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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anuary 02, 2010

[지리산] 2009년말 지리산 산행

[ 其 一 ]
2009/12/30 08:26:46 눈발이 제법 휘날리는 아침 강변역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백무동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8시20분 출발... 버스는 사람들로 꽉차서 출발한다. 약 4시간을 달려야하는데 눈이 많이 내려 얼마나 걸릴지..

[ 其 二 ]
2009/12/30 16:53:25 약 3시간에 걸처 눈바람헤치고 장터목 산장에 도착...  4시30분. 장터목의 눈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에서 자고 새벽에 천왕봉 오른뒤 세석으로가서 다시 백무동으로 되돌아가는 짧은 여정.. 대피소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더니 대기자는 6시30분부터 잠자리 배정한단다. 대피소 들러 집에 전화하니 죽지않고 살아있음에 안도하는데,,, 지리산은 죽으러 오는 곳이 아니거든요.


[ 其 三 ]
2009/12/30 17:34:41 백무동에서 장터목 오르는 길의 풍경

백무동에서 장터목 오르는 길가의 고사목. 딱다구리의 솜씨인지 군데군데 구멍이 많다

우측보행 !!

친절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전국토의 우경화(?)... 

굳이 깊은 산에서까지 우측보행을 강조할 이유가 있나.
 

맹렬한 바람이 잠시 사그라지는 능선을 따라 걷노라면, 바람에 눈가루가 날리면 가루 하나 하나 햇빛을 쪼개어 허공으로 흩날린다.

[ 其 四 ]
2009/12/30 19:50:23 산에오면 산과 하나가 될 수있을까? 몸은 산에 있으나 산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오히려 상념의 찌꺼기로부터의 울림으로 인해 귀기울여야 하는 자연의 소리는 차단되고 만다.


창(窓) ;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언급했듯이 이쪽과 저쪽의 세계를 가르는 창(자동차의 윈도우처럼, 혹은 영화관 스크린처럼)을 통해서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산에 왔다하여 산사람이 될 수 없듯이 어떤 세계에 잠시 들어섰다하여 그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할 수는 없는 것... 창문밖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이 나에게는 목가적일지는 몰라도, 땡볕에 허리 굽힌 농부에겐 그 현실이 고역일 수도 있다. 

연례 행사격으로 지리산에서 오르지만 난, 지리산을 아는게 아니라 오히려 산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자기 만족... 산이 주는 스펙터클함의 향유? 라고 할까.

[ 其 五 ]
2009/12/31 09:41:33 눈보라 휘몰아치는 소리가 밤새도록 대피소를 때리면서 천둥번개처럼 울부짖어 밤잠을 설치게 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6시에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아이젠과 각반, 조그마한 후레쉬를 들고 천왕봉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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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지배적인데 계속 내린 눈으로 길을 헤쳐나가기가 쉽지않다. 혼자 오르는 길이 약간은 두려움이 앞선다. 아직 아무도 앞서 지나가지 않은 길이다. 군데군데 눈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눈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려오고 날카로운 추위가 사지를 파고든다.
한시간여를 걸어오른 천왕봉. 7시20분... 아무도없이 혼자다...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고 맹렬한 추위가 몰려온다.
올해의 마지막 일출은 볼 수가 없나보다. 추위에 쫓겨 다시 장터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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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천왕봉으로 오르는 일행과 인사하며 사진도 찍어본다. 

중간쯤 내려오는데 어제봤던 일행중 어떤 남자가 혹시 신발 바꿔신지 않았냐고....자기 신발이라고,,, 중간에 신발 체인지.

장터목으로 내려오는데 입구에 천왕봉 입산금지 푯말이 세워져있다. 기상조건 악화로 하산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취사장에서 아침 끓여 먹고 화장실 갔다가 하산준비...

[ 其 六]
2009/12/31 14:57 장터목 산장에서 만난 사람 김병관 님 ;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농성중, 전 연하천 대피소 소장   Link to 
http://uquehan.blogspot.kr/2010/07/blog-post_27.html

[ 其 七 ]
2009-12-31 14:58:27 세석으로 향하는걸 물으니 무리라고, 그냥 백무동으로 가라는 대피소 직원의 충고에 따라 어제 온길로 하산... 아직까지 눈발이 날리고 기온은 영하 20 도를 가르키고 있다. 


산길은 내려오는 길이 고역이다. 조심조심 어제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입산이 통제된줄 알았는데 간간히 사람들이 올라온다. 나이든 부부, 어린 아들과 함께 오르는 아빠...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어제 잠시 목을 축였던 참샘이 나온다. 잠시 쉬어 목을 축인다. 산상의 날씨, 기온과 산밑의 기후 차이가 크다.

약 3시간여를 걸어 내려오니 백무동입구, 공원 출입구 쪽에는 공단에서 출입을 통제하는지 일군의 무리들이 오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버스 정류소에 있는 차가 인월거쳐 함양으로 간단다. 인월에서 내릴 요량으로 얼른 올라탄다. 운전기사와 할머니, 그리고 나 셋이다.

인월에서 남원으로...
"장계 하나요"
"방금 떠났는데요..차가 별로 없어요. 3시 40분 차입니다"
"별수없죠, 주세요.."


2시 조금 넘은 시간.. 대합실에 앉아 김병관님이 준 육포를 씹으며 아이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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