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김해경-하면, 『오감도(烏瞰圖)』로 대표되는 난해함, 자의식, 초현실주의 작가의 천재적 이미지와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 폐병, 요절 등의 불행이라는 태그(Tag)가 붙는다. 특히나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는 오감도…
烏瞰圖 詩第一號 (오감도 시제1호)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혓소.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
그래서 그런지 훗날의 평가와 해석도 다양하다. 잠시 오감도에 대한 평가/해석 중의 일부를 들어보자 ;
보통,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식민지인들은 어디를 가건 불안에 떨며 절망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상호 불신과 맹목적인 경쟁 속에서 불안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13인의 아해는 바로 우리 민족의 자화상이요, 이상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이 시는 암울한 시대를 불안과 공포로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식민지 지식인의 공포와 좌절, 그리고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라도 잡아 보려고 하는 위기 의식을 '막다른 골목'과 '뚫린 골목'이라는 역설적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 시는 기존 문법을 무시하고 씌어지는 난해한 시로 잘 알려져 있다. 띄어쓰기, 단락구분, 역설, 아니러니, 숫자나 기호의 도입 등 일상적인 언어규범을 무시한 이러한 행위는 당시 봉건적인 질서와 모든 정상적인 가치가 무너진 식민지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은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언어 질서인 문법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 즉 자신의 삶과 의미를 담아내고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는 새로운 문법을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상의 행동은 봉건적 질서와 식민지 가치의 의미를 상실한 세계에 살고 있는 시인이 자신의 정체성 상실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상의 시는 일상언어의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단어와 문장들이 아무런 연관 없이 뿔뿔이 분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일상언어와는 다른 질서를 통해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이 시를 일상언어처럼 읽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일상언어와는 다른 질서를 가진 언어이다. 그것은 일상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위에 2차적인 질서를 덧붙여 일상언어를 낯설게 함으로써 질서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언어다.
* * * * * * * * * *
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 헛소리다. 거기에 무슨 대단한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그럴싸한 해몽들을 쏟아 내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읽으면 되지 ; 이건 애들이 모여서 그냥 무위로 노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찌 보면 이상(李箱)은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노는 모습을 보면 약간은 짖궂은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글은 다음의 수필인 것 같다.
* * * * * * * * * *
나는 다시 개울가로 가본다. 썩은 물 늘어진 대싸리 외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나는 거기 앉아서 이번에는 그 썩는 중의 웅덩이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나는 진기한 현상을 목도(目睹)한다. 무수한 오점(汚點)이 방향을 정돈해 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임에 틀림없다. 송사리떼임에 틀림없다. 이 부패한 소택(沼澤) 속에 이런 앙증스러운 어족이 서식하리라고는, 나는 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요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역시 먹을 것을 찾음이리라. 무엇을 먹고 사누. 버러지를 먹겠지...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저물도록 움직인다. 대략 같은 동기(動機)와, 같은 모양으로들 그러는 것 같다. 동기! 역시 송사리의 세계에도 시급한 목적이 있는 모양이다. 차츰차츰 하류를 향하여 군중적으로 이동한다. 저렇게 하류로 하류로만 가다가 또 어쩔 작정인가? 아니 그들은 중로(中路)에서 또 상류를 향하여 거슬러 올라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하류로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하류로, 하류로!
* * * * * * * * * *
13인의 아해가 뛰는 모습이 꼭 송사리떼 같지 않은가… 부패한 소택속에 사는 앙증스러운 어족,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동기! 그 시급한 목적으로 떼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이미지와 겹친다.
또 하나 유사한 이미지는, 아이들의 무서운 '권태'로 표현되는 지금은 보기 힘든 아해들이 무더기로 똥싸며 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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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倦怠)』, 1936 《중앙(中央)》 9월호 中 - 원제 "동생 미경 보아라, 세상의 오빠들도 보시오"라는 공개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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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육체적 한산, 정신적 권태, 이것을 면할 수 없는 계급이 자의식 과잉의 절정"을 표현하는 놀이...
