려운 허무한 생각에서 다시 뒤꼍으로 돌아가서 불구경을 계속한다.

불행히 불은 예까지는 오기 전에 꺼졌다. 그 좋은 불구경이 너무 하잘것없이 끝난 것도 섭섭했지만 그와는 달리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적막을 느낀다.

- 『보험(保險) 없는 화재(火災} 』, 【 조춘점묘(초)早春點描(抄) 】 中 1936, 《매일신보》 -

두 번째 ; 시체놀이

얼굴이 이렇게까지 창백한 것이 웬일일까 하고 내가 번민해서- 내 황막(荒漠)한 의학지식이 그예 진단하였다. - 회충(蛔蟲), 그렇지만 이 진단에는 심원(深遠)한 유서(由緖)가 있다. 회충이 아니면 십이지장충 - 십이지장충이 아니면 조충(條蟲) - 이러리라는 것이다. 회충약을 써서 안 들으면 조충약을 쓰고, 조충약을 써서 안 들으면 그 다음은 아직 연구해보지 않았다.
어떤 몹시 불쾌한 하루를 선택하여 우선 회충산(蛔蟲散)을 돈복(頓服)하였다. 안다. 두 끼를 절식절식 해야 한다는 것도, 복약 후에 반드시 혼도(昏倒)한다는 것도. 대낮이다. 이부자리를 펴고 그 속으로 움푹 들어가서 너부죽이 누워서, 이래도? 하고 그 혼도라는 것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마음이 늘 초조한 법, 귀로 위胃 속이 버글버글하는 소리를 알아 보고, 옆구리만 좀 근질근질해도 아하 요게 혼도라는 놈 인가보다 하고 긴장한다.

세시를 쳐도 역시 그 턱이다. 나는 그만 흥분했다. 혼도 커녕은 정신이 말똥말똥하단 말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고 금방 십이지장충약을 써보기도 싫다. 내 진단이 너무나 허황한데 스스로 놀라고 또 그 약을 구해야 할 노력이 아깝고 귀찮다.

구름 피듯 뭉게뭉게 불쾌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이러다가는 저녁 지으시는 작은어머니와 또 싸우겠군 - 얼마 후에 나는 히죽히죽 모자도 안 쓰고 거리로 나섰다.

- 『恐怖의 記錄(抄)』 中 -


세 번째 ; 이제는 놀기도 쉽지 않다.

나는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무작정 널따란 백지 같은 '오늘'이라는 것이 내 앞에 펼쳐져 있으면서, 무슨 기사(記事)라도 좋으니 강요한다. 나는 무엇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연구해야 한다. 그럼 - 나는 최 서방네 집 사랑 툇마루로 장기나 두러 갈까? 그것 좋다. 최 서방은 들에 나갔다. 최 서방네 사랑에는 아무도 없나 보다. 최 서방의 조카가 낮잠을 잔다. 아하, 내가 아침을 먹은 것은 열 시나 지난 후니까,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낮잠 잘 시간임에 틀림없다. 나는 최 서방의 조카를 깨워가지고 장기를 한판 벌이기로 한다. 최 서방의 조카와 열 두 번 두면 열 번 내가 이긴다.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그러니까 나와 장기 둔다는 것 그것부터가 권태(倦怠)다. 밤낮 두어야 마찬가질 바에는 안 두는 것이 차라리 낫지 - 그러나 안 두면 또 무엇을 하나? 둘밖에 없다.

지는 것도 권태어늘 이기는 것이 어찌 권태 아닐 수 있으랴? 열 번 두어서 열 번 내리 이기는 장난이란 열 번 지는 이상으로 싱거운 장난이다. 나는 참 싱거워서 견딜 수 없다. 한 번쯤 져주리라. 나는 한참 생각하는 체하다가 슬그머니 위험한 자리에 장기 조각을 갖다 놓는다. 최 서방의 조카는 하품을 쓱 한 번 하더니, 이윽고 둔다는 것이 딴전이다. 으레 질 것이니까, 골치 아프게 수를 보고 어쩌고 하기도 싫다는 사상(思想)이리라.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장기를 갖다 놓고는, 그저 얼른얼른 끝을 내어 져줄 만큼 져주면 이 상승장군(常勝將軍)은 이 압도적 권태를 이기지 못해 제출물에 가버리겠지 하는 사상이리라. 가고 나면 또 낮잠이나 잘 작정이리라. 나는 부득이 또 이긴다. 인제 그만 두잔다. 물론, 그만 두는 수 밖에 없다.

- 『권태(倦怠)』, 이상, 1936 -

젠장 세상에 쉬운 것 하나도 없다더니 노는 것도 쉽지 않다.

| 2009-03-06 00:07:44

Tuesday, January 05, 2010

2010/01/05 포항 죽도 시장

중학교때 수학여행 이후로는 처음 와 본 도시... 포항은 타지역의 폭설 소식과는 무관하게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죽도 시장이라는 곳으로 저녁을 먹으로 갔다. 시장 풍경도 돌아보고 구룡포의 명물이라는 과메기도 보고...

포항 죽도 시장 거리; 날이 차가워서인지 조금은 한산한 모습과 구룡포 과메기 사진


[시대단상] ‘올빼미’들의 잔치…

오늘 서화숙님 한 껀 하셨다…

[서화숙 칼럼/11월 20일] “핵심관계자 대 미네르바” 한국일보 기사전송 2008-11-20 02:33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당국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찾은 것은 그를 벌주거나 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이다.….(중략) 종전까지는 미네르바의 발언에 대해 김경한 법무장관이 수사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국회에서 공언한 것과 이미 정보당국이 미네르바의 신상을 파악했다는 사실만 확인된 상태라 이 같은 청와대 소식통의 의견은 뜻밖이다.

한편 미국 최대 케이블뉴스 채널인 CNN이 이명박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여(원래 CNN은 합동인터뷰를 하려고 했으나 한국에는 대통령이 한 명 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물어본 결과 미네르바를 정보당국이 추적한 것은 입바른 소리로 국민심리를 동요케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답변했다고 재야의 비공개소식통이 전했다.

정부와 재야 소식통의 상반된 의견에 대하여 여론은 재야 소식통이 최근에는 정부 소식통보다는 사실관계가 맞았던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주*)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의 주요 보직을 맡은 비서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과 해설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을 남발한다. 가장 최근의 청와대 핵심관계자 발언은 18일 "대통령은 (중략) 공기업이 해고자 복직문제로 파업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 공간에서 익명을 즐기는 그들이 사이버 공간의 익명을 가장 심하게 단속하려는 이유는 알려진 것이 없다.

