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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01, 2010

[지리산] 2009년 정초 지리산 산행 | 其 七

2009년 01월 03일 오전 6시 30분

피곤함 속에 침낭을 빠져나와 짐을 꾸린다. 오늘은 이틀간 신었던 얇은 여름 양말을 벗고 아이젠 착용으로 인한 다리의 통증 완화시키자는 목적으로 좀 두꺼운 겨울 양말과 그 위에 등산용 양말을 덧 신었다. 아무래도 배를 채우고 가는게 좋을 것 같아 짐을 모두 챙겨 취사장으로 간다. 아직도 어두 컴컴하다.

라면과 밥 – 동일한 메뉴의 식사를 후다닥 끝내고는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며 씻지 않은 얼굴에 베이비 크림을 바른다. 주로 코 밑에 집중적으로… 추위에 콧물이 나와서 자주 훔치다 보니 코 밑이 헐었다. 좀 쓰라린다. 산행 중에도 수시로 발라 주었는데 역부족이었나 보다

오전 7시 5분…


멀리 산 너머로 여명이 비춰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해가 뜨려면 좀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배낭을 매고는 출발한다. 오늘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도저히 성삼재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체로 급경사의 길이 그다지 많지 않아 어제 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다. 한참을 걷다보니 햇살이 포근하다. 잠시 양지에 쉬어 앉아 따스한 햇살에 얼굴을 들이 댄다. 눈을 한 웅큼 집어서 손을 씻고는 다시 하얀 눈을 들어 살살 비비면서 세수를 해 본다. 아~ 상쾌하다.

저 멀리 산과 구름이 하나되어 세상끝의 경계를 흐려버린다.


형제봉을 지나 연하천 대피소로 향한다. 발에 땀이 차는건지 좀 축축해지는 느낌이다.
사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연하천 대피소가 목전이다. 앞에서 외국인이 혼자서 걸어 오고 있다. 조그마한 가방하나 매고 몸이 가벼운 것 같다. 눈 인사를 나눈다.

9시 30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목을 축인다. 시원하다. 연거푸 2 국자를 마셨다. 따스한 햇살 아래 앉아서 건빵, 귤과 감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연하천에서 뱀사골까지 대충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 보니, 화개재까지 12시, 뱀사골 계곡을 따라 반선까지 늦더라도 오후 4~5시 사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9시 45분 연하천을 출발한다.

곳곳에 있는 고목들이 참 운치있다

연하천에서 명선봉으로 향하는 계단... 젠장~ 초장 부터 헉헉거리게 만들며 사람 진을 쏙 빼 놓는다. 배낭 때문인지 엉덩이 엉치뼈 위쪽에 통증이 심하다. 배낭이 닿기만 해도 견딜 수가 없다.

11시 30분경 토끼봉에 올랐다. 천왕봉과 세석평전이 자꾸만 멀어져 간다.


비틀 비틀 거리며 화개재에 도착해서 뱀사골로 방향을 튼다. 허걱… 망할 놈의 급경사 계단이 펼쳐져 있다. 뱀사골 대피소는 없어지고 무슨 사무실 형태의 안내소인지 뭔지로 바뀐 조그마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몇 몇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잠시 쉬면서 초코릿 하나로 칼로리를 보충한다.

헌데 아무래도 신발이 축축한게 오히려 두꺼운 등산용 양말이 녹아 든 눈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까지는 얇은 양말이고 발의 열기로 신발이 눅눅하지는 않았는데… 발의 통증을 경감해 보겠다고 양말과 등산용 양말 두켤레를 신은 것이 오히려 바깥쪽에서 물을 끌어들이다니… 하는 수 없이 양말을 모두 벗고는 맨발로 운동화를 신었다.

그래 좀 낫네… 하지만 바위와 돌과 부딪치는 아이젠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뭐 하는 수 없지… 좀 내려가다 보면 눈이 없는 곳에서 아이젠을 벗으면 좀 나아지리라 위안을 하며 출발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기진 맥진… 왜 이리도 갈 길이 먼지… 피로감에 뱀사골의 풍광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기계적으로 걷고 있다. 계곡물은 얼어 붙어 있어 겨울에는 계곡의 아름다움과 흐르는 물 소리의 시원함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겨우 겨우 반선에 도착하다. 아이들이 상가 앞에서 놀고 있기에 물었다. “남원 가는 버스 어디에서 타요?” “저기 아래 300M 더 내려가세요” “고마워요”...

버스 정류소가 보이질 않는다. 기웃기웃하며 있는데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나오면서 무엇을 찾느냐고 한다. “버스 어디서 타죠?” “저 밑 식당 앞에서 타세요” (내 배낭에 달린 비닐 봉투를 보고는) “그거 쓰레기면 저 주세요, 가지고 다니기 불편할 텐데” “괜찮습니다. 제가 가져 가야죠” “그래요? 다음에 오시면 들르세요” 하며 가는데 저 앞에 버스 하나가 온다.

아저씨에게 남원시외버스 터미널 가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낑낑대며 버스에 올라탔다. 아저씨에게 버스터미널 도착 예정 시간을 물으니 6시가 넘어야 한다고 한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 전화를 해서 장계가는 마지막 차 시간을 확인해 보니 6시 40분이란다.

버스는 달궁으로 가더니 거기서 다시 되돌아 나와 다시 반선으로 와서는 산내-인월-운봉을 거쳐 남원에 들어 섰다. 집에 전화를 한다. 남원에서 6시 40분 장계가는 버스타고 가면 8시면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표를 사고는 오뎅 몇 개와 국물을 먹고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에 오르니 손님은 나 혼자이다. 번암을 거쳐 장수~장계에 도착하니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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