| 2009-02-20 13:17:16
烏瞰圖 詩第一號 (오감도 시제1호)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혓소.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
그래서 그런지 훗날의 평가와 해석도 다양하다. 잠시 오감도에 대한 평가/해석 중의 일부를 들어보자 ;
보통,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식민지인들은 어디를 가건 불안에 떨며 절망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상호 불신과 맹목적인 경쟁 속에서 불안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13인의 아해는 바로 우리 민족의 자화상이요, 이상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이 시는 암울한 시대를 불안과 공포로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식민지 지식인의 공포와 좌절, 그리고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라도 잡아 보려고 하는 위기 의식을 '막다른 골목'과 '뚫린 골목'이라는 역설적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 시는 기존 문법을 무시하고 씌어지는 난해한 시로 잘 알려져 있다. 띄어쓰기, 단락구분, 역설, 아니러니, 숫자나 기호의 도입 등 일상적인 언어규범을 무시한 이러한 행위는 당시 봉건적인 질서와 모든 정상적인 가치가 무너진 식민지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은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언어 질서인 문법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 즉 자신의 삶과 의미를 담아내고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는 새로운 문법을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상의 행동은 봉건적 질서와 식민지 가치의 의미를 상실한 세계에 살고 있는 시인이 자신의 정체성 상실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상의 시는 일상언어의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단어와 문장들이 아무런 연관 없이 뿔뿔이 분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일상언어와는 다른 질서를 통해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이 시를 일상언어처럼 읽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일상언어와는 다른 질서를 가진 언어이다. 그것은 일상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위에 2차적인 질서를 덧붙여 일상언어를 낯설게 함으로써 질서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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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 헛소리다. 거기에 무슨 대단한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그럴싸한 해몽들을 쏟아 내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읽으면 되지 ; 이건 애들이 모여서 그냥 무위로 노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찌 보면 이상(李箱)은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노는 모습을 보면 약간은 짖궂은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글은 다음의 수필인 것 같다.
* * * * * * * * * *
나는 다시 개울가로 가본다. 썩은 물 늘어진 대싸리 외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나는 거기 앉아서 이번에는 그 썩는 중의 웅덩이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나는 진기한 현상을 목도(目睹)한다. 무수한 오점(汚點)이 방향을 정돈해 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임에 틀림없다. 송사리떼임에 틀림없다. 이 부패한 소택(沼澤) 속에 이런 앙증스러운 어족이 서식하리라고는, 나는 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요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역시 먹을 것을 찾음이리라. 무엇을 먹고 사누. 버러지를 먹겠지...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저물도록 움직인다. 대략 같은 동기(動機)와, 같은 모양으로들 그러는 것 같다. 동기! 역시 송사리의 세계에도 시급한 목적이 있는 모양이다. 차츰차츰 하류를 향하여 군중적으로 이동한다. 저렇게 하류로 하류로만 가다가 또 어쩔 작정인가? 아니 그들은 중로(中路)에서 또 상류를 향하여 거슬러 올라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하류로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하류로, 하류로!
* * * * * * * * * *
13인의 아해가 뛰는 모습이 꼭 송사리떼 같지 않은가… 부패한 소택속에 사는 앙증스러운 어족,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동기! 그 시급한 목적으로 떼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이미지와 겹친다.
또 하나 유사한 이미지는, 아이들의 무서운 '권태'로 표현되는 지금은 보기 힘든 아해들이 무더기로 똥싸며 노는 모습.
길 복판에서 6, 7인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적발동부(赤髮銅膚)의 반라군(半裸群)이다. 그들의 혼탁한 안색, 흘린 콧물, 두른 베두렁이, 벗은 웃통만을 가지고는 그들의 성별조차 거의 분간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여아가 아니면 남아요, 남아가 아니면 여아인, 결국에는 귀여운 5, 6세 내지 7, 8세의 '아이들'임에는 틀림없다. 이 아이들이 여기 길 한복판을 선택하여 유희하고 있다. 돌맹이를 주워온다…. 그리고 풀을 뜯어 온다… 돌맹이로 풀을 찧는다. 푸르스레한 물이 돌에 가염색된다. 그러면 그 돌과 그 풀을 팽개치고, 또 다른 풀과 돌맹이를 가져다가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한 10분 동안이나 아무 말이 없이 잠자코 이렇게 놀아본다. 10분만이면 권태가 온다. 풀도 싱겁고, 돌도 싱겁다. 그러면, 그 외에 무엇이 있나? 없다. 그들은 일제히 일어선다. 질서도 없고, 충동의 재료도 없다. 다만 그저 앉았기 싫으니까 이번에는 일어서보았을 뿐이다. 일어서서 두 팔을 높이 하늘을 향하여 쳐든다. 그리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본다. 그러더니 그냥 그 자리에서들 겅중겅중 뛴다. 그러면서 그 비명을 겸한다. 그들은 도로 나란히 앉는다. 앉아서 소리가 없다. 무엇을 하나? 무슨 종류의 유희인지, 유희는 유희인 모양인데 - 이 권태의 왜소인간(矮小人間)들은, 또 무슨 기상천외의 유희를 발명했나? 5분 후에 그들은 비키면서 하나씩 둘씩 일어난다. 제 각각 대변을 한 무더기씩 누어놓았다. 아- 이것도 역시 그들의 유희였다. 속수무책의 그들 최후의 창작 유희였다. 그러나 그 중 한 아이가 영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대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 그는 이번 유희의 못난 낙오자임에 틀림없다. 분명히 다른 아이들의 눈에 조소의 빛이 보인다. 아- 조물주여, 이들을 위하여 풍경(風景)과 완구(玩具)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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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육체적 한산, 정신적 권태, 이것을 면할 수 없는 계급이 자의식 과잉의 절정"을 표현하는 놀이...
| 2009-02-20 13: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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