주**)연합뉴스는 17일 청와대 발표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CNN과 단독인터뷰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CNN이 유수의 언론사를 제치고 한국의 대통령을 인터뷰했다는 것인지 한국 대통령만 CNN과 인터뷰를 했다는 의미인지 확실치 않다.

뒤이어 이어지는 ‘올빼미’들의 잔치…

"'미네르바 경제관료 기용' 칼럼은 '패러디'" 프레시안 기사전송 2008-11-20 11:27
서화숙 "'익명' 남발하는 정부가 미네르바 단속하는 현실 풍자"…

18일 언론들은 "靑''미네르바, 처벌 아닌 경제관료로 기용'' 주장 진위 여부 주목"(<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닷컴''), "청와대 ''미네르바, 경제관료 기용할 수도''"(<오마이뉴스>), "MB, 미네르바 경제관료 기용 검토 중"(<데일리서프라이즈>) 등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이후 "MB, 미네르바 기용 검토중?…패러디 칼럼 ''대인기''"이라고 기사를 수정했다….

| 2008-11-20 17:24:56

Saturday, January 02, 2010

『알리스(Alice)』- 샤를 루이 필립(Charles Louis Philippe)

일곱살난 여자아이의 독점욕과 질투 그리고 절망이 불러온 자살 ;

>>> 알리스 라틸고는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그녀가 벌써 일곱살이 되었다...

알리스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기를 더 이상 계속해서 바라다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기는 완전한 생명을 지니고 살아 있었다. 알리스는 힘껏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달려들며 소리질렀다. “난 제일 어린 아기다 되고 싶어! 난 제일 어린 갓난아기가 되고 싶단 말이야!” 바로 그날 저녁 그 애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아기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을 테야” 그 애는 약속을 지켰다.

알리스가 이 세상에서 보낸 마지막 수개월 동안 그 애는 하루종일 조그마한 의자위에 앉아 있었다.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울한 눈으로 엄마의 일거일동을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그 눈초리는 마치 우울증으로 죽어가는 미치광이의 그 것과도 같았다. 그 애는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알리스는 복수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울고만 있었다. 알리스는 엄마가 자기에게서 빼앗아 갓난 동생에게 준 모든 애정에 복수를 한 것이었다.

알리스는 일곱살에 질투로 인해 죽었다. 그 애는 조그마한 의자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급히 안아 올리려고 했지만, 그 애는 이미 죽어 있었다. <<<

대여섯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지만 일곱살 여자아이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의 질투와 절망에서 기안한 죽음/자살에 대한 짧은 묘사…

| 2009-01-31 16:18:47

[지리산] 2009년말 지리산 산행

[ 其 一 ]
2009/12/30 08:26:46 눈발이 제법 휘날리는 아침 강변역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백무동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8시20분 출발... 버스는 사람들로 꽉차서 출발한다. 약 4시간을 달려야하는데 눈이 많이 내려 얼마나 걸릴지..

[ 其 二 ]
2009/12/30 16:53:25 약 3시간에 걸처 눈바람헤치고 장터목 산장에 도착...  4시30분. 장터목의 눈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에서 자고 새벽에 천왕봉 오른뒤 세석으로가서 다시 백무동으로 되돌아가는 짧은 여정.. 대피소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더니 대기자는 6시30분부터 잠자리 배정한단다. 대피소 들러 집에 전화하니 죽지않고 살아있음에 안도하는데,,, 지리산은 죽으러 오는 곳이 아니거든요.


[ 其 三 ]
2009/12/30 17:34:41 백무동에서 장터목 오르는 길의 풍경

백무동에서 장터목 오르는 길가의 고사목. 딱다구리의 솜씨인지 군데군데 구멍이 많다

우측보행 !!

친절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전국토의 우경화(?)... 

굳이 깊은 산에서까지 우측보행을 강조할 이유가 있나.
 

맹렬한 바람이 잠시 사그라지는 능선을 따라 걷노라면, 바람에 눈가루가 날리면 가루 하나 하나 햇빛을 쪼개어 허공으로 흩날린다.

[ 其 四 ]
2009/12/30 19:50:23 산에오면 산과 하나가 될 수있을까? 몸은 산에 있으나 산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오히려 상념의 찌꺼기로부터의 울림으로 인해 귀기울여야 하는 자연의 소리는 차단되고 만다.


창(窓) ;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언급했듯이 이쪽과 저쪽의 세계를 가르는 창(자동차의 윈도우처럼, 혹은 영화관 스크린처럼)을 통해서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산에 왔다하여 산사람이 될 수 없듯이 어떤 세계에 잠시 들어섰다하여 그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할 수는 없는 것... 창문밖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이 나에게는 목가적일지는 몰라도, 땡볕에 허리 굽힌 농부에겐 그 현실이 고역일 수도 있다. 

연례 행사격으로 지리산에서 오르지만 난, 지리산을 아는게 아니라 오히려 산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자기 만족... 산이 주는 스펙터클함의 향유? 라고 할까.

[ 其 五 ]
2009/12/31 09:41:33 눈보라 휘몰아치는 소리가 밤새도록 대피소를 때리면서 천둥번개처럼 울부짖어 밤잠을 설치게 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6시에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아이젠과 각반, 조그마한 후레쉬를 들고 천왕봉으로 나선다
.
.
.
아직 어둠이 지배적인데 계속 내린 눈으로 길을 헤쳐나가기가 쉽지않다. 혼자 오르는 길이 약간은 두려움이 앞선다. 아직 아무도 앞서 지나가지 않은 길이다. 군데군데 눈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눈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려오고 날카로운 추위가 사지를 파고든다.
한시간여를 걸어오른 천왕봉. 7시20분... 아무도없이 혼자다...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고 맹렬한 추위가 몰려온다.
올해의 마지막 일출은 볼 수가 없나보다. 추위에 쫓겨 다시 장터목으로...
.
.
.
내려오는 길에 천왕봉으로 오르는 일행과 인사하며 사진도 찍어본다. 

중간쯤 내려오는데 어제봤던 일행중 어떤 남자가 혹시 신발 바꿔신지 않았냐고....자기 신발이라고,,, 중간에 신발 체인지.

장터목으로 내려오는데 입구에 천왕봉 입산금지 푯말이 세워져있다. 기상조건 악화로 하산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취사장에서 아침 끓여 먹고 화장실 갔다가 하산준비...

