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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01, 2010

자살에 대하여 - 쇼펜하우어

배설의 고통, 혹은 즐거움, 안도감과 함께하는 화장실 문학산책
『자살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수상록】,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s), 범우사, 1995 中

<< 내가알고 있는 한, 여러 종교 중에서 자살을 범죄로 인정하는 것은 다만 일신교(一神敎), 즉 유태교뿐이다. 그런데 《구약성서》나 《신약성서》 속의 그 어디에도 자살에 대한 적극적 금지나 부인(否認)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런 종교의 신학자들은 자살에 대한 엄중한 금지를 제 멋대로, 각기 자기가 만든 철학적 사상을 가지고 기초를 두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나 그 자신의 몸과 생명에 대해서 절대적인 권리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주 명백한 일이다. 자살은 범죄의 하나로 취급되고, 특히 비천하고 완고한 사이비 신자가 많은 영국에서 자살자는 모독적인 방법으로 매장되고 그 유산마저도 몰수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배심 재판소는 거의 언제나 자살을 정신착란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 내린다. 자살은 과연 죄악인가, 아닌가 ?

죽음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최후의 피난처이며, 이것을 성직자들의 명령만으로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형법에 자살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여 그것이 교회에서도 통용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면, 그 금지 자체도 역시 명백히 가소로운 일이다. 도대체 형벌을 부과한다고 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는 사람을 위협해서 그만두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에 누가 자살에 실패한 사람을 벌한다고 하면, 그것은 결국 자살을 하는데 실패한 그 방법의 미숙함에 벌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고대인들의 견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신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은 설사 스스로 자살하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다.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이 수많은 고난 가운데 있으면서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상 최상의 선물이다 - 《박물지(博物誌)》 제2권 제7장 - >>

하지만 종종 - 많은 종교에서 자살은 종교적 희생 제의로 인정되고 있으며, 때때로는 적극적으로 장려되기도 한다. 그 경우에는 보통 종교의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나 시대적 지배 담론에 의한 강제가 많다.다양한 대의명분을 위한 성전(聖戰), 악의 제국을 무찌르기 위한 종교간의 전쟁, 하느님 왕국의 확장을 위한 순교… 

결국 자살의 도덕성, 윤리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그것이 사회적 생산력이나 종교적 전투력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 이다. '개인의 내적 파문, 삶의 충동'으로서의 죽음은 사회악(社會惡)인 것이다.

| 2009-02-21 22: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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