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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01, 2010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六

2009년 01월 02일 오후 12시 50분 세석 대피소.
세석에 도착해서 일회용 우동을 끓여 밥과 함께 후다닥 먹고 담배 한 개피 피고는 다시 걷는다.

좀 오래 쉬고 싶었지만 오늘의 숙소인 벽소령까지 약 6.3 km 이므로 현재의 산행상태와 속도로 보면 약 4시간을 예상한다. 오후 1시가 조금 못 되었으니까 5시까지는 어쨌든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늦어지면 날이 어두워지고 추위 때문에 곤란을 당할 것 같아 빨리 출발한다.


이제는 무릎에 통증이 더 심해져 오는 것 같다. 특히나 내리막 길에서는 아주 고역이다. 더군다나 배낭이 어깨를 파고들어 짓누르는 바람에 몸은 천근 만근이나 되는 것 같다.

몸은 힘들어도 가끔씩 쉬면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경치가 피로를 몰아 간다.

[세석에서 벽소령으로 가는 길에서의 풍경들]
  



 <이 바위는 언뜻 보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 계단... 내려가는 길... 
무릎과 다리의 통증때문에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라기 보다는 
지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지리산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순례를 하듯이 주기적으로 산을 다시 오른다.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온 사람들도 있지만 혼자서 산행을 하는 분 들도 많다.
가끔씩 엇갈리며 지나가는 등산객들과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주고 받는다.


피로에 지쳐 배낭을 풀고 땀을 식히며 송익필(宋翼弼) 님의 산행(山行)이란 시를 읊어 본다.
산길 오르다 보면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 쉬다 보면 길 가는 것을 잊는다.
잠시 말을 멈추고 소나무 그늘 아래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내 뒤에 오던 몇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갔는가
제 각기 가야할 길이 다른데 무엇을 다투리오
(山行忘坐坐忘行 歇馬松陰廳水聲
後我畿人先我去 各歸其止又何爭)

눈을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저기 멀리 왼쪽으로 천왕봉이고 오른쪽이 끝자락 부분이 세석평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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