[ 其 六]
2009/12/31 14:57 장터목 산장에서 만난 사람 김병관 님 ;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농성중, 전 연하천 대피소 소장   Link to 
http://uquehan.blogspot.kr/2010/07/blog-post_27.html

[ 其 七 ]
2009-12-31 14:58:27 세석으로 향하는걸 물으니 무리라고, 그냥 백무동으로 가라는 대피소 직원의 충고에 따라 어제 온길로 하산... 아직까지 눈발이 날리고 기온은 영하 20 도를 가르키고 있다. 


산길은 내려오는 길이 고역이다. 조심조심 어제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입산이 통제된줄 알았는데 간간히 사람들이 올라온다. 나이든 부부, 어린 아들과 함께 오르는 아빠...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어제 잠시 목을 축였던 참샘이 나온다. 잠시 쉬어 목을 축인다. 산상의 날씨, 기온과 산밑의 기후 차이가 크다.

약 3시간여를 걸어 내려오니 백무동입구, 공원 출입구 쪽에는 공단에서 출입을 통제하는지 일군의 무리들이 오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버스 정류소에 있는 차가 인월거쳐 함양으로 간단다. 인월에서 내릴 요량으로 얼른 올라탄다. 운전기사와 할머니, 그리고 나 셋이다.

인월에서 남원으로...
"장계 하나요"
"방금 떠났는데요..차가 별로 없어요. 3시 40분 차입니다"
"별수없죠, 주세요.."


2시 조금 넘은 시간.. 대합실에 앉아 김병관님이 준 육포를 씹으며 아이폰질...

2009/12/31 지리산 장터목 산장에서 만난 사람 김병관님

지리산 장터목 산장에서 만난 사람
김병관 님 ;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농성 중이신 전 연하천 대피소 소장

2009년 10월 12일부터 무기한 산상시위 중...
취사장 구석에 붙여있는 조그마한 포스터에 쓰여 있는 구호가 케이블카 반대 산상농성 중 임을 알리고 있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대피소의 취사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계신다.

강이고 산이고 다 파헤쳐 콘크리트로 도배하고 국립공원에 철탑세우는 토목/건설 공화국의 국시(國是)-삽질하세!! -가 전 국토, 전 영역을 망라하여 관철되고 있는 느낌이다.

비전문가로서 케이블카 도입의 목적과 그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지만,,, 좀 아닌 것 같다. 산 사나이 김병관님이 산상시위까지 하는 것에는 경제개발 논리로만 결정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가 있다고 본다.

혹여 소수자를 위한 접근성의 보장이라는 인도주의적인(?) 발로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식이 굳이 케이블카이어야 하는가 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무튼 추운 겨울 천왕봉 장터목에서, 산 지킴이로서 산 사나이로서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김병관님 화이팅!!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모델료 비싸다고 하셨는데,,,

사진을 잘 못 찍어 모델의 위명에 흠이 가지는 않았는지 죄송...
짐 싸고 하산하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데 오히려 나에게 육포며, 물 챙겨 주시고...

2009-12-31 14:57:06

Friday, January 01, 2010

201001011017 마실이...어머니의 자가용

아침에 일어나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비닐하우스에 뭔가 있어 가보니 "마실이" 가 있다.
그토록 갖고 하셨던 것... 몸이 불편하고 거동이 쉽지않은 노친이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런지...

시골 노인네들의 자가용 마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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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 쇼펜하우어

배설의 고통, 혹은 즐거움, 안도감과 함께하는 화장실 문학산책
『자살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수상록】,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s), 범우사, 1995 中

<< 내가알고 있는 한, 여러 종교 중에서 자살을 범죄로 인정하는 것은 다만 일신교(一神敎), 즉 유태교뿐이다. 그런데 《구약성서》나 《신약성서》 속의 그 어디에도 자살에 대한 적극적 금지나 부인(否認)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런 종교의 신학자들은 자살에 대한 엄중한 금지를 제 멋대로, 각기 자기가 만든 철학적 사상을 가지고 기초를 두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나 그 자신의 몸과 생명에 대해서 절대적인 권리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주 명백한 일이다. 자살은 범죄의 하나로 취급되고, 특히 비천하고 완고한 사이비 신자가 많은 영국에서 자살자는 모독적인 방법으로 매장되고 그 유산마저도 몰수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배심 재판소는 거의 언제나 자살을 정신착란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 내린다. 자살은 과연 죄악인가, 아닌가 ?

죽음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최후의 피난처이며, 이것을 성직자들의 명령만으로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형법에 자살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여 그것이 교회에서도 통용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면, 그 금지 자체도 역시 명백히 가소로운 일이다. 도대체 형벌을 부과한다고 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는 사람을 위협해서 그만두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에 누가 자살에 실패한 사람을 벌한다고 하면, 그것은 결국 자살을 하는데 실패한 그 방법의 미숙함에 벌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고대인들의 견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신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은 설사 스스로 자살하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다.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이 수많은 고난 가운데 있으면서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상 최상의 선물이다 - 《박물지(博物誌)》 제2권 제7장 - >>

하지만 종종 - 많은 종교에서 자살은 종교적 희생 제의로 인정되고 있으며, 때때로는 적극적으로 장려되기도 한다. 그 경우에는 보통 종교의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나 시대적 지배 담론에 의한 강제가 많다.다양한 대의명분을 위한 성전(聖戰), 악의 제국을 무찌르기 위한 종교간의 전쟁, 하느님 왕국의 확장을 위한 순교… 

결국 자살의 도덕성, 윤리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그것이 사회적 생산력이나 종교적 전투력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 이다. '개인의 내적 파문, 삶의 충동'으로서의 죽음은 사회악(社會惡)인 것이다.

| 2009-02-21 22:32:11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七

2009년 01월 03일 오전 6시 30분

피곤함 속에 침낭을 빠져나와 짐을 꾸린다. 오늘은 이틀간 신었던 얇은 여름 양말을 벗고 아이젠 착용으로 인한 다리의 통증 완화시키자는 목적으로 좀 두꺼운 겨울 양말과 그 위에 등산용 양말을 덧 신었다. 아무래도 배를 채우고 가는게 좋을 것 같아 짐을 모두 챙겨 취사장으로 간다. 아직도 어두 컴컴하다.

