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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01, 2010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四

2009년 01월 02일 새벽 4시 30분…

여기 저기서 부시럭 부시럭 부산하다. 아무래도 일출을 보려면 지금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엉기적 거리며 일어나 모포와 침낭을 개고 짐을 꾸린다. 2층이라 짐을 대충 꾸려 내려가면서 보니 사람들이 제법 들어와 있었다. 자리가 없어 앉아서 쪼그리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침을 해 먹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충 간식으로 때우자… 귤 두개와 약과 두개로 때우고 일출보고 나서 장터목에 내려 가서 아침을 해 먹자라는 심산으로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아이젠을 신발에 착용하고는 곧장 출발 준비를 하였다.

일 출은 7시 30분가량으로 예상되므로 시간은 충분하나 아무래도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고 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면 여유있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조그마한 손전등을 들고 산장에서 제일 먼저 길을 나 섰다. 지금 시각 5시 10분 정도. 산에 오르기전에 우선 법계사에 가서 빈 물통에 물을 채운다.



달빛도 없고 아직은 어둠이 지배적이다. 희미한 손전등에 의지해서 산길을 재촉한다. 새벽의 차가운 기운은 녹녹하지가 않다. 그래도 조금 오르다 보니 이내 땀이 차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는 길이라 배로 힘든 것 같다. 어제처럼 숨이 차는 것은 없어 졌는데, 오늘은 발 바닥과 무릎에 압박이 온다. 배낭은 이제 어깨를 파고 들고 그 중압감이 두 다리를 휘청이게 한다.

바람 소리와 숲의 속삭임이 어둠속에서 가끔씩 섬찟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약간의 허기…
젠장, 차라리 든든하게 따뜻한 아침을 먹고 나섰더라면 좀 나았을 텐데라는 후회… 하는 수 없이 잠시 배낭을 풀고는 초코릿 하나를 꺼내어 입으로 가져가 본다. 추위로 인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도 한결 낫다.

가 파른 경사의 바위길, 울퉁불퉁 돌길은 정말 쥐약이다. 다음에는 좋은 등산화에 아이젠도 좋은 것으로 준비 해야지라는 다짐을 해 본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뒤에서 후레쉬 불빛이 보인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뒤따라 와서는 나를 추월해 버린다.

죽을 둥 살 둥 오르다 보니 드디어 마지막 고비이다. 바람은 맹렬해 지고 기운은 빠져가는데 너무나 가파른 암벽길이다. 뒤를 돌아 보니 벌써 여명이 밝아 온다.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 진다.

(아침 7시 11분… 여명이 밝아 온다)

머리위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웅성거리며 들려 온다. 기운을 내자 다독이면서 엉기적 엉기적 기어서 올라 간다.

드 디어 정상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이미 어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천왕봉 비석앞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자리를 잡는다. 바람과 함께 날라오는 냉기가 땀과 열을 빼앗아 가면서 느껴지는 체감 온도가 장난이 아니다. 해가 솟아오르려면 약 20여 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발 끝이 시려 온다.
얇은 여름 양말에 운동화로는 가만히 서있으면서 추위를 버티기에는 무린가 보다



드 디어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른다. 아~ 와~ 산의 바다 저 멀리로 빠알간 해가 쑥 떠오른다. 카메라를 들이 댄다. 추위에 손가락이 아파 온다. 카메라의 배터리는 강추위에 얼어서 Low Battery 신호를 껌뻑껌뻑 보내면서 언제 꺼질지 위태 위태하다.

저 일출을 보기 위해 이렇게 왔다. 천왕봉이 허락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라는 저 짧은 일출을 보기 위해…

해는 순식간에 떠 올랐다. 짧은 감동 이후 천왕봉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는 사람들을 서둘러 떠나게끔 최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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