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동안이나 그의 의식은 분명하였다. 빈약한 등광(燈光) 밑에 한쪽으로 기울어져가며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그의 우인(友人)의 몽국풍경(夢國風景)의 불운한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평소 같으면 그 화면이 몹시 눈이 부시어서 (밤에만) 이렇게 오랫동안을 계속하여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을, 그만하여도 그의 시각은 자극에 대하여 무감각이 되었었다. 몽롱히 떠올라오는 그 동안 수개월의 기억이 (더욱이) 그를 다시 몽현(夢現) 왕래의 혼수상태로 이끌었다. 그 난의식(難意識) 가운데서도 그는 동요가 왔다 - 이것을 나는 근본적인 줄만 알았다. 그때에 나는 과연 한때의 참혹한 걸인이었다. 그러나 오늘까지의 거짓을 버리고 참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 - 나는 이렇게만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에 있어서는 근본적은 아니었다. 감정만으로만 살아 나가는 가엾은 한 곤충의 내적 파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 병상이후(病床以後)』, 【권태(倦怠)】, 이상(李箱), 범우사, 1996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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