라면과 밥 – 동일한 메뉴의 식사를 후다닥 끝내고는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며 씻지 않은 얼굴에 베이비 크림을 바른다. 주로 코 밑에 집중적으로… 추위에 콧물이 나와서 자주 훔치다 보니 코 밑이 헐었다. 좀 쓰라린다. 산행 중에도 수시로 발라 주었는데 역부족이었나 보다

오전 7시 5분…


멀리 산 너머로 여명이 비춰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해가 뜨려면 좀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배낭을 매고는 출발한다. 오늘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도저히 성삼재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체로 급경사의 길이 그다지 많지 않아 어제 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다. 한참을 걷다보니 햇살이 포근하다. 잠시 양지에 쉬어 앉아 따스한 햇살에 얼굴을 들이 댄다. 눈을 한 웅큼 집어서 손을 씻고는 다시 하얀 눈을 들어 살살 비비면서 세수를 해 본다. 아~ 상쾌하다.

저 멀리 산과 구름이 하나되어 세상끝의 경계를 흐려버린다.


형제봉을 지나 연하천 대피소로 향한다. 발에 땀이 차는건지 좀 축축해지는 느낌이다.
사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연하천 대피소가 목전이다. 앞에서 외국인이 혼자서 걸어 오고 있다. 조그마한 가방하나 매고 몸이 가벼운 것 같다. 눈 인사를 나눈다.

9시 30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목을 축인다. 시원하다. 연거푸 2 국자를 마셨다. 따스한 햇살 아래 앉아서 건빵, 귤과 감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연하천에서 뱀사골까지 대충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 보니, 화개재까지 12시, 뱀사골 계곡을 따라 반선까지 늦더라도 오후 4~5시 사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9시 45분 연하천을 출발한다.

곳곳에 있는 고목들이 참 운치있다

연하천에서 명선봉으로 향하는 계단... 젠장~ 초장 부터 헉헉거리게 만들며 사람 진을 쏙 빼 놓는다. 배낭 때문인지 엉덩이 엉치뼈 위쪽에 통증이 심하다. 배낭이 닿기만 해도 견딜 수가 없다.

11시 30분경 토끼봉에 올랐다. 천왕봉과 세석평전이 자꾸만 멀어져 간다.


비틀 비틀 거리며 화개재에 도착해서 뱀사골로 방향을 튼다. 허걱… 망할 놈의 급경사 계단이 펼쳐져 있다. 뱀사골 대피소는 없어지고 무슨 사무실 형태의 안내소인지 뭔지로 바뀐 조그마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몇 몇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잠시 쉬면서 초코릿 하나로 칼로리를 보충한다.

헌데 아무래도 신발이 축축한게 오히려 두꺼운 등산용 양말이 녹아 든 눈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까지는 얇은 양말이고 발의 열기로 신발이 눅눅하지는 않았는데… 발의 통증을 경감해 보겠다고 양말과 등산용 양말 두켤레를 신은 것이 오히려 바깥쪽에서 물을 끌어들이다니… 하는 수 없이 양말을 모두 벗고는 맨발로 운동화를 신었다.

그래 좀 낫네… 하지만 바위와 돌과 부딪치는 아이젠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뭐 하는 수 없지… 좀 내려가다 보면 눈이 없는 곳에서 아이젠을 벗으면 좀 나아지리라 위안을 하며 출발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기진 맥진… 왜 이리도 갈 길이 먼지… 피로감에 뱀사골의 풍광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기계적으로 걷고 있다. 계곡물은 얼어 붙어 있어 겨울에는 계곡의 아름다움과 흐르는 물 소리의 시원함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겨우 겨우 반선에 도착하다. 아이들이 상가 앞에서 놀고 있기에 물었다. “남원 가는 버스 어디에서 타요?” “저기 아래 300M 더 내려가세요” “고마워요”...

버스 정류소가 보이질 않는다. 기웃기웃하며 있는데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나오면서 무엇을 찾느냐고 한다. “버스 어디서 타죠?” “저 밑 식당 앞에서 타세요” (내 배낭에 달린 비닐 봉투를 보고는) “그거 쓰레기면 저 주세요, 가지고 다니기 불편할 텐데” “괜찮습니다. 제가 가져 가야죠” “그래요? 다음에 오시면 들르세요” 하며 가는데 저 앞에 버스 하나가 온다.

아저씨에게 남원시외버스 터미널 가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낑낑대며 버스에 올라탔다. 아저씨에게 버스터미널 도착 예정 시간을 물으니 6시가 넘어야 한다고 한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 전화를 해서 장계가는 마지막 차 시간을 확인해 보니 6시 40분이란다.

버스는 달궁으로 가더니 거기서 다시 되돌아 나와 다시 반선으로 와서는 산내-인월-운봉을 거쳐 남원에 들어 섰다. 집에 전화를 한다. 남원에서 6시 40분 장계가는 버스타고 가면 8시면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표를 사고는 오뎅 몇 개와 국물을 먹고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에 오르니 손님은 나 혼자이다. 번암을 거쳐 장수~장계에 도착하니 7시 30분.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六

2009년 01월 02일 오후 12시 50분 세석 대피소.
세석에 도착해서 일회용 우동을 끓여 밥과 함께 후다닥 먹고 담배 한 개피 피고는 다시 걷는다.

좀 오래 쉬고 싶었지만 오늘의 숙소인 벽소령까지 약 6.3 km 이므로 현재의 산행상태와 속도로 보면 약 4시간을 예상한다. 오후 1시가 조금 못 되었으니까 5시까지는 어쨌든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늦어지면 날이 어두워지고 추위 때문에 곤란을 당할 것 같아 빨리 출발한다.


이제는 무릎에 통증이 더 심해져 오는 것 같다. 특히나 내리막 길에서는 아주 고역이다. 더군다나 배낭이 어깨를 파고들어 짓누르는 바람에 몸은 천근 만근이나 되는 것 같다.

몸은 힘들어도 가끔씩 쉬면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경치가 피로를 몰아 간다.

[세석에서 벽소령으로 가는 길에서의 풍경들]
  



 <이 바위는 언뜻 보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 계단... 내려가는 길... 
무릎과 다리의 통증때문에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라기 보다는 
지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지리산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순례를 하듯이 주기적으로 산을 다시 오른다.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온 사람들도 있지만 혼자서 산행을 하는 분 들도 많다.
가끔씩 엇갈리며 지나가는 등산객들과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주고 받는다.


