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Monday, August 02, 2010

꾀꼬리는 ‘부로구(負罏口)’라고 부르는데...

[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라는 책에서…
어우야담으로 유명한 유몽인의 글에 나온 이야기 란다.
선조 임금이 즉위한지 26년째 되는 해에 임금이 궁궐을 떠나 잠시 머무르는 강서의 행재소에서 중국 유학생 황백룡과 함께 있었던 적이 있다. 그 때 황백룡이 내게 “중국사람들은 오직 한 가지 경서만 몰두해 읽는데, 조선 사람들은 도대체 몇 가지 경서를 공부합니까?” 하고 물어 왔다.
이에 나는 “조선사람들은 삼경(시경,서경,주역)이나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심지어 조선의 제비나 개구리 그리고 꾀꼬리조차 한 가지 경서는 읽을 줄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황백룡이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하고 다시 묻기에 나는 “조선의 제비는 오로지 논어만 공부했기 때문에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謂知之 不知謂不知 是知也)’라고 지저귑니다” 라고 답변을 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아직 말을 끝맺기도 전에 황백룡은 “중국의 개구리는 오직 맹자만 공부해 ‘독락악여중락악숙락(獨樂樂呂衆樂樂孰樂)’이라고 웁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깜짝 놀라 쳐다보자, 그는 “중국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표준어로 읽으면 개구리 소리 같지 않지만, 강남의 발음은 개구리 소리와 비슷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민 선생님의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라는 책에도 나오지만, 옛부터 많은 사람들이 제비는 논어를 읽고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새로 그리고 있다. 제비의 지저귐으로 부터 인간세의 모습을 반추하는 선인들의 멋이라고 해야 하나?

어릴적에는 처마밑 제비의 울음소리와 함께 했는데 고향을 떠나온 후 도회지의 생활속에서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제비의 지저귐을 듣기는 힘들것 같다.

제비와 관련하여 정민 선생님의 책에 나오는 시귀 하나 더..

무관(武瓘)이란 사람의 감사(感事)라는 詩
꽃 피자 나비들 가지에 가득터니 花開蝶滿枝
곷 지자 나비는 다시금 안보이네 花謝蝶歸稀
다만 옛 둥지의 제비만이 有情舊巢燕
주인이 가난해도 돌아 왔구나 主人貧亦歸
사실 맹자는 우스갯말로 맹꽁이가 읊는다고 했는데,,, 맹꽁이는 좀 요란한 반면 개구리들이 여름 어둘녘에 무리지어 주고 받는 소리는 서당에 모여 앉아 소리 높여 읊어대는 어린 학동들의 웅얼거림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럼 꾀꼬리는 ??

꾀꼬리 역시 장자를 읽는다.
"이지유지지비지 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 이마유마지비마 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 以馬喩馬之非馬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 라고
암튼 꾀꼬리는 어려운 놈이다. 꾀꼬리는 ‘부로구(負罏口)’라고 부르는데밭 가운데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지저귀며, 그 소리가 여러가지다라고 유몽인 선생께서 쓰셨는데...

부로구(負罏口)... 이름도 어렵다;  負 질 부, 罏 술 독(항아리) 로(노), 口 입 구

| 2008-11-24 23:54:51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