피로에 지쳐 배낭을 풀고 땀을 식히며 송익필(宋翼弼) 님의 산행(山行)이란 시를 읊어 본다.
산길 오르다 보면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 쉬다 보면 길 가는 것을 잊는다.
잠시 말을 멈추고 소나무 그늘 아래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내 뒤에 오던 몇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갔는가
제 각기 가야할 길이 다른데 무엇을 다투리오
(山行忘坐坐忘行 歇馬松陰廳水聲
後我畿人先我去 各歸其止又何爭)

눈을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저기 멀리 왼쪽으로 천왕봉이고 오른쪽이 끝자락 부분이 세석평전이다.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五

발도 굳고 어깨도 굳고 장터목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고역이다. 내리막길에서의 아이젠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장터목 도착해 지친 다리를 끌고 아침을 준비한다. 식수를 얻으려면 대피소에서 100여 미터를 더 내려가서 물을 떠와야 한단다. 생수병의 물을 쓰기는 아까워서 코펠을 들고 내려간다. 급경사에 눈이 쌓여 있고 다리가 아파서 아이젠을 풀었더니 이건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말이 70 미터지…. 이건 부동산 정보지의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와 같은 류의 사기이다. 겨우겨우 내려갔더니 쫄쫄쫄 빈약하게 흐르는 물… 한참 동안 받아서 다시 그 길을 올라섰다.

젠장… 차라리 대피소에서 돈주고 생수를 살 걸… 그깟돈 아끼겠다고 이게 무슨 고생이람... 아무튼 겨우 겨우 올라와 취사장에서 가서 라면 끓이고 거기에 햇반까서 집어 넣어 함께 끓여 후다닥 먹는다.

대충 먹고는 한 두컵 남은 물 끓여서 즉석 커피 한잔 들이키고는 나머지 물로는 대충 라면 끓인 코펠 헹구고 식후 연초 한 개피 피고는 베낭을 다시 꾸려 세석으로 향한다.


세석행 길에서의 눈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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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석 평전이 눈앞에 펼쳐지다


저기 중간에 세석 대피소가 보인다. 11시 50분…..
무릎의 통증을 견디며 점심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세석 대피소로 향한다.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四

2009년 01월 02일 새벽 4시 30분…

여기 저기서 부시럭 부시럭 부산하다. 아무래도 일출을 보려면 지금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엉기적 거리며 일어나 모포와 침낭을 개고 짐을 꾸린다. 2층이라 짐을 대충 꾸려 내려가면서 보니 사람들이 제법 들어와 있었다. 자리가 없어 앉아서 쪼그리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침을 해 먹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충 간식으로 때우자… 귤 두개와 약과 두개로 때우고 일출보고 나서 장터목에 내려 가서 아침을 해 먹자라는 심산으로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아이젠을 신발에 착용하고는 곧장 출발 준비를 하였다.

일 출은 7시 30분가량으로 예상되므로 시간은 충분하나 아무래도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고 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면 여유있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조그마한 손전등을 들고 산장에서 제일 먼저 길을 나 섰다. 지금 시각 5시 10분 정도. 산에 오르기전에 우선 법계사에 가서 빈 물통에 물을 채운다.



달빛도 없고 아직은 어둠이 지배적이다. 희미한 손전등에 의지해서 산길을 재촉한다. 새벽의 차가운 기운은 녹녹하지가 않다. 그래도 조금 오르다 보니 이내 땀이 차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는 길이라 배로 힘든 것 같다. 어제처럼 숨이 차는 것은 없어 졌는데, 오늘은 발 바닥과 무릎에 압박이 온다. 배낭은 이제 어깨를 파고 들고 그 중압감이 두 다리를 휘청이게 한다.

바람 소리와 숲의 속삭임이 어둠속에서 가끔씩 섬찟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약간의 허기…
젠장, 차라리 든든하게 따뜻한 아침을 먹고 나섰더라면 좀 나았을 텐데라는 후회… 하는 수 없이 잠시 배낭을 풀고는 초코릿 하나를 꺼내어 입으로 가져가 본다. 추위로 인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도 한결 낫다.

가 파른 경사의 바위길, 울퉁불퉁 돌길은 정말 쥐약이다. 다음에는 좋은 등산화에 아이젠도 좋은 것으로 준비 해야지라는 다짐을 해 본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뒤에서 후레쉬 불빛이 보인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뒤따라 와서는 나를 추월해 버린다.

죽을 둥 살 둥 오르다 보니 드디어 마지막 고비이다. 바람은 맹렬해 지고 기운은 빠져가는데 너무나 가파른 암벽길이다. 뒤를 돌아 보니 벌써 여명이 밝아 온다.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 진다.

(아침 7시 11분… 여명이 밝아 온다)

머리위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웅성거리며 들려 온다. 기운을 내자 다독이면서 엉기적 엉기적 기어서 올라 간다.

드 디어 정상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이미 어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천왕봉 비석앞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자리를 잡는다. 바람과 함께 날라오는 냉기가 땀과 열을 빼앗아 가면서 느껴지는 체감 온도가 장난이 아니다. 해가 솟아오르려면 약 20여 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발 끝이 시려 온다.
얇은 여름 양말에 운동화로는 가만히 서있으면서 추위를 버티기에는 무린가 보다



드 디어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른다. 아~ 와~ 산의 바다 저 멀리로 빠알간 해가 쑥 떠오른다. 카메라를 들이 댄다. 추위에 손가락이 아파 온다. 카메라의 배터리는 강추위에 얼어서 Low Battery 신호를 껌뻑껌뻑 보내면서 언제 꺼질지 위태 위태하다.

저 일출을 보기 위해 이렇게 왔다. 천왕봉이 허락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라는 저 짧은 일출을 보기 위해…

해는 순식간에 떠 올랐다. 짧은 감동 이후 천왕봉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는 사람들을 서둘러 떠나게끔 최촉한다.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三

2009년 01월 01일 오후 4시 10분…  드디어 법계사가 보인다

왼쪽 움푹한 곳이 법계사이고 거기 조금 밑에 로타리 산장이 붙어 있다. 오른쪽 위로는 눈 덮인 천왕봉이 보인다. 바람도 제법 날카로워지고 있다. 숨돌리기 위해 등산복 외투를 벗고 바람을 쐬는데 등 밑으로 흐르던 땀으로 흥건히 젖었던 셔츠가 찬 바람에 단박에 얼어 붙어 뻣뻣 해진다.  얼른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산장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예약하셨어요?”대피소 직원이 묻는다.
“…(머뭇머뭇)…예약이 꽉 차서 그냥 왔는데요”
“그럼 왠만하면 입산하지 말지 그랬어요… 그런 신발로 오셨어요?” (황당하고 한심하다는 듯한 분위기…)
여름 양말에 운동화 행색의 나… (갑자기 내 자신이 멋적어 진다)

아마 대피소 직원은 등산화도 아닌 운동화를 신고 더군다나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놀라서 그런것 같다. 아이젠을 준비 했지만 중산리에서 로타리 산장까지는 눈이 쌓여 있지 않아 아이젠을 배낭속에 고이 넣어 왔다.

“저… 대기자로 해주세요”

일단 추우니까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한다. 6시까지 예약자들을 우선적으로 자리 배정하고 다음에 대기자들 차례란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하지 못하고 갑자기 출발했던 지라 미리 산장 예약을 하지 못했고 또 무엇보다도 이미 인터넷 예약이 꽉차서 예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예약제 이전에는 선착순이었는데 그 때도 사람들이 많으면 복도나 마루에 쪼그리고 잠을 자는 경우가 있었기에 편히 누울 수 있는 잠자리를 얻지 못하더라도 대피소 안에 쪼그리고 추위를 피할 수 있다라면 문제 없겠다 싶어 그냥 달린 것이다.

아무튼 다행이다…. 우선은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녹였다. 몸이 좀 녹자 잠시 시간을 내어 법계사를 둘러볼 겸, 그리고 아직 6시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고 또 대피소 안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나섰다.

산장에서 법계사 가는 입구에 표지판이 하나 서있다. 법계사 일대는 지리산 빨치산 부대의 사령부 역할을 하던 장소란다.

지리산 법계사… 도량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

 3층 석탑 근처에서 차가운 냉수로 목을 축인다. 맹렬히 추운날임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약수가 상쾌하다.

멀리 한 바퀴 경관을 휘 둘러 보고는 추위에 쫓겨 얼른 대피소로 다시 돌아 왔다.



7천원을 내고 잠자리 하나를 얻었다. 천만 다행이다. 매서운 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하게 다리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으니… 이제는 먹는 일만 남았다. 일회용 밥(햇반)과 라면 하나 그리고 코펠/버너를 챙겨 취사장으로 간다. 코펠 하나에는 라면물을 끓인다. 또 다른 한 쪽에는 물을 두 컵 정도 붓고 고구마나 떡을 찔 때 사용하는 삼발이 찜틀을 올려 놓는다. 거기에 일회용 밥 알맹이를 넣고는 증기로 밥을 데운다.

다들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먹는다. 앞에 계신 부부가 양념돼지불고기에 소주를 권한다. 당연히 사양하지 않고 넙죽 받아 먹는다. 피곤함의 끝이라서 그런지 꿀 맛이다. 음… 소주를 사올 걸... 하는 후회가 스친다.

밥을 먹고 있는데 진동이 느껴 진다. 집이다. 부재중 전화도 찍혀 있다.늙은 부모님이 장년의 아들이 산속에서 얼어 죽지 않나 걱정이 되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해서 놀란 눈치다. 따뜻한 잠자리 얻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키고 전화를 접는다.



겨울 산속에는 물이 귀해서 중산리에서 사온 물 900ml 짜리 한 통이 저녁 식사하는데 모두 사용되었다. 물 부족을 포함하여 산에서의 자연보호를 위해 집에서 처럼 설겆이를 하는 것은 언감생시 불가능 한 일이다. 먼저 휴지로 라면 끓인 코펠을 닦고는 밥을 데우기 위해 썼던 물을 재활용 한다. 먼저 한 컵이 못되는 물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따로 따라 놓고는 한 컵 정도의 물로 라면 코펠을 헹구는 것으로 설겆이 끝.



8시 소등이기 때문에 군용모포와 침낭으로 2층 19번 자리에 잠자리 깔고 잠시 불끄기 전까지 대피소에 비치 되어 있는 시집을 펼쳐 본다. 시집 중에 나희덕 선생님의 詩가 와 닿는다.

“사라진 손바닥”
”상현(上弦)”
“오분간”
“와온(臥溫)에서”

특히나 “사라진 손바닥”이라는 시 중,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네”

라는 구절.. 연꽃이 지고 연대가 꼬꾸라져가는 모습의 표현이 마음을 휘어 잡는다.



[ 오분간 ] –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라도 깜박 지나가 버릴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 올라 꽃 그늘을 벗어난다.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二

2009년 01월 01일 오후 2시 25분 칼바위 도착


칼바위를 거쳐 가니 이정표가 나온다. 로타리 대피소 2.1km 천왕봉 4.1km


천왕봉까지의 4km가 죽음의 사(死) 킬로미터 이리라…

겨울 산속에서는 해가 빨리 떨어지고 살인적인 맹 추위가 기습을 하는지라 6시 이전에는 대피소에서 도착해서 몸을 뉘어야 한다.

지금 여기 이정표에서의 시간이 2시 30분이니 로타리 산장까지 2.1km, 천천히 오르면 4시가 넘을 것 같다. 오늘은 로타리 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리라 생각하고 길을 재촉한다.

중산리~천왕봉 코스는 역시나 힘들다… 나이 탓인가? 아님 그 동안의 운동 부족인가 숨이 차올라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가파른 계단은 사람을 좌절케 한다. 온 몸에 땀이 차 오른다. 쉬엄쉬엄 오르는 길임에도 기진맥진이다.



엇갈려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몇 일의 산행에 씻지도 못하고 초췌한 몰골로 피로에 지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당일 코스로 천왕봉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지나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 중에 누가 그런다. “지리산이 Well-being 등반 코스가 될 줄이야…”



산행을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어느 원로 산악인의 [1957년 지리산 산행기]의 내용이 문득 떠 올랐다. 약 10여 일에 걸쳐 무더운 여름 땡볕과 장마 속 행군에 생쥐와의 전쟁과 도강작전을 거치면서 진주에서 부터 걸어서 중산리~천왕봉까지의 산행기 였는데… 그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웰빙 여행이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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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준비 ]


2년전인 55년에 지리산 초등을 하고  이제 두번째 지리산을 가기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쌀 여섯되, 미싯가루 두되, 군용텐트, 시트겸 판쵸, 군용침낭, 김치독, 간장, 된장 고추장 버무린 독, 마니라로프 20m, 카메라, 쌍안경, 삽, 톱, 야전도끼, 야전곡괭이, 간식, 부식, 세면구, 보온주, 석유 알콜 한되씩, 알콜깡통, 항고 등등.....


산더미 같은 장비를 쌓아놓고 보니 륙색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자갈치 시장에서 급히 군용 샌드백을 구입했다. 샌드백 한쪽 포켓에 항고가 두개쯤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양쪽을 붙이고 그보다  작은 포켓을 가운데 붙였다.  넣을것이 많아서 위에도 세개의 포켓을 달고나니 아주 근사하다. 이 륙색을 만든 다음 너무도 좋아서 자다가도 깨어서 만져보고 얼마나 쓰다듬었는지 모른다.


[1957년 6월 23일]


06시 철마는 움직이기 시작했다.열차가 삼랑진을 지날무렵에 오직 나만 믿고  동행한 Y군과 L군의 얼굴을 쳐다보니 과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마산을 지나 터널을 지날때마다 석탄가루가 얼굴에 달라붙고 더워서 질식할 뻔 했다.


12시 40분,부산을 출발해서 6시간 40분만에 진주에 도착했다.진주역에는 같이 산행할 Y군의 친구 K가 마중나와 있었다. 지리산을 잘 안다는  이 친구를 보니 천군마마를 얻은 기분이다.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역에서 2키로거리인 시외버스 정류소에 오니 하루에 한번  다니는 덕산가는 버스가 이미 떠나고 없다. 어차피 진주에서 중산라까지 걷기로 작정하고 나왔으니 하는 수 없다


물어 물어 산청 방향으로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하면서 행군을 계속 했다. 진주에서 "원지"까지가 50리라 하지만 65kg 정도의 짐이 너무 부담스러워 "명석"에  도착하니 촌보도 움직일 수가 없어 어느 과수원 귀퉁이에 텐트를 치고 첫밤을 보냈다.


[6월 24일]


"명석"지서 순경이 운이 좋으면 고령토 트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터이니 기다려 보란다. 9시경 요행히 먼지 펄펄나는 트럭을 얻어 탓는데 한참을 가니(12키로 정도)내리라 한다.


"시천(덕산)"을 향해 또다시 걷는다.입은옷이 소금에 절어 뻣뻣해질 때까지 걸었다. 긴 여름해가 어둠에 깔릴때까지 걸어온 덕분에 8시경에 덕산장터에 닿아서 강둑에  텐트를 치고 고단한 몸을 뉘였다.


[6월 25일]


덕산에서 "곡점"까지 12키로라고 한다. 시어서 못먹게 된 김치독 1개를 미련 없이 버리고 나니 한결 짐이 가볍다.


덕산을 출벌한지 4시간만에 곡점에 도착해서 중산리까지 갈려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더 이상 걷기가 힘이들어 오늘은 일찌감치 곡점에서 텐트를 친다. 곡점 마걸리도가의 냄새에 이끌려 네명이 두말을 먹고 잠이 들었다.


[6월 26일]


오늘부터는 좀 힘차게 걸으려고 마음을 먹고 중산리를 향하는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빗물이 륙색안으로 들어가서 꿀렁거려 더 이상 전진을 못하고 "동당리"마을 재실에 대피해서 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이 곳에서 하루밤 잘 수 밖에 없다.


시간이 많아서 간식으로 콩을 볶아 먹기도 했다. 콩을 먹으며 계속 물을 마셔대던 L군이 저녁에 결국 설사를 만나 고생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6월 27일] 


비는 계속해서 내린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빗속을 걸어 "하중산리"에 닿으니 계곡의 물살이 엄청 나서 칡넝쿨로 얽어 만든 통나무 다리를 건널때는 눈이 뱅뱅 돌지경이다. 


"하중산리"의 돌아가지 않는 물레방아간에서 잠시 비를 피한 후 다시 빗속의 황토길을 걸어서 "중중산리"에 오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난 2시 10분 이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밥을 지을수 없어 미싯가루로 허기만 면하고 급한 경사 길을 올라서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 초입인 "상중산리에 도착했다. 


땅이 질퍽거려 텐트칠 자리가 없어 "홍순표"씨라는 집에 민박을 했는데 얼마나 방에 불을 많이 땟는지 이틀 동안 비에 젖은 옷이며 장비가 밤새 바짝 말랐다.


[6월 28일] 


오늘도 비는 안그친다. 중산리 언덕에서 보니 계곡에 집채만한 돌들이 굴러 내려오고 있다. 마을에서 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근 두시간을 헤메었는데도 논 길을 찾을 수가없다. 


지리산을 잘 안다는 진주의 k군에께 의논을 하니 사실은 자기도 지리산이 오늘 처음 이란다. 그러면 왜 잘 안다고 했냐고 힐책을 하니 안그러면 동행시켜주지 않을것 같아서 거짓 말을 했단다. 


기가 막힌다.  할 수 없어 홍순표씨집에 다시가서 그를 데리고 와서 길을 안내받긴 했는데 불어난  물 때문에 도저히 계곡을 건널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계곡의 물이 빠지는 것을 기다리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빗줄기는 차츰 약해지며 오후가 되니 그치긴해도 계곡물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순두류 삼거리 지점의 언덕을 깎아 젖어서 납덩이 같은 텐트를 치고 시끄러운 물소리와 함께 또 하룻밤을 중산리에서 보낸다.(지금의 매표소 맞은편 언덕) 


[6월 29일-도강작전] 


물소리 때문인지 도강 걱정 때문인지 잠이 안온다.지리산의 아침은 우중에도 밝아왔다. 도강 준비를 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 마닐라 로프를 활용하기 위해 5미터 전방에 있는 바위까지 나무다리를 만들기로 했다. 


허벅지만한 나무 세개를 야전도끼로 찍어서 엮어 일단 간이 다리를 만들었다. 거기서부터는 짐 없이 힘껏 다음 바위로 도약하고 또 도약하고 그래서 첫번째  대원이 넘어갈 수 있었다. 무거운 로프를 강 저쪽으로 던져 나무에서 나무로 연결한 뒤 륙색은 먼저 보내고 대원들은 뛰어 건너 겨우 도강에 성공했다. 3시간 20분이 걸리는 대 역사였다.


여기서 우측 소로를 따르면 순두류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야 칼바위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에 왼쪽길로 접어드니 민가 두채가  나타난다. 물소리가 얼마나 장황했던지 그토록 고함을 지르고 했는데도 전혀 듣지 못했다 한다. 


칼바위에 도착하니 3시30분경. 시계에 물이 들어갔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첫째 개울  둘째 개울을 건너고 우측으로 가라는 신신당부를 받았지만 우측에는 길이  없고  왼쪽에 길이 있어 륙색을 벗어 놓고 정찰에 나섰으나 100미터도 못가서 길이  없어진다.


되돌아와 우측으로 길을 찾았으나 도저히 나갈 길이 없다. 일제 군용도로 잡목을  베면서 70미터 정도 전진을하니 희미한 나무꾼 길이 나온다. 알고보니 두번째 개울 건너 다시 그 개울 상류를 건너 우측으로 한바퀴 도니까 길이  연결이 된다. 길을 찾고나니 안심도 되고 피로가 겹쳐 칼바위 캠프에서 텐트를 친다.


[6월 30일]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강렬한 태양이 아침부터 극성을 부린다. 엿새 동안의 노독과 도강 작전에 너무 지쳐서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쉬기로 대원들이 의견 일치를 한다. 


산행로를 확인 하기도 하고 물이 줄어든 개울을 건너 다래밭에서 새파란 다래를 서너 되나 따 오기도 했다. 더위를 식히려 차가운 물속에 들기도 하며 한가한  하루를  보내고 내일을 위해 항고밥을 일찍 해먹었다. 어제 실수로 알콜 한되를 쏟아 버렸기에 내일 아침 연료용으로 화력좋아 보이는 솔방울을 따서 쌀자루에 담아두고 잠자리에 든다. 


새벽녁에 L군이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깨어 무슨 일이냐고 물어니 쥐가 발바닥을 갉아 먹었다고 한다. 무슨 그런 일이 하면서 내 발바닥을 쓰다듬어니 우둘투둘하다. 기역자 전등으로 비춰보니 쥐의 특유한 두 이빨자국이 선명하다. 다시 잠을 청하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전등을 비추니 엄지 손가락 만한 새앙쥐가 잠든 Y군의 배를 타고 넘어 달아나는 놈을 워커로 일격을 가해 잡는데 성공한다. 


[7월 1일] 


하루를 쉬었음에도 새앙쥐 사건으로 잠을 설쳐 컨디션이 개운치가 않다. 그래도  육중한 륙색을 메었다. 사람길인지 짐승길인지 분간이 어렵지만 간혹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로 길을 확인하곤 한다. 가파른 길을 헤매면서 올라가니 바위가 앞을 막는다. 바위를 탈수 없어 빽하여 길을  찾으니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 같은 것이 보인다. 계속 타고 오르니 이 길이야 말로 망바위로 오르는 코스였다. 


망바위에 올라 성냥갑 같은 중산리를 내려다 보면서 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앞에 보이는 바위가 문창대라고 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문창대를 지나 법계사까지는 가야한다. 


확확 쏟는 지열을 감당하면서 문창대에 닿으니 평길이 나와 살만하다. 평길이 끝나고 자갈돌길이 나올때는 죽었구나 했는데 바위 사이에서 쏱아지는 석간수로 위기를 모면한다.(지금의 로타리 산장 부근) 


은은히 들리는 종소리에 법계사가 가까웠음을 느끼고 급하게 법계사로 향했다. 혹시 법계사가 아닌건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 무거운 짐과 더위에 지쳐 기다시피 하여 오르니 정자같은 가옥이 나타난다.  큰 돌위에 석탑이 보여서 '옳거니! 절집이 맞다고 확신하고 급경사를 급히 오르니 웬 부인이  반겨 맞는다. 부산에서 왔다고 인사를 청하니 자기는 법계사를 지키는 손보살이라고 한다. 


절 위로  보이는 산봉을 바로 오르고 싶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4키로라고 하면서, 저  봉우리는 일출이 장관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고 내일 새벽에 오르라고 붙잡는다. 해는 한발이나 남았지만 혹서에 지친 몸이라 거부할 생각도 없이 머물기로 했다. 텐트를 치고 나니 산삼이라면서 재배한 인삼을 한뿌리씩 준다. 


여덟가지의 약초로 직접  빚은 팔선주라는 술도 반주전자나 주어서 멋모르고 마시고 저녁도 굶은 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7월 2일] 


고맙게도 손보살이 깨워 주어서 눈을 뜨니 새벽 세시였다. 일출 보기가 힘드니  어떻게  하든지 일출을 보고 오라고 당부를 하는 손보살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햇다.  


기역자 군용 후랫쉬를 비추며 한참을 오르니 날이 밝아오면서 앞에 보이는 산봉이  잡힐듯 하면서 접근하기가 점점 너무나 힘이 든다. 바위가 쫙 갈라진 채 입을 벌리고 있는 곳에 닿았다. 


이 정도 오르면 개선장군들 이라 고 생각하고 이 곳을 "개선문"이라고 명명했다. 집채만한 큰 바위가 길을 막아 네사람이 륙색을 벗어놓고 길을 찾아 나섰다. 겨우  바위 뒤쪽으로 나 있는 짐승길을 찾아서 오르는데 정말 힘이든다. 산딸기가  수 없이 널부러져 있어도 따 먹을 겨를도 없이 진행한다. 


풀을 베고 나무를 찍어 내면서 나아가니 20미터 정도의 암벽이 또 길을 막는다. 마닐라  로프와 기술을 총동원 했지만 도저히 오를 수 없어 나무를 베어가면서 왼쪽 능선 으로 붙었다. 


이제 길이 좀 나타날까 했는데 다시 움푹 패인 암장 하나가 길을 막는다. 산봉은 잡힐듯 가까워 있고 급한 마음에 바위를 오르려고 몇번 시도를 하나 이끼  때문에 불가능 하여 1시간을 허비 한 다음 하는 수 없이 우측 계곡으로 들어가 흘러 내린 바위를 타고 산봉으로 직등을 시도한다. 


넝쿨들이 발을 매섭게 감아 쥐지만 단도로 잘라가며 길을 만들어서 올라갔다. 


법계사에서 지고온 물독이 무색할 정도로 바위틈으로 물이 흐르는 곳도 있다. 좌로 우로 비껴 가면서 낙석지대를 오르니 마음은 산봉에 있고 몸은 한없이 지친다. 이제부터 길은 거의 기어서 오른다. 기어서 기어서 오봉밑에 오르니 감로수가 철철 넘친다. 마지막으로 목을 추기고 20미터 정도 남은 산봉을 향해 오르는 도중에 "김순용"영감이 산봉밑에 다지다가 둔 캠프장의 언저리에 삽과 곡괭이가 널려져 있다. 


이제 앞으로 10미터!... 


감격스런 산봉이 눈 앞에 있다. 륙색을 풀어 던지고 가벼운 몸으로 뛰다시피 산봉에  올랐다. 여기가 천왕봉! 이 감격, 이 환희,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번째의 감격이다.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고 야호도 외쳤다. 안개가 심해서 일출을 못 보는 것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 더 갈데도 없다. 어떻게 해서 여기에 왔는가. 


그 아쉬움 때문에 도무지 하산할  수가 없어 우리는 천왕봉에 또 캠프를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